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조류독감, 즉 AI 확인 지역이 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서울에서도 AI가 확인됐습니다. 정부가 양계 농가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임에는 틀림없는데요. 그런데 취재 결과 현실은 우려스러웠습니다. 닭 사료로 무차별 공급되고 있는 '남은 음식물' 흔히 잔반, 또 속으로는 짬밥이라고 하죠. 이게 결정적인 문제였다고 합니다.
먼저 임진택 기자가 취재해봤습니다.
[기자]
경기도 김포의 농가 진입로. 긴급 방역이 한창입니다.
달걀을 취급하는 한 양계 농가에서 AI가 발생한 겁니다.
인근 수 킬로미터에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농가의 닭 11만 마리는 살처분됐습니다.
비슷한 시간, 경기도 포천과 맞닿아 있는 강원도에서도 AI 차단에 안간힘을 씁니다.
[방역관계자 : 우린 철원으로 못 들어가게 하려고 여기 와 있는 거예요. 와서 들어가는 차들 막고.]
지난해 9월 24일 전남에서 시작된 AI는 현재 전국에 걸쳐 67건이 확인됐습니다.
서울에서도 처음으로 야생조류에서 AI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농가의 피해액은 약 3500억 원. 올해는 이보다 피해가 훨씬 클 것으로 우려됩니다.
그런데 강원도 철원의 한 양계 농가에서 긴급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지난 1년간 닭들이 무수히 죽었는데 알고 보니 남은 음식물로 만든 사료 때문이었다는 겁니다.
[심인식/양계농가 : 1월에 하루에 막 5백 마리씩 죽어나가는 거예요. 무슨 호흡기병이 돌았는지. 어떻게 감당할 수가 없더라고요.]
1년간 키우던 닭 절반이 죽어 나갔습니다.
공짜로 남은 음식물을 받아 사료로 써온 게 원인이었음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심인식/양계 농가 : 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쉽게 말씀드려서 오바이트 한 냄새예요. 술 먹고 오바이트 한 냄새.]
지자체도 나섰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합니다.
[심인식/양계 농가 : 작년에 환경부 축산과에서 이틀이 멀다하고 계속 나왔어요. 지금은 냄새도 아니에요.]
젖어 있는 데다 냄새까지 심한 음식물 사료를 닭들도 잘 먹지 않았습니다.
남은 음식물의 매립은 불법이지만 농가가 남은 사료를 버리는 건 아무도 단속하지 않습니다.
수도권의 다른 양계 농가. 이른 아침부터 대형 트럭에 남은 음식물이 한가득 옮겨집니다.
농장주의 양해를 얻어 대형 닭장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닭들이 먹고 있는 남은 음식물 사료에선 숨쉬기 힘들 정도의 역한 냄새가 진동합니다.
농장주는 지난해 9월 남은 음식물로 사료를 바꿨다고 말합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섭니다.
[양계농장주 : 정부에서 하지 말라는 거 억지로 먹이는 거 아니잖아요. 첫 번에는 이거 먹이라고 정부에서 그렇게 권장하고 그랬다고.]
매일 들여오는 8톤의 남은 음식물 사료. 농장주는 음식물 사료가 남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거를 하루 만에 다 쓰시는 거예요?) 네]
하지만 퇴비장을 보여달라고 하자 태도를 바꿔 심하게 저지합니다.
[양계 농장주 : 이건 아니지. 짬밥(남은 음식물)만 본다고 하더니 남의 뒷간(퇴비장) 조사까지 하십니까]
해당 지자체에선 사료화된 남은 음식물이 사실상 불법 매립된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시청관계자 : 그게 남으면 자기(농가)가 그거(남은 음식물) 퇴비장 쪽에다 처리를 한다든가 농가 스스로가 그걸 처리를 하죠.]
농가로 공급되는 남은 음식물 사료는 하루 650톤. 전국적으로 약 5~600곳이 넘는 농가에 해당합니다.
공짜로 주는 남은 음식물 사료를 받았지만 닭들은 죽고 뒤처리도 골칫거리가 된 상황.
필수적인 멸균처리를 하지 않는 업체도 적지 않습니다.
[이해영/축산유통업주 : '멸균 몇도씨에서 살균하였음' 이런 뭐(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제가 볼 때 그것도 없는 것 같아요.]
지자체에서 특별 점검에 나섰지만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지자체 축산환경담당 : 저희가 1년 치(멸균 자료)를 갖고 왔어요. 그런데 하루 치만 해도 굉장히 많아요. 양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정부는 올 초 남은 음식물을 AI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음식물사료는 AI를 옮기는 철새의 표적이기 때문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 오픈이 되어있는 공간에서 하다 보면 야생 조류를 유인하게 되는 꼴이 돼서.]
전문가들도 남은 음식물을 사료로 쓰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김재홍/서울대 수의대 교수(역학조사위원회) : 독소를 생산하는 균들은 열처리를 해도 죽지 않습니다. 최대한 음식물 사료를 안 먹이는 게 안전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