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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이마트·홈플러스 등은 대형마트가 아니다?

입력 2014-12-1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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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곳은 서울 한복판에 있는 한 대형마트인데요, 3층 규모에 연면적이 1만m²가 넘는, 서울에서도 상당히 큰 매장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나온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이곳은 대형마트가 아닙니다. 그냥 큰 점포일 뿐이라는 건데요. 그 이유는 현행법상 '점원의 도움 없이 판매하는 곳'을 대형마트라고 규정하는데, 이런 곳에서는 점원이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점원의 어떤 도움을 말하는 건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이건 얼마에요?) XXXX원입니다.]
[(갈치 원산지가?) XXX 갈치에요.]

대형마트 측에선 지금 보신 이런 '점원들의 도움'이 있기 때문에 이곳을 대형마트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을 재판에서 펼친 것인데요, 오늘(17일) 팩트체크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지금 보신 이 문제, 결국 대형마트들이 의무휴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어서 어제오늘 각 지역 중소상인들의 반발이 대단했습니다. 내일도 상인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는데요, 팩트체커 김필규 기자가 현장에 나가 점검해봤는데,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마트나 홈플러스, 우리가 흔히 대형마트라고 부르는 곳들인데, 이곳들이 대형마트가 아니라는 건가요?

[기자]

예. 지난 12일 서울고법에서 나온 판결인데요, 현재 각 지자체가 조례를 정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정해놓고 영업시간도 제한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법원에선 "의무휴업일 지정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즉 이게 위법하다고 판결을 내린 겁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보면 대규모점포를 대형마트와 백화점, 쇼핑몰 등 6종류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중 대형마트의 정의를 '점원의 도움 없이 판매하는 점포의 집단'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 이마트나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이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앵커]

점원의 도움이 있다, 그런데 그 도움이라는 게 어느 정도를 말하는지, 애매한 부분도 있지 않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제가 조금 전 직접 나가 봤던 것처럼 어디까지가 그 도움이냐를 규정하는 데도 애매한 부분이 있는 거죠.

[앵커]

조금 전 직접 확인한 곳은 이마트 맞습니까? 다른 곳도 비슷한 상황이긴 하겠죠. 아무튼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도와주는 점원들이 있으니 대형마트가 아니다, 따라서 의무휴업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이게 핵심이잖아요? 여태까지 논란 끝에 의무휴업일을 정해놨는데, 이런 걸로 빠져나간다는 게 다른 상인들의 우려이고 항의이기도 한 거고요. 그런데 점원이 도움을 준다는 개념이 어디까지인지 참 애매한데, 저런 기준은 어쩌다 생긴 겁니까?

[기자]

2006년에 대형마트에 대한 규정이 처음 생겼는데요, 백화점 가면 점원이 "뭘 도와드릴까요"라고 묻지 않습니까?

점원의 도움 여부라는 기준은 이런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구분하기 위해 생긴 기준이었던 거죠.

이번에 대형마트 측에서 이 부분을 물고 들어가면서 "우리는 대형마트가 아니다"라는 논리를 펼치게 된 겁니다.

[앵커]

그동안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도 거쳤는데, 이런 부분은 간과했다는 얘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개정도 거치고 햇었는데요.

우선 이 법에 대한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그동안 이런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 판결만 독특한 것이었다. 법 해석의 문제다"라면서 한 발 빼는 모습이었는데요.

실제로 1심 때는 이 부분이 전혀 부각이 안 됐습니다.

지난해 개정안 통과 당시 법안설명을 했던 국회의원에게도 물었더니, 이런 부분은 미처 생각 못 했다면서 "지금이라도 바로 개정안을 내서 그런 규정을 없애겠다" 이런 입장을 내놨습니다.

[앵커]

말처럼 쉬울지는 모르겠군요. 아무튼 대형마트 입장에선 묘수를 찾은 듯한 느낌도 들고요. 그런데 대형마트가 아니라면, 현행법상 이 점포들은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기자]

굳이 법률상 분류에 따르면 6번째 카테고리, '그 밖의 대규모점포'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대형마트는 아닌 거고요.

[앵커]

부르기가 참 복잡하고 기네요. '우리 그 밖의 대규모점포로 갈까?' 이렇게 얘기해야 하는 겁니까?

[기자]

이 부분에서도 모순되는 점이 있습니다.

대형마트를 세울 때 지금 보시는 것 같은 '대규모점포 개설 등록신청서'를 각 지자체에 제출해야 하는데요.

이번 재판의 대상이 된 롯데마트 청량리점의 경우, 저희가 확인해본 결과 2010년에 등록했는데, 당시 업태란에 스스로 '대형마트'라고 기재했습니다.

성동구의 이마트나 홈플러스도 마찬가지로 다 이곳에 '대형마트'라고 기재해 등록을 마쳤던 게 확인됐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등록할 때는 대형마트라고 하고선, 재판 때는 '대형마트가 아니다'라고 발을 빼는 상황이 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영업규제에 대해서 찬반입장을 떠나서도 전문가들도 굉장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는 반응이었었는데요. 전문가의 얘기 한번 직접 들어보시죠.

[오세조 교수/연세대 경영학과 : 일반적으로 (대형마트) 규정은 규모로 많이 하고, 그다음에 상품에 대한 비중이라든지, 이런 걸로 하는데, 점원 서비스를 가지고서 (규정)하는 건 참 특이하네요. 지금 와서 그 부분을 따져서 대형마트가 아니라고 하면, 지금까지 그렇게 규정하고서 했던 법안이나 정책들은 다 어떻게 되는 거예요?]

[앵커]

그러니까 판결대로라면 2006년 이후에 대형마트라는 이름을 대상으로 해서 나온 정책들이 다 여태까지 헛거였다, 이런 얘기가 되어 버리는 거잖아요.

[기자]

네, 충분히 그렇게 해석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이건 지금 2심이고, 최종심은 물론 기다려봐야 되겠습니다마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보면 영업제한 덕에 먹고 살 만해졌다는 동네수퍼 아저씨도 있고 대형마트 휴업때문에 불편하다는 맞벌이 부부도 있습니다.

이들 목소리를 반영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대형마트는 사실 대형마트가 아니었다'라는 식의 해법은 누구도 동의하기 힘든 결론일 게 분명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나저나 오늘도 내일도 주말에도 그밖의 대규모 점포를 가는 분들은 내가 가는 곳이 어디인가 좀 잘 생각해 보고 가야 될 것 같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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