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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지시·작성했나?…청와대 대응 문건 속 '단서들'

입력 2016-11-14 20:57 수정 2016-11-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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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제, 검찰 취재기자와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서준 기자, 정호성 전 비서관 휴대전화에서 나왔다는 이 문서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인 것들이 많은데 일단 만든 배경부터 짚어볼까요.

[기자]

최순실 씨가 재단의 회장님이었다는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 이성한 씨의 폭로를 JTBC가 보도한 직후에 작성된 겁니다. 당시 보도를 다시 보시죠.

[JTBC 뉴스룸/10월 17일 : 이씨는 그 '회장님'이 최순실이었다는 것은 뒤늦게 언론 보도와 사진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10월 17일의 보도였습니다. 저희가 최순실 씨 태블릿 보도를 한 것이 10월 24일이었고요.

[기자]

맞습니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해서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법적으로 큰 문제 없다는 결론 아래 국무회의 발언, 언론대응, 검찰 수사대응 심지어 증거인멸 방법까지 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번 논란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 시나리오'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럼 이 문서가 누구의 지시에 의해서, 누가 만들었는지가 매우 중요해 보이는데, 검찰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이 문서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에 사진 파일 형태로 들어있습니다. 부속실로 전달된 문서를 사진으로 찍어 보관했던 건데요,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청와대 일정을 챙기는 제1부속비서관이지 않았습니까?

이런 문서가 만들어졌다면 비서실장 또는 박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것인데, 부속실로 전달됐다는 건 대통령에게 보고가 된 것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앵커]

따라서 이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건데요. 내용을 보면 청와대가 이번 사건에 대응하는 종합 지침서 성격인 것 같은데, 내용으로 미뤄 민정수석실이 만든 것 같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이 문건을 만든 게 민정수석실이 맞다면 민정수석실이 알아서 했느냐 아니면 또 다른 지시가 있었느냐 이 부분도 중요하겠죠.

[기자]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런데 이 문건에 보면 그 단서가 들어있습니다.

해당 문서에는 "지시사항에 대해 법적 검토 해보니", "말씀하신 것을 검토해보니" 등의 표현들이 있습니다.

이게 검찰의 판단대로 민정수석실이 만들었다면 아무리 실세 비서관이라고 해도 정 전 비서관이 지시하셨다, 말씀을 하셨다, 이렇게 표현하지는 않을 것인데요.

[앵커]

다시 말하면 민정수석이, 정호성 전 비서관에서 '말씀하신 대로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얘기하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 그 얘기죠? 그러니까 그것은 그보다 더 윗선, 대통령으로까지 얘기가 올라갈 수가 있다, 지시한 사람이. 그런 얘기죠?

[기자]

이런 표현들을 근거로 검찰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민정수석실이 만든 게 아닌가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합리적 추론에 의한 의심이라고 말씀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다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처음으로 입장을 밝혀서 화제가 됐잖아요. 박 대통령에게 적극 입장을 밝히라고 건의한 이유는 뭘까요?

[기자]

문서는 "법적 문제가 없으니 전면 부인하는 취지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후 검찰 수사에서 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예방할 수 있다"고 나와 있는데요.

박 대통령과 최순실, 그리고 박 대통령과 두 재단이 별다른 연관이 없다고 사전에 밝혀서 검찰 수사가 박 대통령으로 번지는 걸 사전에 막으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던 새누리당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도 나와 있습니다.

[앵커]

검찰 압수수색에 대한 조직적 대응방안도 보고서에 포함돼 있다고 했는데요. 이건 좀 심각해 보이는 대목이네요.

[기자]

검찰은 안종범 전 수석이 이 조언대로 휴대전화 기록을 삭제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민정수석실의 지침에 따라 안 전 수석이 증거인멸을 했다면 증거인멸 교사 등도 적용이 가능한 건데요. 검찰은 증거인멸 교사 등의 적용이 가능한지도 검토중입니다.

특히 검찰은 사정기관을 관리하고, 대통령 측근 비리를 막아 공직기강을 확립해야 할 우 전 수석이 직무유기를 한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시에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까지 수사가 옮아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문서가 대통령의 비서역할인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전달이 됐다는 점은, 이 역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만든 총체적인, 청와대 전체적인 대응 자료라는 의심이 커지는 대목입니다.

[앵커]

따라서 이 문서의 존재라는 것은, 우병우 전 수석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 여러 가지 의심의 정황을 만들어준 문서가 되고 있습니다. 검찰이 이 문서들을 정호성 전 비서관 휴대전화에서 확보했잖아요. 정작 문서까지 갖고 있던 정 전 비서관은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대응하지 못한 건가요?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의 심복이었는데 이 사람의 휴대전화에서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참 아이러니합니다.

[기자]

이 문서가 작성된 시점만 해도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 정도만 수사대상으로 거론됐습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현재 대통령 기록물과 각종 청와대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이는 이 문건이 작성된 며칠 뒤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나가고 검찰 수사도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그때부터 적용된 혐의입니다. 정 전 비서관 등 청와대는 설마 하며 이 부분에 대한 수사에는 대비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태블릿PC 보도 이후 5일만에 정 전 비서관, 태블릿PC를 개통한 김한수 청와대 전 행정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 자택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는데, 전혀 대응을 하지 못한 겁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지우지 못한 채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가 압수가 된 것인데요. 당시 보도에 김 전 행정관도 집 주변에 휴대전화를 버렸다가 검찰 수사관들이 찾아내기까지 한 것으로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앵커]

또 한 가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대목은 정호성 전 비서관은 최순실 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넘겨준 혐의로 구속된 상태잖아요. 그럼 이 문서마저도 최 씨에게 넘겼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 부분은 아직까지는 확인이 안되는 부분입니다. 해당 문서들은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 문서파일이 아닌 사진파일로 저장돼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문서를 휴대전화 사진으로 찍어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박 대통령에겐 당연히 보고서 원본이 보고됐을 테고, 청와대 내에서 공유를 한다고 해도 문서를 공유하면 그만입니다.

문서를 사진으로 찍어서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통해 청와대 외부로 전달하려 한 건 아닌지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저희가 취재한 단독보도 내용이었는데 2부에서 마저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서준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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