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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1차 지명 김재성의 '제주 소년 상경기'

입력 2014-07-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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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1차 지명 김재성의 '제주 소년 상경기'


아직 얼굴에 여드름 꽃이 활짝 핀, 앳된 고등학생이다. 하지만 마음 속 꿈만큼은 그 누구보다 단단하다.

LG는 지난달 2015 1차 지명 신인으로 덕수고 포수 김재성(18)을 선택했다. 포수난에 시달리던 LG에는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LG 스카우트팀은 김재성에 대해 "오랜만에 나온 대형 포수감"이라고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김재성의 고향은 제주도다. 그는 제주 신광초등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신광초는 강민호(롯데)와 고원준(상무) 등을 배출한 학교이다. 김재성은 "워낙 활동적인 성격이라 아버지께서 야구를 추천해 주셨다. 집과 학교가 1분 거리였다. 어머니께선 야구부 아이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늘 지켜봐왔기 때문에 처음엔 반대를 하셨다"고 했다. 김재성은 야구가 좋았다. 어머니는 고민 끝에 김재성에게 "대신 끝까지 해야한다"며 어렵게 허락을 했다.

그리고 김재성의 부모는 또 하나의 결단을 내렸다. 아들을 서울로 야구 유학을 보내는 것이었다. 서울에 가면 더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컸다. 김재성은 서울 성남중에 입학했다. 서울에서 그는 혼자였다. 숙소생활을 했다. 힘들었다. 눈물로 밤을 지새는 일이 많았다. "집에 가고 싶다"며 부모에게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의 부모는 "할 수 있다"며 아이를 달래야 했다. 하지만 김재성은 잘 이겨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자립심과 근성이 저절로 자라난 것이다.

성남중을 졸업한 선수들은 대부분 같은 재단인 성남고로 진학한다. 하지만 정윤진 덕수고 감독과의 만남이 그의 진로를 바꿨다. 정 감독은 김재성에게 "최고가 되고 싶으면 와라. 최고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덕수고 진학이 결정된 후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할 정도로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김재성은 '최고'가 되기 위해 이를 감내했다. 정윤진 감독은 김재성의 재능을 일찌감치 봤다. 김재성은 고교 2학년 때인 지난해부터 주전 마스크를 썼고, 덕수고는 그해 6번의 전국대회에서 황금사자기, 청룡기, 협회장기 대회 등 3관왕에 올랐다.

올해 초반 김재성은 부진을 겪었다. 동계 훈련 기간 부상을 당하며 쉰 탓에 정상 컨디션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올해 첫 전국대회였던 황금사자기에서도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서울 연고 팀들 사이에서 유력한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되긴 했지만, 확실한 것도 아니었다. 김재성은 "진짜 기대를 안했다"며 "1차 지명은 나 혼자 잘해서 받은 게 아니다.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고 했다.

김재성은 1차 지명이 발표되고 들뜬 마음으로 곧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아버지는 "수고했다. 이제 시작이니 긴장 늦추지 말고 열심히 달리자"고만 했단다. 아들 입장에선 서운할 법도 했다. 하지만 김재성은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아버지께선 내가 들떠 있게 될까 봐 걱정을 하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제주에서 상경해 처음 잠실구장에 갔던 날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LG와 두산의 경기였다. LG쪽 관중석에 앉아 신나게 응원을 했다. LG 응원가를 듣다 보니 가슴 속에서 뭔가 뜨거워지면서 꼭 이 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재성은 포수이면서 왼쪽 타석에 들어선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포수를 해온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학교 시절부터 매일 2000개씩 팔굽혀펴기를 하며 길러진 어깨 힘과 근력은 그를 더 돋보이게 한다. LG 스카우트팀 관계자들은 "고교 시절 정상호(SK), 강민호(롯데)를 연상하게 하는 선수"라고 입을 모은다. 이어 "아직 보완할 점이 많지만, 몇 년 후에는 그 선수들을 능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김재성도 "프로에서 최고가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원 기자 rasp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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