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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우리가 동물원 원숭이냐" 괴로운 관광명소 주민들

입력 2016-03-2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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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산의 감천마을, 서울의 한옥마을…. 연간 수십만 명 이상이 찾는 관광명소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주민들의 주거지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동물원의 원숭이냐' 관광지와 주거지가 겹치면서 오죽하면 이런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말 못할 속사정,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이곳은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인 감천 문화마을입니다.

평범한 산동네였던 마을이 지금은 부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가 됐는데요.

찾는 사람들도 매년 늘어서 2011년 3만 명이 채 안 됐던 연간 방문객이 지난해에는 138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지금도 보시는 것처럼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형형색색의 주택이 들어서 있어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기도 합니다.

[김종기/부산 좌동 : 봄이니까 이쪽으로 구경 한번 오자고 해서 온 거예요. 대만 지우펀으로 (예전에) 여행을 갔었는데 '거기보다 더 좋다' 이러면서 보고 있어요.]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마을에는 큰 고민이 생겼습니다.

마을에서는 이렇게 관광코스를 마련해서 관광객들에게 추천을 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일부 관광객들이 코스 외에 주민들의 거주공간까지 무단으로 들어가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마을 주민 : 사람들이 원숭이도 아니고 사람이 사람이잖아. 마음대로 와서 찍고 하면 그 사람들이 사람인데 얼마나 자존심 상하겠나.]

거주공간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건 물론이고 무턱대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경우도 많습니다.

[감천마을 관광객 : (감천마을은 무슨 이유로 오신 건가요?) 수시로 와요. 사진 찍으러요. 집에서 가깝고요. 그다음에 소재거리가 많고요.]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문제도 심각합니다.

[마을 주민 : 커피나 뭐 먹으면 아무 데나 쑤셔 넣는 거라. 구청에 가서 데모를 하든지 무슨 수를 내야지. 주민들한테 득 될 게 뭐가 있나. 전부 손해지.]

교통 불편도 문제입니다.

마을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마을버스는 휴일만 되면 관광객들로 꽉 차기 일쑤입니다.

[마을버스 기사 : 많이 올 때는 거의 뭐 (관광객들로) 가득 차서 아무래도 여기 사시는 분들은 좀 불편을 느끼시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을을 관리하는 주민협의회도 고민이 깊습니다.

[전순선 부회장/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 : 유료화 문제는 저희들이 고민을 하고 있고요. 여기에 대해선 마을 주민들과 공청회도 가져보고 되도록 주민에게 폐가 안가는 그런 방향으로 해야죠.]

부산뿐만 아닙니다.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 한해 40여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서울의 인기 관광명소입니다.

[벤/프랑스 관광객 : 이 마을의 집들이 건축된 방식이 정말 좋습니다. 한국 건축 양식은 한국만의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곳 역시 각종 소음과 쓰레기 등으로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쓰레기통이 부족한 탓에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불편함을 겪고 있는 상황.

[박시형/인천 만수동 : 버릴 곳이 없어가지고 (쓰레기를) 계속 가지고 돌아다니고 있어요.]

[권성진/충남 아산시 득산동 : 주변에 쓰레기통이 좀 있으면 좋겠는데 없더라고요.]

동네 곳곳에 조용히 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소용없습니다.

[마을 주민 : 손가락으로 욕을 하고 가요. 조용히 해달라고 항의하면요. 중국 사람들은 그래도 질서를 잘 지켜요. 제일 질서를 안 지키는 게 한국 사람들이에요.]

일부 관광객들은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습니다.

[킴벌리/영국 관광객 : 나는 여기 못 살 것 같아요. 내 집 앞을 이렇게 사람들이 계속 오고 가면 분명히 너무 정신없을 것 같아요.]

주민들의 삶을 좀 더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은 관광객들의 호기심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문제는 각각의 작은 호기심이 모이게 되면 누군가에겐 크나큰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동물원 원숭이냐'고 반문하던 주민들의 목소리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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