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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멘탈노트 첫 공개③]"당신의 뇌를 속여라!"

입력 2014-09-17 05:03 수정 2014-09-1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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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멘탈노트 첫 공개③]"당신의 뇌를 속여라!"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효주가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뒤 취재진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G애드 제공


[김효주 멘탈노트 첫 공개③]"당신의 뇌를 속여라!"김효주가 노트에 적어 놓은 <퍼팅 라인을 보는 법>의 도해다. 퍼팅 때는 공과 홀(컵)을 잇는 퍼팅 라인을 상상한 뒤 3개의 라인으로 나눠서 스트로크한다는 뜻이다. 사진=최창호 기자


프랑스 에비앙에서 지난 15일(한국시간) 끝난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극적으로 우승한 김효주(19·롯데)가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김효주가 백전노장 카리 웹(40·호주)을 상대로 마지막 72번째 홀에서 4m 짜리 버디로 1타 차의 짜릿한 재역전극을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김효주는 지난해까지 이 노트를 꾸준히 작성했다.
 
그렇게 간단한 골프일기로 시작된 노트는 시간이 흐르면서 라운드 후기는 물론 스윙의 문제점을 메모하는 스윙 노트로, 그리고 그걸 다시 읽고 그때의 심리 상황 등 자신의 생각을 추가하면서 정신적인 '멘탈노트'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기자가 이 노트의 메모를 꼼꼼히 읽어보니 크게 네 가지로 정리돼 있었다.

첫째는 확고한 판단력이 요구되는 샷의 준비(루틴) 요령, 둘째는 스윙의 기술적인 요소, 셋째는 멘탈 및 플레이 전략, 넷째는 유명 인사의 강의 내용(뇌 훈련과 꿈을 이루는 공식)을 자신의 방식대로 요약해 두고 있었다.
 
노트에 적힌 그의 프리 샷 루틴의 몇 가지 원칙을 공개하면 이렇다. ①한 홀마다 클리어(clear)한다 ②어드레스 들어가기전에 확실하게 결정한다 ③루틴은 짧을수록 좋다 ④그러나 루틴, 내가 가진 시간은 하늘이 주신 시간이다. 최대한 잘 활용해서 정확한 결정을 내린다 ⑤계속 고민이 돼서 늦은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 빨리 하나를 택했다면 그 하나(결정)를 믿고 플레이 한다.
 
그 내용이 하나 같이 아주 단호한 판단력과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원칙을 세워놓고 있어도 경기 중에 한 순간 방심하게 되면 판단에 혼선이 오게 된다"고 말했다. "실수는 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나와요. 실수는 어떤 샷이든 그 자체로서 최악이죠"라고 했다.
 
스윙의 기술적인 메모 중에서는 클럽헤드의 움직임에 따른 구질과 그린주변의 어프로치 샷, 그리고 3m 이상의 거리에서 퍼팅 라인을 읽는 체크하는 요령 등이 눈에 띄었다. 단순하고 명료했다. 그 중에서도 퍼팅 라인을 보는 방법에 관심이 갔다. '3m 이상의 거리에서 훅이나 슬라이스 퍼팅 라인을 읽을 때는 3개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잡고 그 라인별로 스피드를 체크해야 한다'고 메모돼 있었다.

[김효주 멘탈노트 첫 공개③]"당신의 뇌를 속여라!"<뇌>에 대한 김효주의 생각이다. <미래 기억 속에 희망을 심어라>, <인간은 자신의 뇌를 속일 수 있다> 등 자기 최면이 강한 모습을 읽을 수 있다. 그가 에비앙 챔피언십 마지막날 72번째 홀에서 4m짜리 버디를 잡아내며 재역전극을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진=최창호 기자


예를 들면 공이 놓인 지점에서 처음 1m 구간, 이어 그 1m 지점에서 2m 구간, 그리고그 2m 지점에서 3m의 홀(컵)의 구간이 그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2m 지점에서 3m의 홀(컵)을 겨냥할 때는 공이 그 홀의 센터를 타고 들어가는 라인을 찾아야 내야 한다는 점이다.
 
"퍼팅을 잘 하려면 '자신감을 만드는 연습'을 해야 해요. 생각보다 단순해요. 쉬운 퍼팅 거리의 퍼트를 많이 연습하는 겁니다. 많이 해서 그 거리의 퍼팅을 많이 넣게 되면 그게 곧 자신감이 되는 거죠." 김효주의 골프 생각은 정말 심플했다. 그렇다면 그는 경기가 안 풀리고 보기를 해 감정의 변화가 일게 되면 어떤 방법으로 그 상황을 극복하는 것일까.
 
"성격이 좀 무뎌서 화내는 것을 잊을 때가 많죠(웃음). 그냥 보기를 하면 무조건 한모금의 물을 마셔요. 물을 마시는 행위는 조금 전의 실수한 감정과 앞으로 다가오는 홀의 감정을 서로 단절시키는 역할을 하는 셈이죠. 보기를 하면 다음 홀에서 버디로 만회하려는 강한 마음이 생겨요. 그 긴장감을 줄이기 위해 물을 마시는 거죠."
 
김효주의 노트 중간엔 '뇌는 밭과 같다'는 귀절이 적혀 있었다. 유명 인사의 말이라고 했다. 그는 "인간은 자신의 뇌를 속일 수 있다"며 "그렇게 미래의 기억 속에 희망을 심게 되면 멘탈이 더 강해진다"고 웃었다. 그가 마지막 홀에서 재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최창호 기자 ch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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