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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65세면 청춘?"…'노인의 자격' 연령 기준은?

입력 2015-05-2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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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5세면 아기 축이다? 저는 유아 축에 속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요즘은 65세인 분들은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있으면 어르신 눈치 보인다는 이야기들 하시는데요. 그러다 보니 이제 고령층에서도 노인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27일) 팩트체크에서는 그렇다면 몇 세부터를 우리 사회에서 노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최근 대한노인회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관심이 더 높아지게 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대한노인회에서 이달 초 정기이사회를 열었는데 여기서 노인의 연령 기준을 올리는 문제를 공론화해보자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밝혔던 겁니다.

예를 들어 4년마다 1세씩 기준을 점차 올려서 20년 뒤에는 노인 기준을 70세로 조정하자는 건데요. 여러 방안 중 전문가 논의를 거쳐 정부가 최종안을 내놓으면 노인회가 나서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겠다고 한 것입니다.

이에 새누리당에선 오늘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들어보시죠.

[유승민 원내대표/새누리당 : 노인의 연령 기준을 올리는 이런 제안을 대한노인회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했습니다. 진심으로 높이 평가하고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앵커]

한꺼번에 바로 70세로 올리는 것은 아니긴 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부입장에서는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아무래도 지금의 노인 기준이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는데, 대한노인회에서 이렇게 나오니까 정부건 여당이건 반가운 측면이 있겠죠?

[기자]

예, 그렇습니다. 당장 지난해 7월부터 기초연금이 지급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 기준이 소득 하위 70%인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되고 있는 건데요.

이게 70세로 기준이 올라가면 연간 2조5천억~3조원 정도의 재정이 덜 들어갈 것으로 복지부에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현재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경로우대 혜택을 살펴보면요. 먼저 지하철이나 전철 무료고, KTX나 새마을호는 최대 30% 할인, 국내 항공권은 10% 할인 혜택이 있고요. 국공립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무료이거나 할인을 받고, 고궁이나 일부 공원도 무료 입장이 가능하거든요.

정부에선 이런 수혜 범위가 줄어들 경우의 생길 경제 효과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65세라는 기준은 어떻게 시작된 겁니까? 나름 유서가 깊다고 들었는데요.

[기자]

상당히 유서가 깊습니다. 1889년 독일의 철혈재상인 비스마르크가 사회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때 노령연금 받을 수 있는 나이를 65세로 정했습니다.

이후 미국이나 UN에서도 이 기준을 받아들이면서 국제적으로도 통용됐는데, 국내에서도 노인 관련 법을 제정하면서 자연스럽게 65세를 기준으로 삼게 됐던 겁니다.

[앵커]

이 기준이 따져보면 거의 130년 전에 있었던 건데, 사실 상황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기자]

비스마르크 시대 무렵의 독일인 평균 수명이 49세였습니다. 그러니 당시 연금 수령 기준을 65세로 잡은 건 상당히 여유있게 잡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70년 당시 기대수명이 61.9세였습니다. 그러던 게 계속 올라서 2013년 현재 81.9세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니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밖에 없어진 건데, 실제 그러면 노인들 스스로는 몇 세부터를 노인으로 보는지 지난해 설문조사한 결과가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80% 가까운 분들이 노인의 기준은 70세 이상이라고 응답을 했습니다.

[앵커]

65세 넘은 분들이 노인 취급받기 싫어하는 심리도 많이 작용했을 것 같기도 하고요. 평균 기대수명이 늘면서 이런 고민은 다른 나라들도 해봤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다른 나라의 경우 역시 이런 문제 때문에 공식 은퇴연령, 즉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을 계속 상향조정했습니다.

우리 경우에는 재작년에 법이 바뀌면서 공식 정년이 60세가 됐는데, 노르웨이의 경우는 공식 은퇴나이가 67세, 이탈리아와 미국이 66세, 일본과 독일이 65세, 그래서 OECD 34개국 평균이 64.6세입니다.

그러니 노인에 대한 기준이 대부분 우리보다 높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앵커]

저런 나라는 노인 복지나 은퇴 후에 대한 대비가 우리보단 좀 나은, 혹은 훨씬 더 나은 상황인데.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또 다를 것 같습니다.

[기자]

그래서 노인 기준을 바꾸는 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복지부 관계자 이야기 들어보시죠.

[최홍석 기초연금과장/보건복지부 : 연금이라는 큰 제도가 소득보장이 돼야 되잖아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70, 75로 올라가면 은퇴하고 60세부터 어떻게 사시라는 거예요 그럼. 그런 제도가 같이 묶여서 가야 될 것 같아요. 지금 국민연금 갖고도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데 더 큰 하나의 숙제일 수 있을 것 같고요.]

[앵커]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런 얘기군요.

[기자]

네, 더 큰 숙제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들의 평균 퇴직 연령이 52.6세입니다. 노인 기준이 70세가 되면 그사이 기간에 어찌해야 할 지도 큰 문제로 떠오르게 될 텐데요.

그러면서 65세 이상 노인의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 현재 OECD 국가 중 최악의 수준입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노인 기준을 높이기는 좀 어렵지 않느냐…

[기자]

그렇습니다. 게다가 정년연장 문제, 세대 간 갈등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노인 기준 조정 문제, 재정절감 효과만 보고 성급하게 추진될 일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었습니다.

[앵커]

당사자 되는 분들도 이거는 그냥 기분으로만 생각할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김필규 기자와 팩트체크 진행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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