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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어디까지가 정당한 방어인가…그 범위는?

입력 2014-10-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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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디까지를 정당방위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 저희도 이 사건 관련해 지난 금요일 보도해 드렸는데요, 오늘(27일) 검찰에서 이와 관련해 '정당방위로 보기 힘든 이유'라는 자료까지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오늘 팩트체크에서 이 문제 다뤄보겠습니다. 사실 좀 어려운 문제이긴 한데요, 김필규 기자가 나름대로 열심히 조사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일단 사건이 알려졌던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사건 경위를 좀 설명해주시죠.

[기자]

예. 법원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건을 담담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먼저 20세의 최모 씨. 술을 마시고 사건 당일 새벽 3시에 귀가했는데 집에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서랍을 뒤지고 있던 절도범 55세 김모 씨를 발견했습니다.

범인이 도망가려고 하자 달려가서 얼굴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가격해 때려눕혔습니다. 범인에게 칼이나 흉기는 없었고요.

이후 쓰러져 있는 범인의 머리를 10분 동안 몇 차례 발로 걷어찼는데, 또 주위에 있던 철제 빨래 건조대로 등도 내리쳤고 본인의 허리띠도 풀어서 때렸습니다.

결국 범인은 응급실로 후송됐지만 의식불명이 됐고요, 5개월이 지났는데도 차도가 없자 지난 8월 법원은 이 방어행위가 사회통념을 벗어났다면서 1년 6개월 형을 선고한 겁니다.

[앵커]

그런데 어찌 됐든 무단침입한 도둑 아니냐, 불이 켜져 있었다고 해도 그 사람이 갑자기 주머니에서 칼을 꺼낼 수도 있는 것이고 흉기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과도한 폭행이었느냐 아니냐로 갈리는 것 같은데요.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고, 그럴만하다는 의견도 있고, 좀 갈리는 것 같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오늘 검찰이 해명자료까지 냈는데요.

피고인, 그러니까 도둑을 때린 사람이 폭력전과가 몇 차례 있었다, 그리고 건조대와 허리띠 뿐 아니라, 거실에 놓여 있던 신발로도 때렸다. 그러니까 닥치는 대로 폭력을 휘둘렀다는 거죠. 또 현장에 절도범의 혈흔이 낭자했다…따라서 정당방위를 인정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그 정도로 폭행이 과도했다고 판단한 모양이군요. 법원의 입장에서는. 그런데 법원이 그런 판결을 내렸을 때에는 법적 근거가 있었을 텐데, 어떤 근거입니까?

[기자]

일단 형법에서는 정당방위에 대해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벌하지 않는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상당한 이유'는 무엇을 말하느냐, 경찰에선 그동안 판례를 바탕으로 이에 대해 8가지로 정리했는데요.

주요 내용 보면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면 안 된다, 상대가 폭력을 멈추면 자기도 멈춰야 한다, 또 내가 다친 것보다 상대가 더 다치면 안 된다 이런 내용입니다.

[앵커]

이 경우에는 쓰려져 있는 상태에서 10분 간 더 폭행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런 판결을…

[기자]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한 이유가 안 된다고 법원이 본 겁니다.

[앵커]

그런데 '상대방 피해가 본인보다 심하지 않아야' 이건 여러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겠으나, 현장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그리고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그런 것도 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아무튼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것 같습니다. 실제 상황에 대입해서 설명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그래서 제가 여러 변호사에게 자문을 얻어 집에 강도가 들어왔다고 할 때 시나리오 별로 그 결과를 분석해 봤습니다.

먼저 칼을 들고 위협하는 도둑을 격투 끝에 제압했는데, 도둑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을 경우, 정당방위가 인정된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일단 실제적인 위협이 있었고요, 얼마 전까지 3주이상 상해를 입히면 안 된다는 기준이 있었지만, 이게 너무 과하다 해서 최근에 경찰의 정당방위 요건에서 빠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케이스는 굉장히 많기 때문에 다 설명하긴 어렵겠습니다마는, 도둑이 들고온 칼을 빼앗아서 상해를 입혔다면?

[기자]

이런 경우에는 상황을 좀 더 봐야 하는데요, 일단 '과잉방위'라는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칼을 빼앗는 과정에서 엎치락뒤치락하다 찌른 거라면 정당방위지만, 칼을 빼앗은 상태에서 흥분해 찌르거나 대치 상황에서 찔렀다면 정당방위를 인정받기 힘들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도둑이 흉기를 들고 오진 않았지만, 부엌에서 마주쳤을 상황. 그래서 도둑이 부엌칼을 집을 수도 있겠다 판단해 때려 눕히고 상해를 입힌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이 경우에는 도둑이 부엌칼에 접근하는 등 의심스런 행동을 했을 때만 정당방위를 인정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사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참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이 발생하지 않습니까. 케이스별로 대응하기 참 어렵단 말이죠. 그래서 미국 같은 경우 우리보다 정당방위 범위를 좀 더 넓혀놨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에서 지난해 자신의 얼굴을 먼저 때렸다는 이유로 흑인 소년에게 총을 발사해 숨지게 한 짐머먼 사건이라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법원에선 정당방위로 무죄평결을 내렸는데, 그러자 이번 도둑 뇌사 사건도 미국이었으면 정당방위였을 거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선 미국의 특수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았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양지열/변호사 : 미국 같은 경우는 총기 소지 국가잖아요. 총이 있기 때문에 방어의 경우에도 이쪽에서 먼저 공격을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모 아니면 도'인 상황이지, 우리처럼 주먹질 몇 대 하고 끝나는 게 아닌 거죠.]

[앵커]

미국의 상황은 누구나 총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니까 특수한 상황이라고 치고, 다른 나라는 어떻습니까?

[기자]

보통 우리 법체계를 독일에서 많이 따왔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독일 사례 관련 논문을 좀 봤는데요. 중대 법대 김성천 교수의 논문을 봤더니 독일은 정당방위의 범위를 넓게 보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와 일본은 상대적으로 엄격하다고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91년 이후 가정폭력 피해자인 아내가 가해자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21번 있었는데,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앵커]

그런가요? 우리는 굉장히 좁게 본다는 얘기가 되는데, 글쎄요, 1심 결과만으로 판단하긴 어렵겠습니다마는 이번 경우 2심, 3심 갈 것 아닙니까? 어떻게 될 거라고 예상합니까?

[기자]

앞으로 항소심, 상고심 남아 있어서 제 이야기가 재판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습니다마는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분명히 이번 사건에 과도한 폭력이 있었던 것 사실이고요, 논란이 일면서 불안감이 커진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나올 때는 어디까지가 정당방위고, 어느 게 과잉방위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 함께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오늘 자세히 잘 준비했습니다. 팩트체크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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