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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최종 정답 발표 D-4, 수능 '출제 오류' 총정리

입력 2014-11-20 22:34 수정 2014-11-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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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능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논란이 뜨겁습니다. 교육과정평가원에선 이의제기가 들어온 문제들에 대해 다음 주 월요일에 결론을 내겠다고 했습니다. 학생들은 다음 주 월요일을 굉장히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 오늘(20일) 팩트체크에서 먼저 다뤄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어떤 문제가 논란인지 순서대로 다루는데, 물론 김필규 기자가 여기서 결론을 낼 수는 없는 거지만 여러 전문가에게 여쭤보긴 했죠? 대략 어떤 쪽으로 답이 나올 것 같다는 것…오늘 얘기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위험할 수도 있으니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 보죠.

[기자]

알겠습니다. 평가원에 이의제기가 많이 들어온 문제 3개를 골라 분석해봤는데요, 우선 생활과윤리 7번 문항입니다.

(가) 사상 관점에서 볼 때 (나)의 빈칸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을 고르라는 건데, 인을 강조하는 유교사상 관점에서 볼 때 형제간의 우애에 대해 뭐가 맞는 설명이냐는 문제입니다.

[앵커]

형제간의 우애, 글쎄요. 어떤 부분이 문제였던 겁니까?

[기자]

네, 보기 ㄴ이 문제가 됐던 건데요.

'의가 상함이 없이 서로 잘못을 깨우치도록 하는 것'. 이것도 좋은 말이지만 형제간의 우애를 뜻하는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 학생들이 많았던 겁니다.

그러니까 '서로 잘못을 깨우치다' 이건 '권면'을 뜻한다는 건데요, EBS 교재를 충실히 보면 바람직한 친구 관계를 설명하면서 '권면정신에 근거해야 한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앵커]

EBS 교재상으로 보자면, 권면은 친구지간이다, 형제지간은 아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충실하게 본다면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는 거겠죠.

그래서 형제간의 우애가 아니라 친구간의 도를 이야기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었던 겁니다.

[앵커]

어찌 보면 좀 암기식 교육에 따른 문제풀이 같은데, 그러면 복수정답이 될 가능성은 있는 건가요?

[기자]

그러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금 전에도 지적하셨지만, 권면이라는 게 과연 친구 간의 전유물인 것이냐 하는 문제제기인데요.

공자도 논어에서 '권면'은 군주나 신하 간에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에게도 물어봤는데요.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

[이기동 교수/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 부부간에도 해당되는 것이고, 인간관계에 다 해당되는 건데… 권면이 해당되지 않는 관계는 없는데요? 다 해당이 되는데. 특별히 형제간에는 의를 상하면 안 되니까. 의 상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열심히 권면하는 게, 잘못을 깨우쳐 주는 게 도리죠.]

[앵커]

일반적인 관계에서 '권면'은 있을 수 있다, 이런 말씀이시죠? 그런데 EBS에는 이게 친구지간으로 나온 바람에 학생들이 형제지간으로까지는 생각을 안 했다는 얘기잖아요?

[기자]

그런 학생들이 일부 있었던 겁니다.

[앵커]

글쎄요, 이건 어떻게 될지…이건 우리가 답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문가의 말씀을 들어보면 어느 정도 답은 나와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영어에서도 논란이 된 문제가 있었죠? 이건 매우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수 있는 것 같군요.

[기자]

예, 영어 25번입니다. 미국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에 어떤 정보를 많이 올리느냐 하는 지문에서 틀린 보기를 고르는 건데, 5번 보기가 문제가 됐습니다.

'2%였던 게 20%로 올랐으니까 18%가 증가했다' 이런 내용인데, 이게 저도 기자 초년병 때 기사 쓰면서 많이 혼났던 부분입니다.

[앵커]

저 경우에 18%가 오른 게 아니라 '18% 포인트'가 오른 거라고 해야 한다, 만약 18%가 올랐다고 하면 전혀 수치가 달라진다는 얘기잖아요?

[기자]

예. 맞습니다. 2라는 숫자에서 18%가 올랐다고만 하면 2.36%가 되는 거지, 20%가 되는 건 아닌 거죠.

제대로 된 답은 퍼센트라고만 하는 게 아니라 퍼센트포인트라고 해야 맞는 겁니다.

출제자들은 원래 4번 보기가 답이라고 했지만, 이렇게 되면 5번도 답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일부 관계자 사이에서 "영국에선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를 혼용해서 쓰기도 한다. 더 확실하게 틀린 보기가 있으니 복수정답 처리하기 힘들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건 아닐 것 같은데, 영국에서 실제로 그렇습니까?

[기자]

그래서 제가 또 직접 찾아봤는데요, 일단 영국의 유명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도 보시는 것처럼 퍼센트와 percentage-point를 분명히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 정부의 한 교육청이 낸 글쓰기 지침도 찾아봤더니, 아예 "percentage-point와 퍼센트를 꼭 구분해라" 이렇게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관계자 이야기는 완전히 틀린 얘기가 되네요.

김필규 기자가 고백했으니 저도 고백하자면, 저도 입사 1~2년차 때 후배가 이 문제를 물어왔던 적이 있습니다. 포인트가 붙는 것과 다른 것이 뭐냐. 그때 잘 몰랐었습니다. 바로 찾아봐서 그때부터 알기 시작한 건데, 사실 많이 헷갈릴 수도 있죠. 그런데 아주 명확한 문제임엔 틀림없는 거고요. 알겠습니다.

우리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이 문제는 굉장히 어려워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특히 문과 공부한 분들은 참 어려운 문제인데, 지금부터 정자세를 하고 파고 들어가 보죠. 최대한 쉽게 얘기해봅시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생명과학Ⅱ, 맞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저에게도 큰 도전이었는데요. 생명과학II 8번 문항인데요,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해 먹고 사는 야생형 대장균과 관련된 문제였습니다.

문제가 된 건 보기ㄱ이었습니다. "젖당이 있을 때 야생형 대장균에서 RNA 중합효소는 '조절 유전자'에 결합한다"는 문장을 가지고 출제자는 맞는 보기라고 하는 것이고, 학생들 중에는 틀린 내용이라는 주장이 있어서 논란이 됐던 겁니다.

[앵커]

젖당, 야생형 대장균은 뭐고 RNA 중합효소는 뭐냐, 단어가 생소한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좀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기자]

시간상 아주 자세하게 설명드릴 순 없겠지만,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보기 ㄱ에 있는 문장을 하나하나 분해해서 설명해볼 텐데요, 먼저 '젖당이 있을 때'라는 부분! 이것부터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젖당 분해와 관련해서 여기 이 RNA 중합효소라는 것들이 계속 유전자들하고 작용을 하는데요, 그런데 이 조절 유전자와 RNA 중합효소는 젖당이 있건 없건 간에 계속 작용을 합니다.

그러니 굳이 '젖당이 있을 때'라는 표현을 써서 오히려 문장을 헛갈리게 만들었다는 거죠.

그 다음이 더 문제입니다.

'RNA 중합효소가 조절유전자에 결합한다'. 이것은 엄밀히 따지면 이 유전자에 결합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옆에 프로모터라는 게 더 있는데, 거기에 결합을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보기 내용은 완전히 틀린 표현인 거죠.

[앵커]

학계의 판단도 대부분 틀렸다는 데에 동의하는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는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배우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부 교수들은 대충 이 조절유전자 부위에 달라붙는다 정도로 이해한다면, 꼭 틀렸다고만 볼 수 있겠느냐 해서 복수정답 처리하자는 의견이고요, 또 다른 쪽에선 팩트가 틀리지 않았느냐, 엄격하게 정답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이런 주장도 나오는 겁니다.

[앵커]

저희가 이걸 시작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마는, 지금까지 이야기를 종합해보자면 생명과학과 영어 문제는 복수정답이나 정답 수정 가능성이 있고, 특히 아까 영어 문제는 완전히 틀린 것이니까요. 그리고 생활과윤리 문제는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겁니까?

[기자]

제가 전문가들에게 물어보고 취재한 바로는 그렇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결과는 다음 주 월요일에 밝혀지겠죠.

그런데 지난해 세계지리 문제 오류의 파장이 아직까지 있지 않습니까. 신속하고 명확한 결론을 내려야 더 큰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점, 교육부와 평가원이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앵커]

그나저나 한 번 시험보고 3개씩이나 문제제기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시스템을 바꾸든가 해서 앞으로 제대로 된 문제를 좀 내야겠군요.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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