[앵커]
주변에 보시면 이렇게 담뱃값 인상 이후에 담배를 끊었다는 분도 있고 다시 피기 시작했다는 분도 계십니다. 금연효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단 복지부에서는 벌써부터 상당한 효과가 나타났다며 고무된 모습인데, 어제(21일) 이 뉴스를 전해드리면서 정말로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자꾸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제 주변에 담배를 끊었다는 사람들도 요즘 도로 다 피우고 있거든요. 그래서 정말로 그런 건지 오늘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일단 저희도 그제 간단히 보도를 해드렸지만 복지부에선 담배 판매량이나 금연치료 신청자 같은 숫자를 가지고 금연효과가 굉장히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건 맞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보면, 복지부는 1월부터 3월까지 담배 반출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 줄었고, 금연프로그램에 등록한 사람 숫자도 3배 정도 늘었다, 그러니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발표한 거죠.
그런데 여기서 첫번째 짚어볼 문제는 담배 반출량과 담배 판매량이 동일한 개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앵커]
그러면 담배 반출량은 뭡니까?
[기자]
국내 담배제조사와 수입업체들이 도소매점에 담배를 공급한 양을 말하는 건데, 흔히 출하량이라고도 얘기하는데요.
실제로 사람들이 담배를 얼마나 사갔느냐를 보려면 이 출하량이 아니라 소매점에서의 실제 판매량을 봐야 합니다.
한 편의점 체인에 직접 확인한 결과 1월 담배 판매량이 작년 1월에 비해 33% 줄었지만, 2월에 21%, 3월 15%, 4월 현재까지 12% 줄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전년대비 감소한 건 맞지만 복지부가 이야기한대로 44% 수준으로 판매가 줄었다는 건 사실이라고 보기 힘든 거죠.
[앵커]
숫자도 다르지만, 그래프를 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판매량이 다시 회복하는 모습이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시기적인 요인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게 편의점 관계자 이야기였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편의점 업계 관계자 : 근데 이게 요번 담뱃값 인상 때문에 약간 이슈화가 된 것 같긴 하지만, 이건 매년 추세는 똑같아요. 그러니까 담배를 끊고자 하는 의지는 항상 연초에는 많잖아요. 항상 연초에는 담배에 대한 부분 자체가 좀 감소는 하는데…전체적으로 비교를 해봤을 때도 담뱃값 인상했을 때는 감소폭이 좀 컸다가 지금 약간 그 감소폭이 줄고 있는 상황은 맞습니다.]
[앵커]
근데 소매점들이 업체로부터 공급받았다는 양은 줄었는데, 판매량은 늘어났다면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합니까?
[기자]
네, 판매량은 그만큼 줄지 않았다는 부분인데요.
그걸 알기 위해서 지난해 담배업체들의 월별 출하량을 확인해 봤는데요, 담뱃값 인상 이야기가 나온 게 작년 8, 9월쯤이었죠.
이 그래프를 보면 9월에 갑자기 출하량이 늘어난 것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년 동기대비로 보면 25% 늘었고, 9월 한 달 출하량으로는 8년 만에 최고치였습니다.
그러니 소매점들이 당시 담배 재고를 상당히 쌓아놨다 짐작해볼 수 있는 건데, 그 물량을 올초 담뱃값 인상된 뒤부터 풀다 보니, 1, 2, 3월 주문량이 적어진 거죠. 담배 소비가 그만큼 줄었다고 보긴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여기까지만 진행을 해 봐도, 복지부가 반출량이 줄었다고 해서 그렇게 자신 있게 담배 흡연량이 줄었다고 할 수 있는가 생각이 드는데요. 너무 단순하게 판단한 것은 아닌가, 혹은 아전인수로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데 또 다른 것도 있습니다. 금연학교에 신청을 한다든가, 금연 의지를 가진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도 수치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복지부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는데요. 복지부의 발표대로 담뱃값 인상이 그만큼의 영향을 끼쳤는지는 좀 살펴볼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전국적으로 금연클리닉이 속속 생기면서 등록자 수도 매해 계속 증가하는 추세였거든요. 게다가 2월부터 전국 지정 병원에서 금연치료를 받으면 건강보험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는데, 이런 요인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이건 좀 간략하게 줄여서 얘기하면 '담뱃값을 줄였지만 금연효과는 없다'고 얘기하는 것보다는 '적어도 정부가 발표한 것만큼의 효과가 있는 것 아니다' 이렇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기자]
그런 의식을 가지고 오늘 팩트체크를 준비했고요.
한가지 또 짚어봐야 할 부분이 전자담배 판매량인데요. 올초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린 전자담배 양이 지난해에 비해 200%, 600%나 늘었습니다. 그러니 담배 대신 전자담배로 옮겨간 것 아니냐, 복지부가 당초 의도했던 국민건강 증진 효과가 있는 거냐, 의문이 생길 수 있는 대목인 거죠. 이와 관련해 전문가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박용덕 부회장/대한금연학회 : 아직은 평가하기는 좀 이른 것 같아요. 담배를 끊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다양한 연구들에 따르면 값을 인상하는 것이라고 하거든요. 근데 우리는 초기에 너무 정책이 노출되지 않았었나…그런 생각이 들고요. 그러니까 이미 대비를 많이 했던 거죠.]
그러니까 가격인상이라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는 이미 썼고, 더 효과를 보려면 역시 경고그림 부착 같은 추가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앵커]
경고그림은 어떻게 됐습니까? 지난번에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런 얘기도 나왔었는데, 언제나 보는 건가요?
[기자]
네. 그때 법사위까지 갔는데 국민에게 지나친 혐오감을 준다, 흡연자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해서 법사위에서 가로막혔었죠. 자세한 내용은 3월 5일자 팩트체크 다시보기를 하시면 됩니다.
이게 다음주 금요일 제2법안심사소위에서 다시 검토를 하는데 당시 반대했던 의원이 그대로 소위에 있어 통과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앵커]
지금 나오고 있는 김진태 의원이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어쨌든 담뱃값 인상 놓고 증세냐 국민건강 증진이냐 논란 많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갈 길이 먼데 정부가 너무 서둘러서 금연효과만 부풀리려고 한다는 의혹, 받지 말아야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담배 금연효과 문제에 대해서 팩트체크 진행했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