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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옴진리교 수배자 "자수하기도 어려웠다"

입력 2012-01-0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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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입구 못찾았고 전용 신고전화는 계속 통화 중"

사건 발생 후 약 17년 만에 자수한 일본 옴진리교 수배자의 입에서 일본 경찰의 허술한 근무 실태가 폭로돼 화제가 되고 있다.

4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신도 가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체포감금치사)로 구속된 옴진리교 전 간부 히라타 마코토(平田信.46)는 지난달 31일 도쿄 마루노우치(丸ノ內)경찰서에 자진출두하기 전 여러 경찰서에 돌아다니며 자수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먼저 찾아간 곳은 히라타 등이 1995년 2월에 일으킨 도쿄 메구로(目黑) 공증소 사무장 납치 살해사건의 수사본부가 있는 오사키(大崎)경찰서였다.

히라타는 "지난달 31일 오후 9시께 오사키경찰서에 찾아갔지만 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3일 그를 면회한 다키모토 다로(瀧本太郞) 변호사가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2009년에 새로 지은 오사키 경찰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야만 민원인이 출입할 수 있는 구조다.

히라타는 부근 전철역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수사본부 전용 무료 전화번호에 10번 가까이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통화 중'이어서 이 또한 실패했다.

이어 범죄 신고전화인 110번(한국의 112번와 같은 역할)에 전화해서 "히라타 마코토를 담당하는 경찰서가 어디냐"고 물었고, 여기서 알려준 대로 경시청(시경) 본부로 향했다.

하지만 오후 11시35분께 도착한 경시청에서도 문전 박대를 당했다. 입구에 서 있던 기동대원은 "제가 특별수배된 히라타 마코토입니다"라는 말을 듣고도 "부근 경찰서로 가보라"며 상대를 해주지 않았고, 수배 포스터에 적힌 특징인 목의 검정 사마귀도 확인하지 않았다.

히라타는 오후 11시55분께 경시청에서 약 700m 떨어진 마루노우치 경찰서로 향했다. 여기서도 "특별수배된 히라타 마코토입니다"라고 했지만 여성 경찰관은 "거짓말"이라며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히라타가 "자, 내가 (수배 포스터에 적힌 대로) 키가 크지 않느냐"고 설명하고 나서야 이 경찰관은 "정말이냐"며 경찰서 안으로 안내했고, 가까스로 '해를 넘기지 않고 자수하고 싶다'는 소망이 성취(?)됐다.

이 같은 경찰의 실태에 대해 사건 전문가들과 전직 경찰관 등은 "사건이 난 지 오래 지나긴 했지만, 긴장이 너무 풀어졌다"고 허탈해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한편 히라타는 17년 가까이 도망치다가 2011년에 자수한 이유에 대해 "(동일본대지진으로) 죄 없는 이들이 희생됐다. 그런데도 나는 살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라타가 다키모토 변호사를 선임한 이유는 이 변호사가 옴진리교 탈퇴자를 지원하는 활동을 펼쳐왔고, 자신의 블로그에 특별수배자들의 자수를 권하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체면을 구긴 일본 경찰은 히라타가 "도주 기간에 줄곧 (일본) 국내에 있었다"고 밝힘에 따라 지원자를 찾아내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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