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해병대, 백령도, 그리고 최전방. 이 세 가지의 특수한 환경에 가려져 왔던 이 사건은 그 파장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들의 취재도 오늘로 끝나진 않습니다. 우선 이번 취재를 지휘한 정치부 안의근 기자와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는 것인가,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안의근 기자, 먼저 취재 과정부터 들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군부대 내의 특히 해병대, 또 백령도라는 환경이 있으니까요. 피해 여군을 직접 만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일 텐데, 그래서 취재의 정확성 정당성 같은 것을 우선 말씀드려야 시청자 여러분도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기자]
예 우선, 이 부대에서 근무하다 전역한 전직 군인, 그리고 현재 근무 중인 현역 군인으로부터 동일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부대 내부 현역 군인이 작성한 것으로 판단한 문건도 입수해 관련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또 군 인권 관련 단체에도 확인한 결과 의혹이 상당 부분 믿을 만한 내용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3중, 4중으로 체크했고요. 다만 군부대가 워낙 폐쇄적이어서 피해 여군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신 것처럼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사실을 지금 보도하지 않을 경우 성추행 의혹이 자칫 묻혀버릴 수 있겠다, 그렇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를 했습니다.
[앵커]
최전방 해병 부대, 어떤 상황이길래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인가를 좀 따져봐야겠죠?
[기자]
먼저 이 사건이 일어난 부대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지도를 보시면 백령도는 우리나라 서북단 끝에 있는 섬 아닙니까.
인천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들어가도 4시간 이상이 걸리는데요. 군기 위반 사건은 이같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나 산꼭대기에 위치한 격오지 부대에서 주로 일어납니다.
또 해병대 하면 군기가 강하기로 이름난 군대죠. 군기가 강하다는 건 그만큼 위계질서가 강하고 폐쇄성도 강한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더라도 상관에게 저항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이를 바깥에 알리기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해병대 하면 더 말할 나위 없이 명예를 중시하는데, 많은 해병 출신들. 그리고 해병대 병사들이 누구보다도 자긍심을 가지고 있을 텐데, 이런 사건 때문에 조금이나마 먹칠을 하게 된다면 그건 모두에게 불행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또, 무엇보다도 이 폐쇄된 지역, 백령도라는 섬. 여기는 해병대 없인 존재할 수 없는 섬이기 때문에 자칫 이 내용이 취재에 의해 번진다면 그야말로 백령도 전체가 이 문제로 들썩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말이죠. 폐쇄성이 있는 만큼 지휘관의 권한은 그야말로 막강하겠네요.
[기자]
이 사건을 제보한 부대 내부 인사는 해당 부대를 대대장의 독재 공화국이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볼 수 있었듯이 해당 여군을 술자리 때마다 오른쪽 자리 지정석에 뒀다, 내기 풋살이나 족구에 몸이 아파서 안 나가면 근무평정에 반영한다고 협박했다는 폭로가 나올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 것 아니냐, 그런 추측이 듭니다.
심지어는 해당 중령이 일주일에 두세 차례나 자정 넘어까지 술판을 벌이는 것은 물론, 이 자리에 여군을 반드시 참석시켜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또 부하 중대장 집까지 찾아가 자정까지 술을 마셨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는 그야말로 안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부대잖아요. 이런 군 기강 해이가 실제로 있었다면, 안보에도 직접적 영향을 끼칠만한 상황이었겠네요.
[기자]
지도를 보고 다시 설명을 드리면요. 해당 부대는 고무보트를 타고 침투하는 역할을 하는 해병 부대인데요. 5년 전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졌을 때 이 해역을 경계 관리했던 부대입니다.
북한을 마주하고 사실상 서북단 최전방 안보를 지켜야 할 부대의 근무기강이 이 정도라는 게 사실이라면 안보에 엄청난 구멍이 생겼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럴 수밖에 없네요.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부대에서 이런 상황이 터졌다면, 상급부대 감찰실이 사건을 잘 따져봐야 하잖아요? 그런데 아까 저희가 잠깐 보도해드린 걸 보면 오히려 사건을 은폐하려는 듯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된다면 지금 해병대 사령부 감찰은 또 과연 잘 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데요.
[기자]
이번 대대장의 성추행과 근무태만 의혹은 해당 부대 내부 인사의 제보로 시작돼 국방부에서 조사 지시가 내려갔습니다.
직속 상급부대는 사건을 정확하게 조사하기보다는 내부 고발자가 누구인지를 조사하는 데만 혈안이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해병대 사령관이 철저하게 확인하라고 지시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동료 감싸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입니다.
제보자 역시 "해병대 사령부 감찰이 들어와도 해병대 문화상 절대 사실을 밝힐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폐쇄적인 군 문화, 부정적인 사안까지 끼리끼리 감싸주는 군 문화를 혁신하지 않으면 이 같은 일은 근절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저희가 대학 내에서의 문제라던가 군대 내에서의 문제라던가 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보도해드렸는데, 거의 비슷한 속성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사건을 취재 지휘하고 있는 정치부 안의근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