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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1인당 5000원씩', 교과서 희망가격 '검은 거래'

입력 2015-03-11 21:56 수정 2015-03-1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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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1부에서 보신 교과서 가격 거품에 대해 탐사플러스에서 본격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교과서 대란이 시작된 건 지난해 초였습니다. 교과서 값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예외가 없습니다. 교과서 가격자율화 정책이 전면 시행되면서 출판사들이 희망가격을 기존의 2~3배로 올리면서입니다. 양질의 교과서를 만들어 합당한 가격을 받겠다는 건데, 앞서 1부에서 보신 것처럼 상당 부분이 판촉비로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학교 대상으로 로비하는 데 이 돈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고요. 그런데 이런 행태가 한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손용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국내 한 대형서점의 교과서 판매코너.

아직 교과서를 구하지 못한 학부모들로 북적입니다.

[서점 직원 : 저희는 계속 주문은 해요. 그런데 협회에서 물건을 줘야지 받는데. (줄지, 안 줄지 모르는 거죠?) 그렇죠.]

새학기가 시작된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일부 교과서들은 가격조차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조수현/서울 광화문 : 세 번째 방문하고 있는데 오늘도 못 샀어요. 인터넷에 따로 파는 곳이 있어 문의했는데 그것도 이미 품절이고요. 가격도 작년에 비해 너무 올랐어요.]

학교를 통해 교과서를 받아도 가격이 부담스럽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 교과서 값만 1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학부모 : 황당하고 많이 인상된 느낌이 들고,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년보다 한 30% 정도 오른 것 같아요.]

교과서 대란이 시작된 건 지난해 초입니다.

교과서 가격자율화 정책이 전면 시행되면서 출판사들이 희망가격을 기존의 2~3배로 올렸습니다.

양질의 교과서를 만들어 합당한 가격을 받겠다는 겁니다.

[교과서 출판사 대표 : 8000~9000원이라고 해봐야 일반 참고서와 EBS 교재도 그만큼 하거든요. 커피 한잔 값도 안됩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여론이 확산되자 교육부가 가격 조정 명령을 내렸습니다.

출판사들이 반발하며 소송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동안 여러 건의 1심 재판이 진행됐는데, 양측이 승소와 패소를 주고 받았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출판사 측은 원가 공개는 영업 비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교과서 출판사 대표 : 교육부에선 원가 공개를 하라는 거고, 우리는 공개 못하겠다는 거지. 그게 비밀이잖습니까. 제일 중요한 비밀이고 경쟁 상황인데.]

취재진은 국내 한 대형출판사의 교과서 관련 내부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영어교과서 업체인 A사가 지역 총판을 통해 자사 교과서를 납품한 실적이 기록돼 있습니다.

각 지역에서 교과서를 채택한 학생 수에 5000원을 곱해 총판에 지급한 겁니다.

[출판사 관계자 : 책 대금을 결제하는 건데 지금 같은 경우엔 교과서 영업해라, 너희 구역과 학교. 따오면 인당 5000원씩 준다.]

문건에 따르면 2013년 이 회사가 전국 고등학교 1학년생들에게 납품한 영어 교과서는 50만부가 넘습니다.

이를 위해 A사 측이 총판에 지급한 금액은 25억원에 달합니다.

[김경율 회계사 : 판매 수수료 성격을 커미션으로 준 거잖아요. 매출액의 5%면 중요한 수치죠.]

교과서의 경우 출판사들은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를 통해 학교 측에 납품해야 합니다.

이때 지역 총판들이 출판사 대신 각 학교를 대상으로 교과서 영업에 나서는 겁니다.

[출판사 영업사원 : 5000원이라고 하는 건 선생님한테 학생당 2000원 정도 주는 거고 나머지는 자기가 썼던 영업비용으로 메꾸거나. (학생수당 5천원으로 고정이 되어있더라고요?) 네. 대부분 5천원, 8천원 뭐 그런 식입니다.]

대부분 교과서값이 1만원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을 판촉비로 사용한 셈입니다.

실제 일부 문건엔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한 총판들의 영업 활동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한 총판은 해당 지역의 교과서 채택 경쟁이 과열돼 학교당 1천만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으로 나옵니다.

[출판사 영업사원 : 막판에 한 출판사가 800만원을 주기로 했다면, 다른 곳에서 천만원으로 세팅하고. 또다른 출판사도 20% 못할 것 같으면 1200만원으로 올리고. 의도적으로 요구하는 나쁜 선생님들도 계시고요.]

일부 지역에선 대놓고 '교장 영업'을 명목으로 지원을 요구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실제 현행 학교별 교과서 선정 절차를 보면, 과목별 교사협의회 추천을 통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최종 결정합니다.

문서에 지목된 해당 지역의 교장은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해당지역 학교 관계자 : 그런 이야기는 예전엔 있었어요. 지금 교과서에 대한 리베이트, 아직도 그런 게 남아 있을까요?]

교육부는 관련 규정을 통해 교과서와 관련한 일체의 영업이나 로비 활동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선 영업 사원들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출판사 영업사원 : (교무실을) 자기 사무실 드나들 듯이. 선생님들 형 나 왔어. 동생 나 왔어. 이런 식으로 동네에서 유대관계가 있다 보니까.]

A사는 총판 지원금을 판매관리비가 아닌 반품 명목의 계정으로 회계처리를 조작한 의혹도 제기됩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영업 행태는 A사에만 국한되지 않고 출판 업계에 넓게 퍼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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