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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AI에 직격탄…'꼬꼬댁' 골목상권의 비명

입력 2017-01-18 22:27 수정 2017-01-1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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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골목 상권은 초비상입니다. 이번엔 밀착카메라가 달걀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영업 전쟁'의 현장을 담아왔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시내 한 계란 도·소매업체입니다. 안 쪽을 들어와서 보시면 평소대로라면 천장까지 가득 쌓여 있어야 할 계란이 절반도 채 차있지 않고요. 선반 위쪽을 보시면 계란 포장 상자가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전체 보관량의 30%도 되지 않는 겁니다.

계란 확보 전쟁이 벌어지면서 유통업자와 도매상인들은 한판 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숨바꼭질까지 벌입니다.

[박전규/달걀 도매상 : (원래는 신문지 안 붙여놓으셨는데) 안이 보이니까. 달걀 보면 와서 기다리고 가지도 않고 2~3시간씩 보통 기다려요. 차라리 안 보면 마음이 덜 아프잖아요.]

여러번 AI 고비를 넘겨봤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자리만 차지하는 계란 포장용기는 이제 폐품 신세가 됐습니다.

서울 가락시장 대형유통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우상수/달걀 도매상 : 돈 상관없으니까 한 판이라도 제발 좀 팔아달라고, 지금 두 배 이상 오른 거예요.]

[박향자/달걀 도매상 : 처음이라니까 내가 장사 시작하고…(몇 년 동안요?) 한 30년 했죠. 처음이에요. 10판 달라고 하면 5판 주고…]

계란이 꼭 필요한 식당에선 새벽부터 부지런히 뛰어야 합니다.

[한동인/음식점 업주 : 달걀 이것 갖고는 턱도 없습니다. (10판도 모자라요?) 아침부터 계속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요즘 같아 서는요. 달걀 구하러 다니는 게 큰일입니다.]

계란값이 두 배 이상 오르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동네 빵집입니다.

지금 시각이 오후 두 시를 막 넘겼는데요, 빵 매대를 보시면 카스테라가 가득 찼던 자리는 이미 다른 빵들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케이크 진열대를 한 번 보실까요. 롤케이크가 가득 찼던 매대는 이미 한 칸을 초콜릿이 채우고 있고요.

아래 쪽 진열대를 보시면 큰 케이크보다는 주로 작은 케이크가 여러 개 진열돼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계란이 부족하다 보니까, 큰 케이크 보다는 작은 케이크를 여러 개 만드는 겁니다.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부터 생산량을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박영석/제과점 업주 : 군데군데 카스텔라 들어갈 자리가 다 비었다고요. 이런 카스텔라 같은 건 70%가 달걀이에요. 한 30% 이상은 줄였어요. 가짓수를 줄였어요.]

[모르겠어요. 제가 먹고 싶은 빵이 없어요.]

이곳은 경기도 수원 통닭거리입니다. 인근 가게 3곳은 안내문도 없이 문이 굳게 잠겨있습니다.

거리에 어둠이 내리고 네온사인에 불이 켜졌지만 골목은 한산하기만 합니다.

[양춘호/인근 상인 : 이런 모습 처음 봐요. 지금 잘 나가는 가게들은 줄을 설 정도의 시간인데…]

뜨거운 기름이 펄펄 끓던 가마솥도 절반은 가동을 멈췄습니다.

[원래 6가마를 돌려야 되는데 지금 3가마 밖에 못 돌리고 있어. 매출이 그냥 곤두박질치고…]

[박영서/통닭가게 업주 : 아휴, 숨이 안 쉬어지죠. 저녁에 누웠다가 내일 또 열면 또 하루 종일 그냥 있어야겠네.]

이번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는 역대 최악의 축산 재앙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이번에도 정부는 초기 방역 대응에 허둥대면서 사태를 키웠습니다. 그런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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