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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청소년 범죄' 애라고 하기엔…촉법소년 논란

입력 2015-11-11 21:55 수정 2015-11-1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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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용인 벽돌 투척 사망 사건 이후 한동안 입에 오르내리던 말이 있습니다. 만 14세 미만으로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 청소년. 바로 촉법소년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심각하더군요. 탐사플러스 취재팀이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청소년의 비행을 취재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먼저 리포트를 보시고 이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생각해보겠습니다.

김진일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도 한 시골마을의 초등학교.

[00초등학교 학생 : 그 형이 4학년 누나랑 심하게 괴롭혀서 전학갔다고 했어요.]

4학년 한 남학생이 같은반 여자아이를 성추행했다는 겁니다.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피해 아동의 진술서와 녹음 파일을 입수했습니다.

[피해아동 진술 : 00이가 책상 밑에서 저한테 막 너 야한 거 좋아하냐고 얘기해서 제가 싫다고 했는데, 야한 거 하자 그랬어요.]

피해를 입은 아이들은 모두 9명에 달했습니다.

[피해 목격 아동 : 우리 애 여자애들 거의 다 절반은 와 있었어. 다 당했어.]

2년 가까이 계속된 성추행은 피해 학생들이 담임 선생에게 이를 털어놓으며 드러났습니다.

[피해아동 어머니 : 소변 눌 때마다 아프대요. 얘가 왜 그러나. 그리고 나서 병원을 데려갔더니 그 안에 염증이 있고.]

현재 피해 학생들은 성추행에 의한 트라우마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

가해 학생은 전학 조치됐지만 만 10세에 불과해 어떤 형사처벌도 받지 않습니다.

[피해아동 어머니 : 엄마한테 얘긴 안 했지만, 엄마 용서 하지마. 딸이 그래요. 절대 용서 하지마. 절대 용서 못 해.]

우리 형법 9조에 따르면 만 14세 미만은 사리분별이 완전하지 못한 '형사미성년자'로 분류돼 형사 처벌대상이 아닙니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에겐 보호처분이라도 내릴 수 있지만, 10세 미만엔 그 어떤 처분도 없습니다.

지난 10월 경기도 용인 아파트 옥상에서 벽돌을 던져 50대 여성이 사망한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범인은 이 아파트에서 사는 9살 초등학생으로 밝혀졌지만, 형사처벌은 물론 보호처분 조치 대상도 안 돼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실제 촉법소년 규정을 악용한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남자 두 명이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와 금고로 향합니다. 손쉽게 금고문을 열고선 현금과 상품권을 챙겨 달아납니다.

송파구 일대 편의점과 음식점 11곳을 털다 경찰에 잡힌 이들은 중학교 2학년생 7명.

그중 4명은 만 14살이 안 돼 처벌 없이 풀려났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풀려난 지 하루 만에 다른 식당을 털다 또 경찰에 붙잡혔지만 역시 형사 처벌할 방법은 없습니다.

범행을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실제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의 수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습니다.

2011년 363명에서 지난해 479명으로 늘었습니다.

그만큼 피해자들도 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쉽지 않습니다.

지난 6일 새벽 강도를 당한 택시기사 61살 양모 씨. 머리가 찢어지고 다리가 부러지는 등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지만, 정신적인 충격이 더 큽니다.

[양모 씨/피해 택시기사 : 심리적으로 너무 충격을 크게 받아서 자꾸 악몽을 꿔요. 살려달라고.]

미리 준비한 둔기로 양씨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이들은 중고등학생 4명. 그 중 한명은 만 13세로 택시 강도를 하고도 아무 처벌 없이 풀려났습니다.

[양모 씨/피해 택시기사 : 내가 차에 못 올라탔으면 죽었다고 봐야지. 다시 직업전선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

최근 불거진 촉법소년 논란으로 형사 처벌 대상 연령을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임준태 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 : 중학교 1학년이나 초등학교 6학년 정도면 자기 행위 결과에 대해서 옳고 그름, 용인되는지 금지되는지 알 수 있는 나이입니다.]

실제 국내 한 여론 조사에서도 형사책임 연령을 하향조정하는데 찬성하는 의견이 62.6%로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여전합니다.

[권일남 교수/명지대 청소년지도학 : 역설적으로 말씀드리면, 미성숙한 아이기 때문에 처벌이라는 요인으로 더 많은 스트레스와 압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올바름을 균형 있게 판단하기에는 더 어렵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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