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 어깨 관절와순 부상을 당했지만 `수술`과 `재활`이라는 선택이 다른 류현진(왼쪽)과 김광현.
같은 부상이지만 다른 선택을 했다. 한때 한국 프로야구를 양분했던 김광현(27·SK)과 류현진(28·LA 다저스)의 이야기다.
류현진은 22일(한국시간) 왼 어깨 수술을 받았고, 관절와순 파열이라는 최종 진단이 내려졌다. '슬랩(SLAP) 병변'이라고 부르는 관절와순 파열은 1~4단계로 구분이 가능하고, 류현진은 어깨 연골의 위쪽 부분이 찢어진 것을 꿰매는 2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허재혁 SK 트레이너는 "봉합을 했다는 내용을 보면 2단계가 맞다. 보통 야구선수 중에서 3단계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2단계 수술을 하고 부상 부위를 약간 청소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몬태나주립대와 오클라호마대를 거친 허 코치는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팀에서 트레이너로 일 했고, 2012년 10월부터 SK 트레이닝 코치로 몸담고 있다.
공교롭게도 슬랩2는 허재혁 트레이너가 재활을 맡은 팀 내 주축투수 김광현의 부상과 동일하다. 허 코치는 "MRI를 비교해봐야 하지만 (김)광현이도 2단계였다.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며 "당시 관절와순 손상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2010년 17승7패 평균자책점 2.37의 개인 최고시즌을 보낸 후 어깨에 문제가 생겼다. 허재혁 트레이너는 "2010년에 잘 던지고 2011년과 2012년에 (어깨가 좋지 않아) 고민을 했다"고 전했다.
실제 어깨 부상과 싸우면서도 마운드를 계속 지켰지만 기록은 많이 떨어졌다. 2011년에 4승, 2012년에 8승에 그치면서 평균자책점도 4점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김광현은 '수술'을 선택하지 않고 '재활'의 길을 걸었다. 허재혁 트레이너는 "1~2년 고생하면 수술을 권유하고, 그 시점에서 수술을 받자고 의사들이 (김광현에게) 다 권유했다. 하지만 본인이 2012년 한국시리즈 막판에 느낌이 좋았다고 하더라. 그때 한 번 만 더 아프면 수술을 하려고 했다"며 "수술은 전적으로 선수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억지로 하면 경과가 나쁘다고 경계했다. 김광현은 2013년 이후 차근차근 구위를 회복하며 로테이션 이탈 없이 현재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김광현과 달리 '수술'을 선택한 류현진. 허재혁 트레이너는 "관절와순은 투수들에게 많은 부상"이라며 "미국에서 보는 시각과 한국에서 보는 시각이 약간 다른 게 한국에서는 어깨에 손대면 (선수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하는데 절대 그런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류현진도 1년 정도의 재활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게 됐다. 허재혁 트레이너는 "투수의 슬랩은 교과서상으로는 9개월에서 12개월 정도이지만 야수는 9개월도 가능하다. 반면 투수는 보통 1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