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연말이라 송년회 하시는 분들 꽤 많으십니다. 이런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술이고요. 그런데 술을 마시면 평소 잘하지 않던 말도 하게 되고, 행동도 달라지곤 하죠. 그러다 실수나 범죄까지 저지르는 경우도 있는데, 과도한 음주가 얼마나 위험하고, 우리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는지 실험 참가자들의 동의를 받아 관찰카메라를 통해 실험해봤습니다. 여기에서는 주로 얘기하는 폭탄주, 요즘 소맥이라는 것도 많이 합니다마는, 그걸 중심으로 알아봤는데요.
정제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연말을 맞아 직장 동료들이 함께 모여 술을 마십니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이른바 폭탄주입니다.
이런 술을 10잔 이상 마시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취재진은 직접 실험을 해봤습니다.
서로 잘 모르는 20대 남성 2명과 여성 2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서로 친하지 않은 실험 대상자들은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습니다.
술잔만 비우거나 음식만 먹습니다.
두 시간이 지나고, 폭탄주를 5잔 이상씩 마셨습니다.
깊은 대화가 시작됩니다.
이성 친구가 대화의 주제입니다.
[여성 참가자 1 : 옛날에는 진짜 바로바로 헤어지고 바로바로 만나고 그랬는데…]
[남성 참가자 1 : 바로바로가 어떻게 돼? 사람이 리필이 되는 거야?]
[여성 참가자 1 : 소개받아서 만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는데…]
대화가 끊기자,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폭탄주를 3잔 정도 더 마시자 선정적인 대화도 오고 갑니다.
[남성 참가자 1 : 여자들이 낮져밤이(낮에는 지고 밤에는 이긴다)를 좋아한다며.]
[여성 참가자 1 : 당연한 거 아닌가? 낮에는 내 성격을 좀 받아주고.]
[남성 참가자 1 : 밤에도 이긴다는 게 성적 취향이라든가 여자 성적 취향보단 내 성적 취향을…]
[남성 참가자 2 : 아니지. 여자를 좋게 해줘야 이기는 거지.]
대화가 오고 가던 중, 남성이 물을 쏟기도 합니다.
4시간이 지나자, 여성 실험대상자 한 명은 술에 못 이긴 채 결국 소파에 드러눕습니다.
참가자들은 게임도 합니다.
흥에 겨운지 목소리가 커집니다.
[실험 참가자들 : 바니 바니 당근 당근 바니 바니!]
여성 참가자가 계속 힘들어하자 남성 참가자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등 가벼운 스킨십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취재진은 전문가와 함께 실험 영상을 분석해봤습니다.
[채규만/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 : 술잔 주고받고 하면서 심리적으로는 성이랄지, 소중한, 친밀한 내용을 개방하게 되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신체적으로 접촉하고, 상대방이 접촉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이 효과를 보면 단시간 내에 친밀한 친구가 됐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런 행동의 변화는 술이 심리적인 경계를 일시적으로 허물기 때문이란 겁니다.
[채규만/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 : 술의 효과라는 게 상대방과 심리적, 신체적인 경계를 무너뜨리는 그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인위적인 술의 효과에 의해 친해지는 효과가 있지만 문제는 술이 깨면 현실로 돌아오면 그게 아니죠.]
술 때문에 큰 실수를 저지르거나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술이 몸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실험 참가자들 중 2명의 자율신경계와 뇌파를 측정해봤습니다.
자율신경계란 맥박이나 혈압, 식욕 등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조절되는 신경계를 뜻합니다.
두 참가자 모두 술을 마신 이후에 자율 신경 활성도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즉 몸을 자율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스트레스 지수와 피로도 등도 술을 마신 이후 더 나빠졌습니다.
뇌 상태에도 변화가 나타납니다.
특히 술에 약한 여성 참가자의 경우엔 평온했던 마음가짐이 술을 마신 이후 불안감과 긴장감이 증가한 상태로 바뀐 게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이윤경/차움 가정의학과 교수 : 자율신경계 기능이 떨어지고, 외부 환경에 대항하는 능력은 굉장히 떨어지고, 심장 안정도도,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면서 심장 안정도가 굉장히 감소한 영향을 보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신체 자율신경계 기능이 무너지고 리듬이 깨진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심근경색이나 심혈관계 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별 생각 없이 마시는 한 잔 두 잔 술이 우리도 모르는 새 치명적인 사고를 부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