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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토크] "사랑하세요"…'바보'의 미소가 그립습니다

입력 2012-02-16 17:12 수정 2012-02-1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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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수환 스테파노, 1969년 추기경이 된 그는 압축성장의 그늘에서 고통받던 서민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자 정신의 지주였습니다. 박종철 치사사건,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변명에 김수환 추기경은 "그건 카인의 대답이오"라고 맹 비난을 가하기도 했으며, 민주화의 불을 당긴 6월항쟁 당시 명동성당으로 피신한 학생들을 온몸을 바쳐 보호한 정의의 보루였습니다. 반세기에 걸쳐 약한자들을 보호해 왔던 '바보' 김수환 추기경. 선종 3주기를 맞아 오늘(16일) '피플&토크'에서 추억합니다.

오늘 '피플&토크' 서울대교구 대변인을 맡고 계신 허영엽 신부님 모셨습니다.


Q. 김수환 추기경을 언제부터 모셨나?
- 신학교 1학년 때 학보사 기자로 취재차 선배들과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게 됐다. 교구장과 신학과 1학년은 하늘과 땅차이로 감히 만나 뵐 수 없는 분이었는데, 그때 1시간 넘게 인터뷰하며 인상적인 것이 많았다.

Q. 김 추기경의 첫인상은?
- 처음 뵜는데, 처음 뵌 것 같지 않게 편안하게 말씀하셨다. 긴장해서 추기경님께 질문을 못하고 넘어가자, 추기경님이 "그런 걸 물어봐야 신문이 제대로 나오지" 하면서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주셨다. 나중에 놀란 건 이름을 물어보셨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만나도 다 기억 하셨다. 김 추기경님은 한 번 만난 사람들을 오래도록 기억하셨다. 늘 만나는 편안한 선배나 아버님 같은 느낌이 있었다.

Q. 김 추기경의 각막 사진 공개에 대해?
- 김 추기경님이 선종하셨을 때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공개하지 않은 사진도 있었다. 각막 사진도 그 중 하나인데, 사람들이 그걸 보고 많은 생각을 할 것 같다. 김 추기경님이 각막을 기증하셔서 두 분께 각막이 전달됐고,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장기기증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2009년 1년 동안 한 장기기증이 그 전 20년 전체와 맞먹는 수치였다. 장기기증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Q.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김 추기경의 모습
- 김수환 추기경님을 만난 분들은 추기경님의 인간적인 부분, 따뜻한 모습에 대해 많은 걸 이야기 하신다. 항상 주머니 안에 천원짜리를 몇 개씩 갖고 다니시는데 그러면서 성당에서 일하는 분들 이름을 다 기억하시고 대화를 나누다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몇 장을 꺼내 식사하라고 주시기도 하셨다.

Q.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시대에 김 추기경이라면 어떤 말씀을 했을까?
- 가난한 사람들 편에 많이 서셨는데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만 일을 하신 건 아니다. 추기경님이 만나는 사람들의 관계를 보면 돈이 있거나 없거나 가난하거나 그렇지 않거나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만나셨다.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된 곳에 자주 찾아가서 그런 점이 많이 부각됐다. 추기경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같이 나누고, 나누지 못하더라도 그런 상황을 사랑으로 지켜보고 같이 하는 걸 강조하셨다.

Q. 근대사 변화의 중심에 계셨는데…
-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도 시대적인 흐름과 당신의 위치가 그럴수밖에 없었다고 하셨다.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사적으로 어려움과 고뇌를 토로하신 적도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책임에 맞게 활동하셨다. 명동에는 항상 시위를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심지어 김수환 추기경님 집무실에도 사람들이 들어가서 요구사항을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었다.

Q. 천주교, 사회 참여가 적다는 의견에 대해?
- 김수환 추기경님도 말씀하신 적 있는데 민주화 되기 전에 독재 치하에서는 어디서도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 교회가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갖고 계셨다. 민주화 이후, 2000년대 넘어가면서는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격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추기경님께서는 교회가 나서서 역할을 해야 할 시대도 있고, 시대가 변하면 교회 본연의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고 여기셨다.

Q. 정진석 추기경은 어떤가?
- 정진석 추기경님은 김수환 추기경님의 일반적인 생각이나 기본적인 사목의 방향은 따라가고 있다. 이런 방향이 교회의 기본적인 사상이다.

Q. 강자의 편에 서 있다는 의견에 대해?
- 강자의 편에 섰다기 보다 천주교는 중산층 신도가 많은 종교가 됐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우리 사회 안에서 중산층의 역할을 하는 게…

Q. 성인으로 추대하자는 움직임에 대해
- 교회 안에서 기본적인 전통이라든지 관습을 보게 되면 돌아가신 지 5년이 지나야 서류를 작성해서 교황청에 제출할 수 있다. 그리고 심의를 오랫동안 하게 된다. 가장 큰 심의가 기적 심사다. 실제 기적이 이 분을 통해 일어나는지 아닌지를 면밀하게 조사하기 때문에 오래 걸린다.

Q. 기적 심사에서 말하는 기적이란?
- 기적이라고 하는 건 과학에서 벗어난 이상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지만 종교적으로는 가능한 현상들을 '기적'이라고 하는데, 이를테면 치유라든지 이런 걸 조사하는 게 성인이 되는 과정 중 제일 중요하게 다룬다.

Q. 종교와 정치와의 관계에 대해?
- 정치와 종교는 쉽지 않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 종교가 정치세력화 됐을 때 종교의 특성이나 고유한 특성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건전하게 진언하는 건 좋지만 이게 정치 세력처럼 압력을 가한다든지 힘을 가한다고 하면, 특히 그 목적이 자신의 종교만을 위하고, 특정 그룹만을 위한 것이라면 잘못된 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종교와 정치를 뗄 수는 없다. 세상 속에서 살아기니까 종교와 정치를 뗄 수 없지만 어떤 구분점, 그리고 활용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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