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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주민 적다고 무시하나"…버스도 없는 '도심 속 오지'

입력 2023-06-22 20:41 수정 2023-06-2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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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2일) 밀착카메라는 춘천의 한 마을로 가보겠습니다. 코 앞에 시내가 있지만, 버스도 없고 빙빙 돌아 한 시간을 걸어가야 하는 곳입니다. 도심 속 오지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왜 이런지, 이희령 기자가 가봤습니다.

[기자]

제가 있는 이곳은 강원도 춘천에 있는 섬, 상중도입니다.

이 섬에서 춘천역이 있는 육지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이 다리 '중도교'인데요.

그마저도 옆에 붙어 있는 섬 하중도와 춘천대교를 거쳐야만 나갈 수 있습니다.

상중도에서 중도교를 건너 내려가면 레고랜드가 있는 하중도가 나옵니다.

하중도와 연결된 춘천대교까지 건너야 시내가 나오는 겁니다.

예전에 상중도에서 춘천 시내로 나가려면 이곳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했습니다.

주민들의 발이 되어줬던 배는, 밧줄로 묶여 있고 곳곳에 녹이 슬었습니다. 10년 정도 전에 운행이 중단된 뒤로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한 때는 섬 한 쪽에 임시 다리도 있었습니다.

너무 오래돼 위험하단 이유로 3년 전 철거됐습니다.

[이광성/상중도 통장 : (임시 다리) 헐어버리고 대책을 안 해주니까. 행정 서비스가 여기 미치지 않는다는 말이야. 왜 서비스가 안 미치겠어요. 사람이 얼마 안 사니까.]

그나마 임시 다리가 있을 땐 걸어서도 25분이면 시내로 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빙빙 돌아 한 시간을 걸어가야 합니다.

이 섬엔 주민 50여명이 살고 있습니다.

절반쯤은 차가 없습니다.

걷지 않으면 매번 택시를 타야합니다.

비용도 부담입니다.

[조연숙/상중도 주민 : 발가락 티눈 수술해서도 (시내 병원에) 자꾸 가니까 차비 아깝잖아요. 안 가고 그랬더니 덧이 났어요.]

그나마 잘 잡히지도 않습니다.

장을 보러 나가는 주민을 따라가 봤습니다.

콜택시 전화번호를 '즐겨찾기'로 해뒀습니다.

[오순자/상중도 주민 : 아주 입력을 해서 다녀, 내가. 여기 중도 OOO번지요.]

택시를 잡았는데, 조금 뒤 취소됐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다시 불렀지만 또 취소됐습니다.

[오순자/상중도 주민 : (택시기사들이) '멀어서 못 옵니다' 그렇게 얘기를 해요. {얼마 정도 기다리세요, 보통?} 한 20분은 보통이고.]

세 번째 만에 택시를 겨우 탔습니다.

[오순자/상중도 주민 : 아유, 이제 여기서 50년을 넘게 살았으니까 시내 가서 한번 살고 싶다. 내가 오죽하면.]

레고랜드가 있는 하중도에는 얼마 뒤 버스가 다닐 예정입니다.

정류장도 미리 세워뒀습니다.

상중도까지 들어올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지자체는 돈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춘천시청 대중교통추진단 : 한정된 자원하에서 운영 노선을 짜다 보니까. '못 들어간다' '들어간다' 이렇게 답변드리긴 어려운 상황이고요.]

주민들은 답답합니다.

[이광성/상중도 통장 : (버스가) 레고랜드 여기 관광 오는 사람들만 위한 거지, 주민을 위해서 안 하니까. 소외당하고, 화나고, 업신여기는 것 같고.]

사람이 적게 사는 곳이라고, 불편함이 당연한 건 아닐 겁니다.

"똑같은 시민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냐"는 얘기에도 귀를 기울여야하지 않을까요.

(작가 : 유승민 / VJ : 박태용 / 영상디자인 : 황수비 / 인턴기자 : 정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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