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6-12-30 오후 10:17:29수정 2016-12-31 오전 10:14:59
중저음의 환호가 크게 울렸다. "누나~"라는 함성도 터져나왔다. 군부대 행사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 S.E.S. 를 연호하는 것은 물론 보라색 응원봉이 찬란하게 빛났다. 팬들의 응원에 멤버들은 눈물을 보였다. 14년 공백기가 무색한 S.E.S.의 화려한 컴백이다.
S.E.S.는 30일 서울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단독 콘서트 'Remember, the day'(리멤버, 더 데이)를 열고 2000석을 꽉 채운 팬들을 마주했다.
첫 곡은 'Dreams come true(드림스 컴 트루)'. 멤버들은 이번 20주년 프로젝트를 통해 늘 말로만 해왔던 재결합의 꿈을 이뤘다. 이어진 'LOVE(러브)', '꿈을 모아서'로 오랜시간 지켜봐준 팬들을 위한 사랑을 담았다.
슈는 "20년 전 함께 활동했던 매니저분들까지 이 자리에 있다"며 "이 보라색 빛을 정말 오랜만에 본다"고 감격했다. 바다는 "이렇게 다시 모인 이상 죽기 전까지는 계속 S.ES.다"고 강조했다.
팬들의 열렬한 환호에 유진은 울컥한 감정을 애써 눌렀다. "울지 않을 거다. 이 자리에 오기 전 우리는 로보트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말하고 먼저 울면 안 된다"면서 "이 공간은 우리 첫 팬미팅 장소다. 마치 대형 타임머신같다"고 말했다.
이날 S.E.S는 앵콜포함 21곡을 소화했다. 정규 1집 'I'm your girl'부터 2집 '느낌', 3집 '러브', 4집 'Long long time', 5집 'Just feeling' 등 그동안 S.E.S.가 걸어온 음악인생을 2시간 30여분 남짓한 공연동안 담았다. 특히 내년 공개할 20주년 기념앨범 타이틀곡 '한 폭의 그림'에선 멤버들의 비주얼이 폭발했다. 올 화이트에 핫팬츠로 S라인을 드러냈다. 중독성있는 멜로디가 따라 부르기 쉬우면서도 트렌디했다.
현장에는 유진 남편 기태영과 딸 로희도 있었다. 슈는 관객석에 있는 남편 임효성과 삼남매 유, 라희, 라율을 찾았다. 라희는 아빠 손을 잡고 무대에 올라 엄마에게 꽃을 전달했다. 무대 위의 유진과 슈는 엄마의 자격에서 벗어나 아이돌의 시간을 만끽했다. 멤버들은 변함없는 외모로 파격적인 변신도 소화했다. 유진은 핑크헤어로, 슈는 금빛 단발이 됐다.
망가짐도 불사했다. 콘서트 중간 영상에서 불량배로 등장해 웃음을 안겼다. 가발을 쓰고 콧수염을 붙였다. 슈는 동네 백수의 모습으로, 바다는 떡볶이집 아줌마로, 유진은 마라톤 코치로 변신했다. 리메이크곡 '산다는 건 다 그런게 아니겠니'로 추억을 공유했다.
멤버들은 그 시절로 돌아간듯 힘든 기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공연이 끝나감을 아쉬워했다. "쩔어"라는 관객 반응에 즐거워 했다. 팬들과 끊임없이 수다도 떨었다. "우리가 벌써 마지막곡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우리 이제 시작이다. 한 폭의 그림처럼 여러분들 만나 행복하다"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