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 싱글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겠다. 이른바 '싱글세' 논란이 며칠 뜨거웠습니다. 복지부에서 논의한 바 없다고 급히 불을 껐지만, 여전히 온라인에서는 독신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 같군요. 오늘(13일) 팩트체크에서 이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김진일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싱글세의 정체가 뭔가. 결혼을 안 했다, 아이를 낳지 않았다고 해서 세금을 더 낸다…아니라고 얘기했으니 좀 가라앉아야 하는데, 여전히 의구심들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이런 종류의 세금이 실제로 있었다면서요?
[기자]
네, 찾아보니 실제로 있더라고요.
[앵커]
우리나라는 아니죠?
[기자]
네, 우리나라는 아닙니다. 싱글세의 역사는 멀리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미혼여성에게 독신세를 부과한다, 결혼한 후 셋째 아이를 낳아야 면제해 준다, 이게 로마시대의 싱글세입니다.
근대로 넘어와서는 주로 악명 높은 독재자들이 독신세를 만들어 시행했는데요, 인구를 늘려 국력을 키우고 전쟁에서 이기는 걸 목적으로 했습니다.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 무솔리니,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경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4년 전 우크라이나 테르노폴 시의회가 싱글세를 추진하다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앵커]
각자 그때의 상황에 의해 자신들의 논리로 싱글세를 매겼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싱글세 논란이 불거진 것,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기자]
네, 싱글세 논란이 커지면서 2005년과 2010년에도 정부가 추진한 것 아니냐는 언론 보도가 조금 나왔었는데요. 확인해보니 그건 아니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추진한 적은 없었습니다.
지난 2005년에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저출산 문제 관련 보고서인데요, 이 보고서 안에 "독신이 너무 늘어나니까 인식을 바꾸기 위해 '독신세' 신설을 고려해 봐야 한다", 이런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이 보고서가 당시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의 정책관련 게시판에 올라가면서, '정부가 추진한다'는 얘기로 와전됐던 겁니다.
2010년의 경우에도 싱글세 추진이 아니라 세법개정안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앵커]
이것도 역시 이번 싱글세 논란처럼 "오해다", 이런 얘기가 되겠군요. 그럼 우리 정부가 싱글세를 추진했다는 건 틀린 얘기가 되는 건가요?
[기자]
네, '싱글세'라는 이름으로 직접 내는 세금은 추진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싱글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사람들보다 '사실상' 세금을 더 내야하는 쪽으로 세법이 바뀌긴 했습니다.
아까 그 보고서가 나온 다음해죠.
2006년에 정부는 1인가구나 2인가구에게 주던 소득공제 혜택을 없앴습니다.
대신 아이를 많이 낳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세법을 바꿨습니다.
2010년에도 다자녀 가구에 세제혜택을 줬습니다.
다자녀 가구의 세금 공제 금액이 2배로 늘었는데요, 두 경우 모두 목적은 출산 장려였습니다.
조세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싱글세를 직접 매길 수는 없지만, 이런 방식을 통해서 사실상 세금을 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인데요, 한 번 들어보시죠.
[김은경 선임연구위원/경기개발연구원 : 아무래도 소득공제 시스템에서 가족 제도를 기반으로 해서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준 거고… 개인으로 보면 아무래도 결혼가정들이, 특히 중산층 월급쟁이들 관점에서 보면, 기본적으로는 싱글이 사실은 싱글세를 내고 있는…]
[앵커]
혜택을 주지 않거나 혹은 불이익을 줌으로써 사실상 싱글세를 거둔 거나 마찬가지다, 이런 이야기인데요. 그럼 실제로는 싱글이 얼마나 더 세금을 많이 내고 있습니까? 그걸 따져보면 금방 나올 것 같은데요.
[기자]
그래서 직접 따져봤는데요, 국세청 홈페이지에 소득세를 직접 계산해볼 수 있는 간이계산기가 있습니다.
여기에 똑같이 월급 300만 원을 받는 두 사람의 한 달 소득세를 비교해 봤는데요, 먼저 독신인 경우에는 한 달에 8만 8510원의 세금을 냅니다.
반면 배우자가 있고 자녀가 둘인 4인 가족의 가장은 이보다 훨씬 적은 월 1만 8810원을 냅니다.
월 7만 원 가까이 나는 건데요, 배우자와 자녀 2명에 대한 소득공제 효과가 이렇게 큰 겁니다.
[앵커]
우리나라 행정체계가 가족단위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보니 이런 상황이 나온 것 같은데요. 이것도 생각을 좀 바꿔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 그런 생각도 들긴 합니다. 요새는 워낙 싱글족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세금 공제 말고도 싱글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자동차 보험도 가족 특약을 받을 수 없는 독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할 수 있고요, 회사가 보증해주는 전세자금 대출액수도 수천만 원씩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최근 기업들이 근속년수가 아니라 결혼 여부로 기준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앵커]
흔히들 삼포세대라고 하잖아요. 취직 포기, 결혼 포기, 출산 포기. 우울한 자화상이기도 한데…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란 얘기도 많이 하니까요. 그분들 입장에선 굉장히 억울한 상황이 되겠죠.
[기자]
그런 점을 대변해주는 설문조사가 있었는데요. 이 조사 결과를 한번 보시죠.
응답자 가운데 30%가 결혼은 사치라고 답했는데요, 그 이유가 뭐냐고 다시 물어봤더니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경제적인 이유를 꼽았습니다.
돈이 없어 결혼을 할 수 없다는 거죠.
3억.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아 대학까지 보내는데 드는 돈이라고 합니다.
올초에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내놓은 조사결과인데요, '돈 없어 결혼 못하는 사람한테 돈을 더 내라고 하면 어쩌라는 거냐' 싱글들의 하소연이 절절해 보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저출산 문제 고민하는 정책담당자들이 좀 새겨들어야 할 내용인 것 같습니다. 팩트체크 오늘 순서 마무리할 텐데, 2주일간 김진일 기자가 김필규 기자를 대신해 열심히 잘 해줬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