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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에 쓰러진 임산부 여군…군, 뒤늦게 순직 처리

입력 2013-09-1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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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직 우리 사회가 임신한 여성에게 직장생활 하기에 쉽지 않은 곳인게 사실인데요.
전 이 뉴스 보면서 군대는 임산부에게 더 가혹한 곳이구나 하는 생각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최전방에서 하루 12시간 넘게 일을 하던 만삭의 여군에게 '일반 사망' 처리가 됐다가 뒤늦게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를 받아서 순직이 인정된 일이 있었죠? 8천여 명에 달하는 여군의 권익이 이를 계기로 좀 높아질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긴급출동에서 고 이신애 중위의 가족들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생후 7개월이 된 성우는 태어나 한 번도 엄마 품에 안겨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 2월 성우의 엄마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윤미숙/고 이신애 중위 어머니 : (아기가) 엄마 없이 살 거 생각하면 좀 그렇죠. 자라면서… 그게 너무 가슴 아파요.]

성우의 엄마는 임신성 고혈압에 따른 뇌출혈로 사망한 故 이신애 중위 성우를 가진지 7개월이 되는 때였습니다.

가족들은 순직을 기대했지만 육군은 단순 사망으로 처리 했습니다.

[이재학/고 이신애 중위 아버지 : 판례가 없다는 거죠. 당사자가 아파서 죽은 거니까…. 그냥 사망, 일반 단순사망이다.]

임신 중 사망한 사례는 여군 창설 55년 만에 처음, 순직과 단순 사망을 구분 지을 판례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10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순직을 주장한 가족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서상원/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 : 사망하기 직전에 한 달 간의 상황 자체가 임신성 고혈압 발생과 악화의 원인이 됐다…. 응급조치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는 거죠.]

권익위가 순직 판정을 내린 배경엔 군대라는 집단의 특수성이 있었습니다.

당시 운영행정과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주무를 맡았던 이중위의 업무 부담이 가중됐던 것.

[서상원/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 : 어떤 진술이 있었는가 하면 부대원 중에서 이신애 중위가 제일 먼저 출근했다…. 책임감이 높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겁니다.]

부대의 배려가 있긴 했지만, 군대란 특수한 상황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서상원/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 : 군이라고 하는 곳이 배려할 수 있는 한계를 너무 작게 잡아요. '군인은 연가를 내려면 한 달 전에 해야 된다'라는 그러니까 규정은 없어요. 규정은 없는데 그런 문화가 있다 라는 거예요.]

또 당시 이중위가 근무한 지역은 강원도 인제. 산부인과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연두봉/고 이신애 중위 남편 : 상상하는 것보다 너무 열악하더라고요. 대중교통으로 혼자 검진 받는다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손인춘/새누리당 의원(전 여군부사관) : 여군들이 임신을 할 경우 갈 수 있도록 정해진 산부인과가 전국에 다섯 군데 밖에 없어요. 지금까지 여군들의 근무환경 조건이 열악한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여군 전체에 지원되는 산부인과 이용 예산을 살펴보면 2010년 8,300만 원으로 책정됐던 예산 중 실제 치료비료 사용한 금액은 400만 원이 전부, 그러다 보니, 2013년엔 아예 예산을 90% 삭감해 800만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손인춘/새누리당 의원(전 여군부사관) : (산부인과 이용) 예산을 더 늘려도 쓸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니까. 위수지역 이탈해야 되지요, 또 병원도 없지요. (지원 비용이) 있어도 못 쓰는 거예요.]

이중위의 가족들이 순직처리를 요구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연두봉/고 이신애 중위 남편 : 이 문제가 아내 한 명의 문제가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어딘가는 알려서 뭔가 바뀌어야 될 게 많구나라고 느꼈어요.]

순직처리를 통해 딸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기 전까지, 중위의 아버지는 유해를 어디에도 안치할 수 없어 집안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재학/고 이신애 중위 아버지 : 사람 마음이 이렇게 문을 닫으면 답답해 할 거 같아서 그게 참 부모의 마음이죠.]

그리고 자랑스러웠던 딸을 더는 볼 수 없는 어머니는 슬픔에 빠져 있습니다.

[윤미숙/고 이신애 중위 어머니 : 하늘을 보면 하나도 푸르지 않아요. 그리운 사람이 없어졌어요. 왜냐하면 그 너머에 딸이 있기 때문에 하늘이 눈부셔서 못 쳐다보겠어요.]

안타깝게 숨진 故 이신애 중위. 이번 권익위의 순직 권고를 통해 여군들의 권익이 한 단계 더 보호되고 이 가족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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