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모습도 있었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영화 '밤의 여왕'(김제영 감독, 17일 개봉)을 통해 보여준 배우 김민정(31)의 모습은 그만큼 새롭다. 영화는 순진한 남자가 천사같은 아내의 과거를 의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김민정은 '흑역사'를 가진 아내 희주를 연기하면서 청순·섹시·과격을 오가는 팔색조 매력을 뽐낸다. 안젤리나 졸리를 연상시키는 타이트한 의상을 입은채 액션연기를 펼치는가하면, 성인화보에나 나올법한 섹시한 차림으로 보는 이들을 숨막히게 만든다. 상대역 천정명과 워낙 탄탄한 파트너십을 과시한 탓에 열애설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친한 동료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주변에서 봤을때 충분히 연인관계라고 의심할만큼 사이가 좋았다는게 관계자들의 말. 그만큼 '밤의 여왕'을 즐겁게 작업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먼저 '밤의 여왕'에 출연의사를 밝혔다고 하던데.
"'가문의 귀환'을 찍고 있을 때 우연히 인터넷에 올라온 '밤의 여왕' 관련 기사를 봤다. 내용만 간단하게 적힌 기사였는데 그걸 보면서 이상하게도 '좀 알아봐야겠다'는 느낌이 오더라. 소속사에 부탁해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읽고 난 뒤에 '내 예감이 맞았어'라는 생각이 들어 출연의사를 밝혔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여배우가 중심에 서는 영화를 오랜만에 만난데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수 있다는 설정 역시 마음에 들었다."
-여러가지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컸나보다.
"맞다. 원래 내가 꽤 다채로운 사람이다. 그런데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항상 들어오는 캐릭터마다 직업이나 감정선이 좀 '센' 편이었고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준 적은 별로 없다.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밤의 여왕' 홍보용 스틸사진이 한장씩 공개될때마다 많이 놀랐다. 특히 섹시 간호사 코스프레는 속된 말로 죽여주더라.
"정말 그런 말을 듣고 싶었다. 촬영할 때도 현장에서 남자 스태프들의 표정이 좋더라. 특히 상대역을 연기한 천정명 오빠의 입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더라. 간호사 코스프레를 했을때, 그리고 섹시한 춤을 출 때도 '정말 좋다'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주더라. 상대 배우의 반응이 좋은만큼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남자들이 진짜로 이런걸 좋아한다는걸 제대로 깨달았다. 큰 거 하나 배우고 간다.(웃음)"
-춤추는 장면을 찍는게 쉽지는 않았을것 같던데.
"어려웠다. 그동안 이런 식으로 안무를 짜서 촬영해 본 적이 없다. 촬영을 시작한 후에도 댄스 연습을 병행했는데 이게 참 쉽지 않더라. 일단, 운동화를 신은 상태에서 동작을 익힌 후 구두와 의상을 제대로 착용한 상태로 넘어간다. 그러다가 아예 거울도 없는 상태에서 카메라 앞에 서는데 매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동작을 잊어버리고 '멘붕'에 빠지곤 했다. 고생한만큼 완성된 장면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24년째 활동하고 있는데 로맨틱 코미디가 처음이라니 놀랍다.
"다들 내가 로맨틱 코미디 경험이 많다고 생각하더라. 하지만, 주로 가슴 아픈 사랑이거나 혼자서 하는 사랑이 대부분이었고 간혹 극중 알콩달콩한 사랑이 살짝 그려진다고 해도 아주 짧게 지나가는 수준이었다. 앞서 '뉴하트'에서 아기자기한 로맨스를 보여준 적은 있는데 그 드라마 역시 의학이 중심이라 멜로가 정면으로 나올순 없었다."
-어려운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는데도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실제 연애를 할때는 애교도 많은 편이다. 그리고 원래 성격 자체가 밝다. 그리고 또 갈수록 더 밝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상대방의 기분까지 밝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며 살고 있다. 웃음도 많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밝게 봐주시는 것 같다."
-얼마전 이준익 감독 관련 취재를 하다가 오랜만에 이감독의 데뷔작 '키드캅'에 나온 김민정의 어린 시절 모습을 봤다.
"안 그래도 얼마전 부산국제영화제에 갔다가 이준익 감독님을 만났다. 그동안 뵐 기회도 없었는데 여전히 아빠처럼 자상하고 가깝게 느껴지더라. 밤 시간에 관계자들과의 자리에 갔다가 멀리 앉아계시던 이준익 감독과 눈이 마주쳤는데 '어유, 이놈 봐'라고 하시며 아역배우 대하듯 하시더라. 그런데 왜 애 취급하냐는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참 기분이 좋더라."
-3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인가, 한층 여유로워진 느낌이 든다.
"내가 좀 빡빡하게 일하는 스타일이었다. 아역배우로 활동하면서 항상 칭찬만 듣다보니 실수하면 큰일난다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일종의 강박증까지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야 그런 것들을 좀 털어버릴수 있게 된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는만큼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젠 그럴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