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영(23·부산)은 18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킹스컵대회 덴마크와 두 번째 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전반 8분에 폴센이 감아찬 슛을 잡아냈고, 2분 뒤에도 폴센이 날린 중거리 슛을 오른손 끝으로 쳐냈다. 15분에는 허리진에서 갑작스럽게 날라온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냈다. 전반 초반 세 차례 위기를 넘긴 한국은 이후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골이 터지지 않았지만, 이범영이 지킨 골문은 든든했고, 홍명보 팀도 덴마크 성인팀(FIFA랭킹 11위)과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범영은 "처음으로 유럽팀과 경기해 긴장했는데 초반 세 차례 슛을 막아내 자신감이 생겼다"며 "그 이후 안정감을 갖고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늦게 시작한 축구
이범영의 시작은 늦었다. 또래 선수들은 초등학교 3~4학년, 빠르면 1~2학년에 이미 선수를 꿈꾸고 축구부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범영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1주일에 2시간 씩 클럽에서 축구를 배운 것이 전부였다.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이 생활축구대회였다. 그는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대회에 자신이 다니던 한산초가 아닌 옆 학교인 성일초 대표 골키퍼로 출전했다. 이때 이범영의 재능을 알아본 이태엽 장안중 감독이 "정식으로 축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이범영도 "축구가 너무 재밌어 포기할 수 없었다"며 부모님을 설득했다. 이태엽 감독도 "아버지의 키가 188㎝나 되고, 범영이의 운동신경도 좋으니 크게 될 선수"라며 거들었다. 어머니 이미경(47) 씨는 "중학교 담임선생님이 '범영이는 지능지수(IQ)가 높아 공부를 시키면 잘할 것이다'고 반대했다. 저도 처음엔 반대했는데, 아들의 의지가 너무 강했다"며 결국 허락했다.
이범영도 "축구가 너무 재밌어 포기할 수 없었다"며 부모님을 설득했다. 이태엽 감독도 "아버지의 키가 188㎝나 되고, 범영이의 운동신경도 좋으니 크게 될 선수"라며 거들었다. 어머니 이미경(47) 씨는 "중학교 담임선생님이 '범영이는 지능지수(IQ)가 높아 공부를 시키면 잘할 것이다'고 반대했다. 저도 처음엔 반대했는데, 아들의 의지가 너무 강했다"며 결국 허락했다.
◇스승 찾아 삼만리
하지만 처음 시작한 축구는 쉽지 않았다. 당시 장안중학교에는 골키퍼 코치가 없었다. 또 운동장도 흙바닥이어서 연습이 끝나고 돌아오면 이범영의 팔꿈치와 무릎은 심하게 까져 피가 나기 일쑤였다. 아버지 이강무(50) 씨는 아들의 지도자를 찾아 나섰다. 수소문 끝에 박영수 코치가 광운공고에서 열었던 골키퍼 교실을 찾았다. 이범영은 그곳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골키퍼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한 달은 짧았다. 아버지 이 씨는 "박영수 선생님이 있는 파주NFC까지 무작정 쫓아가 부탁드렸다. 그랬더니 당시 처음 문을 연 용인축구센터를 소개해주셨다"고 했다.
이범영은 용인축구센터 소속의 원삼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허정무 감독이 총 감독이었고, 김봉수 현 올림픽팀 코치와 유영록 코치가 골키퍼 코치로 있었다. 이범영은 여러 지도자 밑에서 기초부터 착실히 배웠다. 그는 "늦게 축구를 배워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지만, 백지 상태에서 기초를 배울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가족의 힘으로 시련극복
동생 이범수(22·전북)도 형이 축구 하는 것을 따라갔다가 축구를 시작했다. 형제는 똑같이 신갈고로 진학하며, 서로 돕기도 하고 경쟁하며 쑥쑥 자랐다. 이범영은 "형제끼리 경쟁하니 힘든 경쟁도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둘은 나란히 청소년 대표팀에도 뽑히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범영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U-20 이하 청소년 월드컵 카메룬과 조별리그 경기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 중거리 슛을 잡으려다 빠트린 것이다. 다음 경기부터 김승규(23·울산)에게 주전자리도 내줬다. 그리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4강 UAE전에서는 연장 후반 승부차기에 대비해 교체투입됐다가 실점했다. 그의 실수가 아니었지만 네티즌의 비난의 화살은 그에게 날아왔다.
이범영은 "그동안 너무 온실 속에서 자랐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를 위해 매일 새벽기도에 나가는 어머니와 매일 아침마다 명언을 보내주는 아버지를 위해 다시 일어서겠다고 다짐했단다. 하루에 줄넘기를 5000개 씩하며 체중관리를 했고, 정신 무장도 한층 단단해졌다. 이범영은 "전화번호 뒷자리도 2012다. 올해를 어느 때보다 기다렸다"며 "부상 없이 올림픽에 출전해 팀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올림픽대표팀 골키퍼 계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김용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김영광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정성룡
▶2012년 런던 올림픽
이범영-하강진-김승규 경합
◇이범영 프로필
생년월일 : 1989년 4월 2일(서울 출생)
신체조건 : 195㎝·94㎏
포지션 : 골키퍼
출신학교 : 한산초-원삼중-신갈고
소속팀 : 부산 아이파크
별명 : 아빠(키가 크고 듬직해서)
롤 모델 : 잔루이지 부폰(이탈리아·유벤투스)
좌우명 : 실점은 곧 나에게 죄다.
대표팀에서 친한 선수 : 김보경. 두루두루 다 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