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화의 선발 투수로 나서게 된 박찬호(39)에게 선동열(49) KIA 감독이 "팔꿈치의 직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 감독은 지난 1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한대화(52) 한화 감독으로부터 "박찬호가 선발 투수로 나서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 감독은 박찬호에 대해 "경험 많은 투수이기 때문에 정규시즌이 되면 시범경기 때와는 다를 것"이라면서도 "조금 더 힘 있고 예리하게 공을 던지기 위해서는 공을 던지기 전에 팔꿈치 각을 좁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높이보다 각도
선동열 감독은 박찬호의 투구 폼을 설명하며 "팔의 높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팔꿈치의 각도"라고 했다. 그는 "나이가 들고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조금 더 던지기 편한 자세를 찾게 된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공을 던지기 직전 힘을 모으면서 들어올리는 팔꿈치의 각도가 직각(90도)을 유지하지 못하고 100도~120도로 벌어지는 것"이라며 "팔꿈치를 벌리고 던지면 공에 힘이 떨어질 뿐 아니라 종으로 떨어져야 할 변화구에 횡으로 휘는 각도가 들어가 변화구가 밋밋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팔꿈치 각만 살아있으면 위에서 내리 꽂지 못해도 공에 힘이 생기고 변화구도 예리해진다"고 덧붙였다.
정민철(40) 한화 투수코치도 이 의견에 공감했다. 정 코치는 "박찬호의 키(185㎝)는 작은 편이 아니다. 일부러 높이 던지려고 의식적으로 오른 다리를 펴거나 팔을 높이 들지 않아도 높이는 충분하다"며 "던지기 전에 파워 포지션만 잘 만들면 된다. 던지는 힘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팔꿈치 각도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변화구 각도 산다
박찬호는 지난달 21일 롯데전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동안 6피안타 4실점했고, 30일 LG전에서는 5이닝 동안 10피안타 8실점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까지 나왔지만 문제는 변화구였다. 21일 황재균(25·롯데)과 30일 유강남(20·LG)에게 홈런을 맞은 공은 모두 커브였다. 밋밋하게 들어가며 가운데로 몰리거나(21일) 높았다(30일).
박찬호는 21일 경기를 마친 뒤 "롯데 타자들이 유인구(변화구)에 속지 않았다"고 했다. 30일에는 "변화구, 특히 체인지업을 던지다 안타 3~4개를 맞았다"고 했다. 자신의 문제점이 변화구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박찬호가 21일 경기를 마치고 "커브가 마음먹은 대로 안들어가 계속 던지다가 홈런을 맞았다"고 한 것도 선동열 감독이 "팔꿈치가 벌어져 변화구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과 뜻이 통한다.
문제는 박찬호가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팔꿈치 각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갑자기 투구 폼을 바꾸면 겨우내 힘들게 잡은 밸런스가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 정민철 코치는 "박찬호는 완성된 투구 폼을 갖고 있는 선수다. 팔꿈치가 벌어진다고 해서 이를 '변화'시켜야할 만큼 심각한 건 아니다. 스스로 조금씩 '수정'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