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로부터 바다에서 온 여덟번째 편지를 공개해드립니다. 딸은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친구의 전화를 빌려 부모님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습니다. 바닷물을 잔뜩 머금은 휴대전화를 복구하자 눈물 섞인 작별 인사가 나옵니다. 우여곡절 끝에 부모에게 전달된 딸의 마지막 인사는 "미안하다"는 말이었습니다.
김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단원고 희생자 고 김영은 양은 비교적 일찍 부모 품으로 돌아왔지만 휴대전화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사건 당일엔 어쩐 일인지 통화도 안 됐습니다.
[김종호/고 김영은 양 아버지 : 아침에 전화할 때부터, 전화가 안 되더라고요. 전화기가 꺼져 있다더라고요.]
딸의 목소리조차 듣지 못했던 게 마음에 맺힌 부모는 옛 영상으로 그리움을 달랬습니다.
[김종호/고 김영은 양 아버지 : 1학년 때 학교 운동회 할 때 에어로빅을 자기가 구상해서 그걸 다 짜가지고 하더라고요. 전교 1등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영은이가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부모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긴 사실을 뜻하지 않게 알게 됐습니다.
같은 반 친구의 복구된 휴대전화에서 4월 16일 오전 10시 3분, 그러니까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직전 녹음한 파일이 발견된 겁니다.
[고 김영은 양/단원고 희생자 : 엄마. 엄마 미안해. 아빠도, 너무 미안하고. 엄마 정말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정말.]
딸의 목소리에 부모는 말을 잃었습니다.
일본사람인 영은이 어머니는 딸의 마지막 인사의 의미를 새깁니다.
[나카지마 야요이/고 김영은 양 어머니 : 제가 일본에서 왔는데, 이 지상에 살아 있는 어른들이 다신 이런 일 없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일본인이라서,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전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