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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해산 이집트…군부 '조용한 쿠데타' 비난

입력 2012-06-16 10:31

군부의 순조로운 권력이양 의지 의심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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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의 순조로운 권력이양 의지 의심 받아

"최근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것은 군부의 새로운 자신감과 아마도 자만심이다."

카이로에 있는 유럽국제관계위원회(ECFR)의 분석가 엘리자 자르완은 대통령 결선투표를 하루 앞두고 격랑에 빠져든 이집트의 현 상황을 이같이 표현했다.

그는 "(군부가) 가능한 한 현상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14일(이하 현지시간) 아흐메드 샤피크(71)가 대선 결선에 나설 자격이 있다는 판결과 더불어 6개월 전 치러진 총선이 위법하다며 의회 해산 명령을 내렸다.

샤피크의 후보 자격 논란을 낳은 `무바라크 정권에서 고위 공직을 지낸 인사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내용의 `정치적 격리법'은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샤피크는 호스니 무바라크 집권 시절 마지막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군인들이 의회를 포위하다'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헌재의 결정이 무바라크 시절 사법부와 보안당국에서 일한 세력들과 결탁한 군부가 무슬림형제단이 내세운 모하메드 모르시(61) 후보의 대선 승리를 허용하는 것보다 `쿠데타'를 감행했다는 두려움을 촉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FT는 이집트 군부가 권한 확대를 시도하고 있고, 지금의 위기를 준비해왔다는 징후들이 여럿 있다고 덧붙였다.

SCAF는 15일 긴급회의를 열고 새 의회가 구성될 때까지 입법과 예산에 관한 모든 권한을 확보했다. 헌재의 결정을 즉각 받아들인 것이다.

현지 언론매체는 SCAF가 새 헌법과 대통령의 권한을 규정할 제헌 의회 구성과 관련한 선언을 곧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새 대통령은 의회가 없으면 헌재에서 취임선서를 하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해 SCAF가 신임 대통령의 권한을 일방적으로 규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군부는 헌재 결정이 나온 직후 군인들을 의회건물 주변에 배치하고 의원들이 의회건물에 들어가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의회는 물론 수도 카이로 곳곳에 수천 명의 전투복 차림의 병력을 배치해 검문소들을 세우고,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고 언론매체들이 보도했다.

헌재는 SCAF에 민간인을 체포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도 줬다.

해산 명령이 내려진 의회에서 최대 의석을 확보했던 무슬림형제단은 헌재의 결정과 군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격분했다.

샤피크와 대선 결선에서 경쟁할 모르시(61)는 결선에 나서겠다면서도 구정권 내부의 소수집단이 시민혁명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성명을 통해 "민주주의 혁명이 일군 성과들이 군부에 의해 수포로 돌아가고 있고, 독재정권의 상징 중 하나에 권력을 넘겨주려고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혁명청년연합 등 6개 자유주의 정당과 단체들도 "헌재의 의회 해산 명령과 샤피크의 후보자격 인정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군부의 조용한 `쿠데타'"라고 규정하고 "대선 결선투표는 군부의 권력 연장을 합법화하려는 `쇼'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이슬람근본주의 세력은 군부와 샤피크에 대한 항의 시위를 촉구했고, 전날 이집트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시민혁명의 성지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모하메드 이브라힘은 "나를 옛날의 새장에 다시 가둬놓는데 분노한다"고 말했다.

군부는 무바라크가 축출된 이후 과도정부를 주도해왔으며 새 의회가 구성되면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약속해왔으나 국내외에서 순조로운 권력이양에 대한 의구심은 상존해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헌재 결정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집트 군부의 권력이양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군부가 완전히 권력을 넘기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집트 국민에 의한 민주적 이양 과정에서 퇴보는 있을 수 없다"고 군부의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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