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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년 만의 기록적 폭우…정치권, 정부 대응 놓고 공방

입력 2022-08-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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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15년 만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에 서울이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에 못지않은 큰비가 더 예상된다는 점이죠. 침수 피해 현장을 오늘(9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취약계층이 안전해야 대한민국이 안전한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책도, 이재민 지원책 마련을 지시했습니다. 관련 소식을 신혜원 체커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 115년 만의 폭우 > 다들 무사하신지요. 115년 만에 내린 관측 사상 최악의 폭우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마치 재난영화와도 같은 풍경. 도로가 잠기고, 지하철이 멈춰섰습니다. 인명 피해도 잇따랐죠. 어젯밤 사이 8명이 숨졌습니다. 밤사이 영상 보면서 피해 상황 짚어봅니다.

먼저, 어젯밤 서울 강남역입니다. 친구의 손을 놓친 검은 옷의 여성이 물속에서 몇 바퀴를 구릅니다. 겨우 멈춰섰지만, 일어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엉덩이까지 차오른 거센 물살에 속절없이 주저앉고 맙니다.

지하철 동작역. 플랫폼으로 향하는 계단에 물이 폭포수처럼 밀려옵니다. 이번엔 이수역. 지하철 내부에서 찍은 영상인데, 플랫폼이 흙탕물로 가득 찬 모습이죠. 결국 열차는 정차하지 못하고 그대로 떠납니다.

강남의 대형 종합병원. 한 의료진이 검사실에 물이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죠. 온라인에서 '서초동 현자'라고 불리는 이 남성, 강남대로 한복판에 잠긴 차 위에 모든 걸 내려놓은 듯 앉아있습니다. 한밤의 시내버스. 의자는 아예 보이지도 않고, 천장 손잡이만 간신히 물 밖에 남았습니다. 관악구 청룡동. 커다란 바위가 나뒹굴고 나무는 쓰러졌습니다. 산사태가 일어난 겁니다.

도대체 비가 얼마나 내린 걸까요. 어제 서울 기상청에 기록된 밤 9시 시간당 강수량은 141.5mm였습니다. 동작구의 경우 하루 421mm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죠. 시간 단위든, 하루 단위든 역대 최고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잘 와닿지가 않으신다고요. 보통 7월 한 달 동안 내릴 비가 어제 다 왔다, 1년 강수량의 4분의 1이 왔다고 하면 실감이 좀 나실까요? 여기에 낙뢰까지, 어제 하루 수도권에선 무려 2천 번이 넘는 벼락이 떨어졌습니다.

[박완식/시장 상인 (JTBC '아침&') : {서울에서 이런 비 좀 많이 보셨어요?} 내가 이거 한 13년, 14년 차 하는데 그전에 한 번 넘쳐가지고 물막이를 한 번 해줬어. 막았는데 안에서 막 역수를 하니까. 여기서 차 올라오고. 그러니까 아무런 소용이 없더라고.]

[최승철/서울 강남구 역삼동 : 승용차가 시동이 꺼져서 멈추는 바람에 어떻게 할 수도 없이 그냥 갇혀버린 거예요. {앞차가 멈춰버려서. 네.} 예. 그래서 한 5분 만에 차가 끝까지 차가지고, 창문으로 해서 탈출을 했어요. {창문으로 나오신 거예요?} 네.]

인명 피해도 심각한데요. 현재까지 8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 39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관악구 신림동에선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 3명이 고립돼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고요. 동작구 흑석동에선 폭우로 쓰러진 가로수를 정리하던 60대 구청 직원 1명이 숨졌습니다.

한편, 생명을 구한 용감한 시민들도 있습니다. 어젯밤 강남구 서초동의 한 사거리. 앞도 보이지 않는 폭우 속에 한 여성 운전자가 물에 잠긴 차에 고립됐습니다. 이때 한 시민이 차를 향해 뛰어들었고, 자신의 목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고 운전자를 꺼내 헤엄쳐 나옵니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 시민, 운전자를 안전한 곳까지 옮긴 다음 별말 없이 자리를 떴다고 합니다. 강남역에 등장한 슈퍼맨도 있죠. 쓰레기로 인해 꽉 막힌 배수로를 번쩍 들어 올려 청소하는 모습인데요. 덕분에 종아리까지 차올랐던 순식간에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강남대로변에 마치 빨래처럼 널린 침수차들인데요. 이번 폭우 피해, 유독 서울 동남권에 집중됐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일단 비가 많이 왔습니다. 서울 지역 그래프를 보시면, 은평구엔 95.5mm, 마포 136mm, 용산 280mm가 내렸지만 동작, 관악, 서초, 강남, 송파구는 모두 300mm 이상, 동작구는 400mm가 넘는 역대급 강수량입니다. 또 강남권은 지형 자체가 주변보다 10m 이상 낮은 항아리 형태의 구릉지죠. 갑자기 집중호우가 내리면 순식간에 물이 고여버립니다. 반포천 상류가 물을 내보낼 수 있는 통수능력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한덕수/국무총리 : 특히 저침수 지역에 대해서 국민들이나 시민들이 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그러한 대처, 이재민들에 대한 신속한 대피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폭우가 지극히 이례적이긴 합니다만, 다시 한번 전체적인 상황을 또 점검을 해서 이러한 재난의 발생이 최소화 되도록…]

자, 오후 들어 빗줄기가 다시 거세지고 있습니다. 반포대로 잠수교, 올림픽대로 여의하류에서 상류 양방향, 염창IC에서 동작대교 통행이 어렵고요. 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는 복구작업으로 인해 중단됐습니다.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곧 퇴근길 실시간 정보를 꼭 체크하셔야 하고요.

비는 이번 주 내내 계속 내립니다. 오호츠크해 일대에 거대한 고기압이 지난달부터 계속 버티고 있어, 여기에 가로막힌 찬 공기가 한반도 쪽으로 밀려 내려오고요. 그 아래 북태평양 고기압과 강하게 충돌하며 정체전선을 만들어냈습니다. 가장 조심해야 할 지역은 경기 남부와 강원 중남부, 충청 북부인데요. 내일까지 수도권과 강원 내륙엔 최대 300mm 이상의 폭우가 더 내릴 전망입니다. 침수뿐 아니라, 산사태도 크게 주의해야 합니다.

[우진규/기상청 예보분석관 : 현재 남쪽 경기 남부와 충청 북부에 머물고 있던 정체전선은 조금씩 북상을 해서 수도권을 비롯한 강원 영서까지 다시 영향을 주면서 정체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 대통령이 있어야 할 곳 > 윤 대통령, 휴가 복귀 첫날 밤 115년 만의 폭우라는 재난 상황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오늘 하루 아주 바쁘게 움직였는데요. 기존의 세종시 일정을 급하게 변경해 정부서울청사 재난안전상황실로 출근했고, 긴급 대책회의, 국무회의를 연달아 주재하며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제35회 국무회의 : 무엇보다 인재로 목숨 잃는 일은 없어야 됩니다. 주거 취약 지역을 점검하고 취약 계층에 대한 확실한 주거 안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다 더 소중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고 총력 대응해 주실 것을 거듭 당부드립니다.]

곧이어 피해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일가족 세 명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한 관악구 신림동의 한 주택입니다. 이 주택 반지하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40대 여성과 여동생 그리고 여동생의 딸이 순식간에 차오른 물에 끝내 숨지고 말았습니다.

[침수 피해지역 현장 점검 : 여기 어떻게 여기 계신 분들 미리 대피가 안됐나 모르겠네. {순식간에 땅이 꺼져요.} 순식간에. {푹푹 꺼져요. 순식간에.} 순식간에 들어왔어요? {네.}]

[오세훈/서울시장 : 어저께 밤 열시 전후에 집중적으로 한 400mm가… {그전에 여기는 한 8시 20분, 반쯤에 찼어요.}]

[침수 피해지역 현장 점검 : 물이 올라온 게 1시간도 안 걸렸다고요? {그렇죠. 1시간이 뭐예요.}]

[오세훈/서울시장 : 그렇다 보니까 이게 아마 수압 때문에. 물이… {한 10분도, 15분도 안 걸렸어요. 저쪽에는 아빠가 와서 주차장 쪽에서 저거를 뜯었어요 방충망을. 근데 여기(사고당한 집)는 뜯을 수가 없었어요.}]

주택에 거주하는 이웃들과 대화를 나눈 뒤, 지하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려다 아직 다 빠지지 않은 흙탕물에 돌아서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피해 가족의 평소 사정과 사고 경위에 대해 물은 뒤 "취약 계층이 안전해야 비로소 대한민국이 안전해지는 것"이라며 "주거안전문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이재민의 일상회복을 위해 충분한 지원을 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침수 피해지역 현장 점검 : 잠깐 지금 물이 빠졌으니까… 잠깐 내려가… {안 빠졌어요.} 여기 밑에까지만 가서 보게. 뭐라도 좀 비춰보지. 어이쿠. 어우 물이 지금. 문이 여기구나. 물을 뺐는데도 이러네. {(사고당한 가족들) 너무 너무 곤란하게 살았어요. 아주.}]

다만 폭우가 쏟아지던 어젯밤, 윤 대통령은 서초동 자택에 머물렀는데요. 앞서 1픽에서 보셨듯, 서초동 일대 역시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자택 건물 엘레베이터에서도 이렇게 물이 천장에서부터 쏟아지는 모습인데요.

이를 두고 야권에선 "대통령이 고립됐다", "폭우에 출근도 못 하는 게 말이 되느냐"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이래서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가깝게 있어야 한다고 했던 것"이라며 "위기 상황에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요.

대통령실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고립돼 못 나간 것이 아니라, 여러 상황상 나가지 않는 것이 맞다는 판단을 내렸단 설명인데요. "모든 인력이 현장 대처에 매진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현장으로 갈 경우 역량이 분산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집에서 전화로 실시간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다"는 겁니다. 오히려 그 상황에 "피해가 발생하는데도 경호를 받으며 나가는 게 맞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는데요. "대통령이 있는 곳이 곧 상황실이고, 어젯밤 9시부터 오늘 새벽 3시까지, 다시 새벽 6시부터 실시간 보고와 지시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35회 국무회의 : 행안부 상황실에서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를 가졌지만 모두 긴장감을 갖고 총력 대응해 주시길 거듭 당부드립니다.]

< 한 달간 백년대계 > 윤석열 정부의 첫 교육 수장, 박순애 장관이 결국 물러났습니다. 만 5세 입학 추진 같은 졸속 행정에 책임을 진 건데요. 어제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박순애/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어제) : 국민 여러분, 오늘 저는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제 불찰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합니다.]

채 1분도 되지 않는 사퇴의 변으로 35일간의 장관 생활을 마무리 지었는데요. 결국 만 5세 입학 정책은 폐기 수순을 밟을 걸로 보입니다. 다만 야권에선 더 큰 '쇄신'을 요구하고 있죠. 박순애로는 부족하다, 대통령실을 전면 교체하고 윤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제35회 국무회의 : 국민의 목소리, 숨소리까지도 놓치지 않고 잘 살피고, 특히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장 목소리를 적극 귀 기울이고 반영해서, 정책이 현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사전 검토와 고려를 해야 합니다.]

[유기홍/더불어민주당 의원 : 그 정책은 사실상 폐기한다, 이렇게 받아들여도 되는 겁니까?]

[장상윤/교육부 차관 :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 살인죄 적용 > 인하대학교 캠퍼스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앞서 경찰은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의자 A씨에게 살인죄가 아닌 준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는데요.

[A씨/인하대학교 1학년 (지난달 22일) : {현장에서 구호조치 안 하고 왜 도주하셨습니까? 무슨 의도가…} 죄송합니다. {유가족에게 하실 말씀 없으세요?} 피해자분과 피해자 유족분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검찰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구조하지 않고 도주했다고 판단해 A씨의 혐의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변경했습니다. 다만, 경찰 수사단계에서 적용된 불법촬영 혐의는 불기소 처분했는데요. 휴대전화를 포렌식 한 결과,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하려 했다고 볼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 15만 육박 > 코로나 재유행이 이어지면서 어제 하루 15만 명에 가까운 신규 확진자가 쏟아졌습니다. 위중증 환자는 364명, 대략 석 달 만에 가장 많은 숫자로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망자도 40명 늘었습니다. 해외 유입자 가운데 켄타우로스 변이로 불리는 BA.2.75 감염 사례 8건이 추가로 확인됐고요. 재감염자는 전체 확진자의 5.43%였는데, 이중 과반이 1020세대입니다. 낮은 백신 접종률이 원인으로 지적됐습니다.

화요일 뉴스픽 여기까집니다. 들어가서 원픽꼽죠. 뉴스픽 5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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