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처음으로 맥주 수입량이 수출량을 앞질렀습니다. 이 소식, 저희도 전해드렸는데요, 최근 대형마트에 가면 오히려 국내산 맥주보다 수입맥주가 더 싸게 팔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업계에서는 이게 국내산 맥주에 대한 역차별 때문이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데요. 과연 그럴까요? 오늘(6일)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수입맥주가 더 싸다…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분들 많을 것 같습니다. 실상은 어떻습니까?
[기자]
저도 궁금해서 방송 전에 직접 대형마트에 나가봤는데요, 영상 함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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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국내 한 대형마트입니다.
주류코너인데요. 최근 국내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독일 맥주입니다. 500ml 캔 하나가 16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국산 맥주를 살펴볼까요. 최근 주목받는 국산 맥주인데요. 같은 용량에 2080원에 팔립니다.
아까 보셨던 독일맥주보다 400원 넘게 비싼데요. 저렴한 편인 국산 맥주들도 200원 정도 비쌉니다.
국산 맥주들은 이렇게 팝콘이나 땅콩 같은 작은 증정품을 선물로 줍니다. 하지만 수입 맥주들은 고급 잔을 증점품으로 줍니다. 작은 증정품밖에 주지 못하는 국산 맥주보다 소비자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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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값도 싸고 사은품은 더 좋네요? 물 건너 오는 물건이 더 싸다,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국내 맥주회사들은 '역차별'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수입맥주 보다 국산맥주에 매겨지는 세금이 더 많고, 그러다 보니 가격 경쟁력을 갖기가 어렵다는 건데요, 실제로 비교를 한 번 해봤습니다.
수입맥주나 국산맥주나 주세율은 72%로 같습니다. 하지만 세금을 붙이는 기준, 그러니까 과세표준이 차이가 있는데요.
국산맥주는 이렇게 맥주 원가에 광고비를 비롯한 판매비와 관리비, 영업비, 제조사 마진까지 더해서 나오는 '출고가'를 세금 매기는 기준으로 잡고 있습니다.
반면에 수입맥주는 그렇지 않습니다. 국내유통이나 홍보, 영업, 마진비용 등이 빠진 상태에서 맥주 수입원가에 관세만 붙인 게 기준이 되죠. 국산 맥주보다 세금이 덜 붙으니 그만큼 더 싸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 세금차이를 비교해보면요, 330ml 에일맥주를 대상으로 했을 때 20% 정도가 차이 나네요. 그만큼 국내맥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체들 얘기입니다.
[앵커]
그런데 수입맥주에는 관세도 붙잖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유럽산 맥주에는 15%, 미국산 맥주에는 17.1%의 관세가 붙는데요. 아까 국산맥주에 세금이 20% 정도 더 붙는다고 했죠? 관세를 생각하면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건 아닌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수입맥주는 관세가 붙고, 국산맥주는 주류세가 붙고, 똑같이 세금 붙는 건 비슷하게 붙으니까 상관없다, 그런데 아까 잠깐 마트에 가서 봤습니다만, 예를 들어서 홍보·마케팅비 이런 건 어떻게 됩니까?
[기자]
국산맥주업체들이 제기하는 문제가 그겁니다. 그러니까 국내 규제 때문에 판촉활동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얘기인데요, 자료 한 번 보시죠.
국세청이 주류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만든 규정인데요. 주류 거래금액의 5%를 초과하는 경품은 안 된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건, 국산이나 수입이나 똑같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차이가 있는데요, 국산 맥주는 출고가가 정해져 있고, 수입맥주는 가격을 조정하기가 쉽습니다. 수입맥주가 가격을 높게 정해서 좋은 경품을 끼우고, 팔 때는 대폭 할인을 해주는 방식을 쓰면 국산맥주보다 가격이 싸더라도 더 좋은 경품을 줄 수 있는 겁니다.
[앵커]
그거는 국산맥주가 좀 불리한 측면이 있긴 있네요. 그런데 당초에 국내업계에서 주장했던 대로 세금을 더 내서 그렇다 이건 아닌 것 같네요?
[기자]
맞습니다. 결국은 중요한 건 가격경쟁력이거든요.
국산맥주는 출고가, 수입맥주는 수입원가. 누가 더 싸게 하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국산맥주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입니다. 한 번 들어보시죠.
[박지호 간사/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 국내 대형맥주회사들은 정부에 기대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정당하게 수입 맥주회사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 맛을 개발한다든가 품질·가격 경쟁력, 이런 것들을 담보하기 위해서 자구책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세금 핑계는 대지 마라, 품질로 승부하는 것이 더 낫다, 판단은 소비자들이 한다. 무서운 얘기죠, 시장에서는. 수고했습니다. 김진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