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 내용을 직접 취재한 기자와 함께 한 걸음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스튜디오에 정치부 이주찬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백령도에 지난번에 며칠 동안 들어가서 취재하고 왔잖아요. 저희가 지난번에도 전해드렸습니다만, 여군 한 사람은 해병 부대에서 직접 이주찬 기자와 만나는 것으로 자리를 주선했고 그 자리에서 "나는 성추행 당한 적이 없다"라고 얘기를 해서, 그 내용도 저희가 전해드렸습니다. 그 전에 이런 성희롱 의혹이 있다는 보도는 나간 바 있었고요. 당사자가 그렇게 얘기를 하니 저희도 이 사건을 접을 수 밖에 없었는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백령도 취재 당시에 분위기는 부대를 포함해 굉장히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는데 어땠습니까?
[기자]
백령도 같은 경우에는 워낙 소비하는 층이 다 군인이다보니 군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그러면 바로 경색되는 분위기, 그러면서 소비가 줄게되고요. 그런 분위기였기 때문에 이미 우리가 입도할 때부터 취재진이 들어간다는 소식을 부대에서 접수한 것 같습니다.
그런 소문이 빨리 전파돼서 마을이나 읍내에는 굉장히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술집 같은 곳에서도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경직된 분위기였습니다.
[앵커]
저희가 조금아까 육성으로, 물론 변조해서 들려드렸지만 그렇게 증언을 한 여군은 여기에 근무했던 여군, 부인했던 그 여군은 아니란 말이죠. 그 취재과정을 얘기해주시죠.
[기자]
우선 취재 결과를 보고 직접 연락이 왔는데요.
취재진과 만난 여군은 엄연히 성희롱과 술자리 강요 등 많은 문제가 있는데, 이런 사실이 은폐되는 것 같아 분노를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자신도 문제 제기를 처음엔 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렵게 용기를 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감찰 조사에서 성희롱 등 문제점을 조목조목 진술했는데, 상부에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들어 직접 나서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저희한테 얘기하기 전에 이미 감찰 나온 군 부대 관계자에게 다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반영이 안 되더라, 그래서 저희 JTBC에게 털어놓기로 했다, 이런 얘기잖아요. 어찌보면 자칫 불이익이 있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증언한 여군에게는. 그것까지 감안을 해서라도 이것은 밝혀야되겠다 해서 허락한 모양이죠?
[기자]
예, 여군은 취재진을 직접 만나 분개했는데요,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 정확한 실상을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신분이 노출될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본인의 육성을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했습니다.
또 보도로 인해 조사를 받게 되더라도 있는 그대로 진술하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다만 음성은 변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앵커]
당연한 요청이기도 하죠. 해병대사령부가 오늘 감찰 내용을 발표했는데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역시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감찰을 제대로 했느냐, 아니면 애초부터 감찰을 제대로 할 의지가 없었느냐는 의구심도 갖게 되잖아요?
[기자]
해병대사령부는 한마디로 성추행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감찰 결과를 발표한 것은 JTBC가 보도를 했기 때문에 요청해서 그 결과를 알려준 것이고요. 당초 발표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저희 보도에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만, 군 내부에서 제기된 성매매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다만 1110 위반, 그러니까 1가지 술로 1차만 하고 10시 이전에 술자리를 끝낸다는 내부 규정인데요. 그 규정 위반과 족구를 하면서 1만원씩 돈을 거뒀다는 부분만 지적해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어찌 보면 약한 부분만 공개했다… 이런 얘기가 되네요.
[기자]
앞서 보도에도 수시로 술자리가 이뤄졌다고 했는데 단 몇차례 밖에 없었다고 결과가 나왔는데요.
이 내용만 봐도 감찰이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해병대사령부는 설문 조사가 무기명이 아닌 실명으로 이뤄진 데 대해서는 이미 잘못을 인정한 바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반드시 무기명으로 설문을 해야 한다고 부대 규정에 명시된 바가 없기 때문에 관련자 처벌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실명 설문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하나마나한 설문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보여집니다.
[앵커]
오늘 저희가 육성 증언을 전해드렸고요. 그렇다면 이것은 재조사가 불가피한 상황 아니겠습니까?
[기자]
오늘 보도 직전에 해병대사령부측의 입장을 물어봤는데요.
해병대 측은 보도 이전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보도를 본 뒤에 판단하겠다는 뜻을 시사했습니다.
해당 부대에 근무한 적이 있는 여군이 직접 증언하고 나섰기 때문에 진상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전면적인 재조사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이 문제들에 대해서 해병대가 어떻게 접근하고 조치를 취할지 저희가 끝까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피해자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 분을 위해서라도 저희가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고요. 그뿐만이 아니라 전체 부대 여군들을 위해서라도 관심을 가져야하지 않냐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입니다.
이주찬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