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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석규 "60, 70세 됐을 때 맡을 배역 기다리는 게 즐겁다"

입력 2014-12-11 22:05 수정 2016-03-04 13:30

"내 영화가 관객의 인생 추억 됐으면"

"사극은 배우의 상상력 자극…매력적

"전성기 때 공백, 한국영화 거품기…내 연기도 달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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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화가 관객의 인생 추억 됐으면"

"사극은 배우의 상상력 자극…매력적

"전성기 때 공백, 한국영화 거품기…내 연기도 달떠 있었다"

[앵커]

뉴스룸 2부에서는 가끔씩 대중문화 주인공들을 만나 뵙고 있습니다. 오늘(11일) 또 한 분을 모셨는데요. 정말 나오기 어려운 분을 모셨습니다. 배우들은 한 작품 한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자식을 한 명씩 낳는 것 같다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요. 오늘 만나볼 이 배우는 21명의 자식을 낳았습니다. 한국 영화사를 이야기할 때 이 배우의 이름 석 자와 대표작들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스물한 번째 영화를 가지고 돌아온 배우 한석규 씨를 오늘 스튜디오에 특별한 손님으로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한석규/영화배우 : 네, 안녕하세요.]

[앵커]

제가 어제는 새누리당의 이재오 의원과 개헌 얘기를 했는데요. 오늘 한석규 씨를 만나게 되니까 모드를 갑자기 바꿔야 되는데, 무척 즐거운 마음으로 모드를 바꿨습니다.

[한석규/영화배우 : 감사합니다.]

[앵커]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한석규/영화배우 : 천만에요, 감사합니다.]

[앵커]

그렇게 안 나오려고 했다면서요, 단독 인터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한석규/영화배우 : 네, 제가 뭐 우리 기자분들 사이에서는 악평이 높으네요. 인터뷰 안 하기로요.]

[앵커]

조금 바꾸실 생각도 있나요, 이제?

[한석규/영화배우 : 아닙니다. 인터뷰 뭐 이런 거는 저를 참 힘들게… 좀 불편하고 힘드네요.]

[앵커]

오늘은 조금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한석규/영화배우 : 네. 감사합니다.]

[앵커]

12월의 한국 영화계를 빅3의 대결이라고 하더군요, 한석규 씨하고 이정재 씨하고 황정민 씨, 영화가 그때 화제의 영화들이 개봉해서 그런지…

[한석규/영화배우 : 그렇습니다. 연말에 늘 그렇게 준비들을 하죠. 선배님 가끔 영화 보세요?]

[앵커]

저는 자주 봅니다.

[한석규/영화배우 : 아 그러세요?]

[앵커]

네. 한석규 씨의 대표작들이 너무 많아서 초록물고기, 넘버3,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 음란서생, 베를린, 그때 그 사람들…

[한석규/영화배우 : 많이 기억해주시네요.]

[앵커]

다 본 건 아니고 제가 본 영화는 초록물고기, 넘버3, 쉬리, 베를린, 그때 그 사람들…. 대개 제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시는지 아시겠죠, 이렇게 말씀드리면…

[한석규/영화배우 : 전에는 이제 그런 쪽에 관심도 많았고 과연 얼마나 흥행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 많이 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는 영화가. 제가 느닷없이 질문 드렸지만 영화 최근에 보셨냐…저에게 있어서 영화라는 것도 어떤 추억에 한 장이 되는 그런 영화들이 있거든요. 영화, 이러면 언제 어떤 때 제가 어느 순간에 어느 때 봤던 영화, 그런 것처럼 제 영화가 관객분들의 그런 어떤 추억 속에 큰 장으로 남는 영화, 그렇게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

[앵커]

이미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이미 자리잡혀 있죠.

[한석규/영화배우 : 앞으로도 더 하고 싶죠. 네. 이번 작품 상의원도 그런 의미에서 가능하다면 어떤 어떤 관객분들에게는 그런 추억의 영화로 남았으면, 아주 큰 바람이죠.]

[앵커]

사극이잖아요, 그렇죠? 상의원.

[한석규/영화배우 : 네네, 사극입니다.]

[앵커]

이 상의원이란 뜻은 어떤 겁니까? 그러니까 왕실에서 옷을 만드는 것…

[한석규/영화배우 : 네, 조선의 어떤 궁궐의 한 기관이었고요. 쉽게 말씀드리면 우리 장영실 님, 측우기, 자격루 등 많은 것을 만드셨던, 그분이 판서까지 재직하셨던 기관이에요. 그 상의원에선 궁궐에서 들이는 모든 소품들에서부터…저희 상의원 영화에선 옷을 중점적으로 다룬 영화입니다.]

[앵커]

바느질도 배우셨다면서요?

[한석규/영화배우 :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앵커]

생전 안 해봤습니까?

[한석규/영화배우 : 아닙니다. 바느질은 좀 해보긴 했어요.]

[앵커]

남자들은 군대 가면 또 배우기도 하니까.

[한석규/영화배우 : 그렇습니다, 네. 그래서 해보긴 했는데 이번처럼 많이 해보지는 못했죠.]

[앵커]

평상시에 그렇게 옷에 신경 쓰는 스타일은 아니지 않나요?

[한석규/영화배우 : 저 신경 썼는데…]

[앵커]

아. 그런가요?

[한석규/영화배우 : 네. 허허허.]

[앵커]

내용을 다 이야기하면 흔히 스포일러가 되니까 더는 말씀 안 드려도 될 거 같은데, 다만 여기 같이 나오시는 분들이 고수 씨도 나오시고.

[한석규/영화배우 : 그렇습니다. 유연석 후배, 박신혜 후배, 마동석, 조달환 해서 이렇게 많은…]

[앵커]

흔히 말해서 속말로 요즘 뜨는 배우들이 많이 나오네요.

[한석규/영화배우 : 네.]

[앵커]

고수 씨하고는 긴장관계가 조성된다면서요.

[한석규/영화배우 : 그렇습니다.]

[앵커]

고수 씨는 거기서 천재 디자이너로 나오고. 이를테면 옛날에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관계처럼 갈등관계가 좀 있다.

[한석규/영화배우 : 네. 그렇게 많이 표현하시고요. 좀 부연 설명해드리면 저는 조선 최고의 어침장. 높은 자리에 있는 그런 친구고 그리고 또 고수 후배가 맡은 역은 갑자기 튀어들어온 천재적인 의상 디자이너인데 저 같은 경우는 이렇게 설명드리고 싶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하고 있는 그런 사람과, 제가 맡은 장인 어침장 역은 사실 그 일을 하고 싶어 하지는 않았던 사람이에요. 어떤 다른 목적으로 자신의 신분상승을 위하거나 어떤 그런 인물 그 두 인물이 벌어지는 그런 이야기예요.]

[앵커]

사극을 좋아하십니까? 사극에 많이 나오시는 편이어서, 텔레비전에서도 그렇고.

[한석규/영화배우 : 배우가 하는 일이 제가 무슨 일을 하나 생각해보니까. 육하원칙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누가 언제 어디서 뭐. 저희 배우들이 하는 일은 왜? 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하는 직업이에요. 누가 언제 어디서보다는. 그 사람이 왜 그랬을까, 왜 그런 일을 벌였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특히 사극은 왜라는 질문을 뺀 나머지 모든 것은 다 갖춰져 있어요. 근데 그 왜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던질 수 있고 배우의 또 재밌는 점이 상상력 그런 게 많이 필요한 직업이거든요. 그런 점에 있어서 사극이 저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앵커]

그렇게까지는 전 정말 생각하지 않았는데, 사극에 대한 정의를 그렇게 내려주시니까 잘 잡히는 것 같습니다.

[한석규/영화배우 : 감사합니다.]

[앵커]

그런데 과거에 한동안 안 나오셨을 때가 있었잖아요.

[한석규/영화배우 : 네, 2000년부터 이중간첩이라는 영화하기 전까지 만 3년 공백기가 있었죠.]

[앵커]

3년보다 더 길지 않았던가요?

[한석규/영화배우 : 아닙니다. 햇수로는 정확히 만 3년쯤 돼요.]

[앵커]

그래서 이런 표현이 어떨지는 모르겠는데 전성기를 쉬면서 보낸 배우다.

[한석규/영화배우 : 그건 굉장히 과찬의 표현이시네요.]

[앵커]

어…칭찬으로 드린 말씀은 아니었는데…

[한석규/영화배우 : 저한테는 칭찬으로 들립니다.]

[앵커]

왜냐하면 전성기 때 팬들을 자꾸 만나는 게 좋잖아요.

[한석규/영화배우 :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앵커]

그런가요?

[한석규/영화배우 : 어떤 게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그 시간을 공백기를 가짐으로 해서 많은 질문들을 받아요. '왜 그때 쉬었냐.' 한 가지 이유는 아니죠. 이런저런 복합적인 요인들이 다 섞여서 그렇게 됐는데, 그 당시 2000년도 한국 영화는 그때 굉장히 부흥기였지만 거품이 굉장히 많은 시기였어요. 영화 외적인 다른…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때 주식시장도 활황이었고 그러면서 영화산업이라는 게 다른 외부적인 요소들이 많이 돼서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앵커]

과잉됐었고?

[한석규/영화배우 : 네, 네. 그래서 편수도 그 해에 100편이 넘어갔었어요.]

[앵커]

아. 그렇게 많았나요?

[한석규/영화배우 : 네, 과연…]

[앵커]

그때 그럼 왜 쉬었느냐….

[한석규/영화배우 : 그때 저는 쉬었어요. 네.]

[앵커]

이유가 있었나요?

[한석규/영화배우 : 제 속으로는 아… 뭐라고 표현해드릴까요. 쉽지 않은 질문인데요. 저조차도 그렇고 영화산업 제가 몸담은 그 일도 그랬고 제가 하는 연기 자체도 그런 속에 좀 달떠있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 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좀 정리하고 해볼 시간 즈음이었습니다.]

[앵커]

근데 아무튼 그전에서 광고로는 많이 뵀습니다.

[한석규/영화배우 : 네, 그렇습니다.]

[앵커]

예를 들면 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광고가 굉장히 유명했죠. 그 이동통신 광고. 근데 얼마 전에 제가 다른 데서 강의를 들었는데요, 회사에서 하는. 거기서 강의자 분이 그러더군요, 요즘 세상에는 스마트폰이니까 대부분, 이걸 쉰다고 꺼두면 흔히 하는 이야기로 구닥다리다.

[한석규/영화배우 : 세상과 단절이 되는 느낌이다.]

[앵커]

오히려 스마트폰을 잘 이용하여서 뭐, 즐기는 것이 그게 쉬는 것이고 다른 세상을 만나는 거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한석규/영화배우 : 아 그렇게 말씀을 하세요?]

[앵커]

그때 그 나오셨던 광고를 예로 틀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드리고 싶은 질문은 혹시 뭐랄까 내가 이렇게 오랜 기간 활동도 하고 쉬기도 했지만, 나도 점차 이렇게 좀…이런 표현을 써서 미안합니다, 구닥다리가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라는 불안감, 배우로서는 늘 그런 것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한석규/영화배우 :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앵커]

안 그런가요?

[한석규/영화배우 : 배우의 좋은 점을 조금 거창하게 말씀드린다면, 나이 먹는 것을 기다리는 직업이 배우입니다. 저는 젊었을 땐 그런 생각 안 해봤어요. 근데 나이가 조금씩 조금씩 먹을 때 배우라는 일이 정말 좋구나 하는 그런 점들 중에 하나가 60이 되어서 70이 돼서 제가 하고 싶은 역, 그리고 그때를 기다리는 즐거움이라고 그럴까요? 그런 것이 있어요. 네, 그래서…]

[앵커]

좀 이해가 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례지만 해 바뀌면 이제 몇 되십니까?

[한석규/영화배우 : 제가 이제 만 50세 되었습니다. 선배님은 몇 되셨어요?]

[앵커]

아직 멀었습니다. 저 따라오시려면. 아 그건 이해가 갑니다. 배우로서 저는 오히려 여자배우들 특히 그렇지만, 나이 드시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얼굴도 좀 이렇게 손도 좀 많이 대시고, 전 별로 좋아 보이진 않던데요? 아, 죄송합니다. 다른 배우 얘기하면 좀 적절치는 않은데.

[한석규/영화배우 : 아마 제가 드리는 이 말을 우리 동료들은 충분히 공감하실 거예요. 나이를 먹는 것을 오히려 기다리는 그런 직업은 흔치 않잖아요?]

[앵커]

그래서 더욱 앞으로의 한석규 씨를 기대하게 된다. 이런 말씀도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렇게 말씀 나누다 보니까요, 84년에 강변가요제 나가셨던 것은 다 유명한 얘기고 90년에 KBS 방송사 성우로 들어가셨던 것도 다 유명한 얘기인데, 그건 다 들어서 아는 얘기인데 실감을 한 건 오늘입니다. 목소리가 정말 좋으시네요.

[한석규/영화배우 : 네 감사합니다.]

[앵커]

아무튼, 오늘 많은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흔히 얘기하는 전성기 이후에는 작품도 사실은 좀 오르락내리락 한 측면도 있고 해서 많은 걸 느끼셨을 테고 특히 대중화를 하는 연예인들이라면 인기 같은 것을 많이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고. 그것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아서 또 그런 분들도 많이 계시는데, 그 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평상시에 하고 계십니까.

[한석규/영화배우 : 과연 인기라는 게 뭘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생각난 게 인기라는 건 곧 젊음인 거 같아요. 젊음. 근데 제가 젊었을 때 제 젊음을 한번 생각해보면 좋은 건 알겠는데 늘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뭔가 달떠있고 불안하고 우울하고, 저에게 젊음은 좀 그런 편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제 젊음은요. 오히려 그걸 넘어서고 넘어서고 하는 지금의 약간의 평온함. 그리고 그걸 다 젊음을 이렇게 겪어내고 가는 그 후의 그것도 '아 참 좋구나' 그게 나쁘다 인기가 나쁘다 젊음이 나쁘다 이건 아니지만 그걸 겪고 넘어오면서 그 후의 또 다른 그런 게 분명히 있고, 그럼 앞으로도 제가 나이를 먹어 가면 갈수록 또 다른 무엇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걸 또 준비하고 기다리고 기대하게 되니까. 그게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왜 인터뷰를 꺼려하시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오늘.

[한석규/영화배우 : 감사합니다.]

[앵커]

영화 상의원으로 돌아오신 영화배우 한석규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한석규/영화배우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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