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7-10-27 오전 10:01:09수정 2017-10-27 오전 10:22:06
가수 케이윌(36)은 인간미가 넘친다.
외모부터 친근하다. 기질적으로 스스로를 화려하게 포장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진솔하고 가식이 없다. 의리 하나로 소속사와 재계약도 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비공식 '이사님'으로 통한다. 데뷔를 한 과정이나 10년 동안 연예계 활동한 스토리는 다른 분야 종사자가 들어도 공감할 만큼, 인간적이다. 가이드보컬과 코러스로 활동하다가 가요계에 데뷔한 케이윌. 이후 아이돌 공장처럼 변해버린 가요계에서 솔로 가수로서 묵묵히 제 길을 걸어왔다. 이때 손에 쥔 무기는 음악과 가창력, 딱 두 개였다. 오직 실력으로 정상까지 차근차근 올라갔던터라 이후 큰 부침없이 지금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10년 간 활동하면서 '케이윌 표 발라드', '케이윌 표 장르'를 구축하고 '가슴이 뛴다', '말해 뭐해',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니가 필요해' 등 다수의 대표곡을 남긴건 땀과 노력, 그리고 기다림의 결실이다.
케이윌이 꾹꾹 눌러담은 10년의 추억을 취중토크에서 풀어냈다. 음악방송에서 8주간 2위를 한 에피소드부터, 첫 단독 콘서트 때, 첫 음악방송 1위를 했을 때 오열을 하며 펑펑 울었던 이야기를 풀어내며 술잔을 비워냈다.
[취중토크②]에 이어..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가슴이 뛴다'로 첫 1위를 하고 펑펑 울었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처음으로 '러브 119'로 1위 후보가 됐을 때 백지영 '빅뱅'과 같이 후보였어요. '러브119'는 잘해보겠다고 메인으로 낸 음악이 아니라 1집을 내고 2년의 공백을 가진 뒤 분위기 환기를 위해 미디엄 템포로 낸 곡이였어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앨범을 낸건데 기적이 생긴거예요. 계획에 없던 음악방송에 나가고 1위 후보까지 됐어요. 갑자기 음악방송이 잡혔길래 김칫국을 제대로 마셨죠. 음악방송 스케줄을 할 때 안오던 회사 식구들이 다 왔어요. 근데 1위는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이었죠. 그러다가 '이젠 진짜 내가 생각해도 내가 1위를 할 수 밖에 없는 날이야'라고 생각하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땐 예기치 않게 소녀시대가 '지'를 대차게 들고 컴백해고 나오자마자 1위를 했죠. (결국) 8주동안 2위만 했어요. 그 이후에 '가슴이 뛴다'를 내는데 진짜 그때는 방송사에서 한 번쯤 1위를 하고 싶더라고요. 회사에서도 '이젠 우리가 1위가 유력하다'고 생각한 주가 있었어요. 근데 또 그땐 동방신기가 리패키지 앨범을 냈고, 동방신기가 1위를 했죠. 소속사 식구들이랑 팬들이 제가 1위를 했으면 하는 바람에 많이 왔는데 제가 또 1위를 못 해서 아쉬워했어요. 팬들은 앞에서 막 울었고요. 2등을 했는데 팬들이 우는 모습을 보니깐 눈물이 나오는거예요. 근데 2등인데 울면 안되잖아요.(웃음) 그래서 '울지마'라고 소리를 외쳤는데 그게 방송에 나갔어요. 그리고 다음 주에도 1위를 못 했고, 그렇게 마무리가 되는가 싶었어요. 그런데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한거예요. 그 주엔 1위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마지막에 가수들 다 올라갈 때 무대 맨 뒤에 서있었어요. 연차가 되면 뒤에 가기도 하고, 1위도 아닐 것 같고, 그래서 조용히 뒤에 가서 서 있었어요. 1위 발표하고 축포가 터졌는데 '누구래?' 물었는데. 갑자기 애들이 '형이야. 형 형 형'하는거예요. 너무 예상치 못 한 1위였어요. 그땐 소속사 식구들도 아무도 안 왔어요. 휘성이 옆에 있었는데 끌어안고 그래서 전 뭐 '와, 와'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엄청 울었죠."
-2위를 했는데 1위한 줄 알았던 적도 있잖아요. "MBC '쇼!음악중심' 1위 후보로 인피니트랑 나란히 서 있는데 아무리 봐도 인피니트 그래프 점수가 높았어요. 그런데 MC 노홍철이 갑자기 '1위 케이윌'이라고 하는거예요. 그래서 '정말 나야?'하고 트로피를 받으려고 하는데 앞에서 FD가 아니라고 손짓을 하는거예요. 그래서 '에이, 나 아니라잖아'라고 했죠. 근데 객석에서 바라보는 눈빛이 저를 되게 불쌍한 애처럼 보는거예요. 그때 '괜찮아, 침착해'를 외쳤는데 또 엄청 기사가 나고 화제가 됐죠.(웃음)"
-10년 동안 활동하면서 구설에 휘말리거나 사건사고가 없었어요. "조심을 많이 하기도 했어요. 자기 관리는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게 숙명인 것 같아요. 문제가 될 일을 만들지도 않았고, 음주운전이나 그런 건 당연히 안 했고요."
-힘든 시기는 언제였나요. "데뷔를 하고 나서 1년 반에서 2년 정도 앨범이 안나왔어요. 데뷔 한 후라서 코러스도 못 하고, 아르바이트도 못 하고, 그래서 경제적으로 힘들었고 여러가지로 피폐한 상황이었죠."
-인터넷에 떠도는 '궁수 사진'은 지우고 싶은 흑역사인가요. "그렇진 않아요. 머리를 왜 장발로 길었냐고 물어본다면, 힘든 시기가 언제였냐고 묻는 질문에서 답이 이어지는데요. '궁수' 머리를 했을 때가 데뷔하고 나서 다음 앨범이 언제 어떤 컨셉트로 나올지 모르고 막연히 기다리던 시기였어요. 다음 앨범 컨셉트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깐 그냥 머리카락을 냅뒀는데 그렇게 길어진거예요. 머리카락이 어깨 밑에까지 내려왔었죠. 그러던 어느 날 다음 앨범 계획도 안 잡히고 우울해서 양재천을 오래 걷다가 사진을 찍었어요. 그 때 찍은 사진을 보고 한 네티즌이 '궁수 같아'라고 댓글을 달았는데 그 이후로 그게 '궁수 사진', '궁수 머리'가 됐죠. 근데 전 그게 뭐가 이상한지 모르겠어요. 당시에는 제가 머리를 길러도 이상하다고 한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흑역사는 아니에요."
-이상형은 어떻게 되나요. "여자의 경제력엔 일단 아무런 관심이 없어요. 가족은 내가 벌어서 내가 먹여살린다라는 생각이 강하거든요. 뚜렷한 이상형이 있진 않지만, 대화는 잘 통해야하는 것 같아요."
-10년을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앞으로 10년 후 케이윌의 모습은 어떨까요. "여전히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으면 좋겠어요. 좋은 음악하는 후배를 양성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그때쯤에는 정말 따뜻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