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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SK 회장 돈 주무른 김원홍…그의 화려한 행적

입력 2013-09-27 21:49 수정 2013-10-2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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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원홍씨는 대체 어떤 인물인가? 무속인 출신이고 일명 도사였다고 합니다. 신통력으로 돈을 불린다는 김씨에게 SK의 주요 경영진들이 넘어갔고, 김씨가 주무른 최태원 회장의 돈은 무려 6천억원이었습니다. 이 돈의 절반을 날리면서 최 회장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하지요.

대만 도피생활을 포함해서 김씨의 행적을 김민상 기자가 추적해봤습니다.


[기자]

왜소한 체격의 남성. 그가 입국하자 순식간에 공항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최태원 SK 회장의 재판이 벌어진 2년 내내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된 인물, 바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입니다.

최태원 회장의 개인 자금을 자기 돈처럼 굴려온 김씨. 고졸 출신의 그가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석박사 출신의 마음을 휘어잡은 비결이 뭘까.

[SK 전 사장 : 일간지에 일주일 분 정치, 사회면에 어떤 기사가 나오는지 다 예측을 다는 거예요.]

[김원홍씨 지인 : 처음엔 (투자금이) 얼마 안 됐어. 돈이 10억도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 그랬다가 갑자기 백몇십억원이 되는 걸 (최태원 회장이)눈으로 본 거야. 거기에 빠진 거지.]

[김원홍씨 고향 지인 : 자기 재산이 16조라고 했어요. (16조요?)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오늘 최 회장 공판에서 판사가 "무속인 출신인 김씨가 마치 신통력을 이용해 수익을 막대하게 거둘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김씨는 어젯 밤 인천공항을 통해 강제 송환되기 직전까지 대만에 머물렀습니다.

도피 생활을 하다 현지 경찰에 체포돼 외국인 수용소에 감금됐습니다.

그는 여기서도 유명 인사였습니다.

[외국인 수용소 관계자 : 여기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떠나지 않고 있어요.]

취재진은 면회를 요청했지만 김씨는 계속 거절했습니다.

김씨는 대만 도피 생활도 화려했습니다.

[대만 현지 관계자 : (BMW 7) 차가 워낙 독특해서 그 (대만) 사람들 말로는 (대만에서) 한 대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가 드나든 고급 온천. 책임자에게 김씨 사진을 보여주자 1년 짜리 회원권을 사용한 유일한 한국인이라고 지목했습니다.

[예룬완/바이안 온천 부사장 : 한국인 수행원이 물건도 사물함에 직접 넣어주고 김씨가 다 씻고 나온 다음에 등도 닦아 줬습니다.]

김씨는 수감 중에도 중남미 국가 여권을 취득해 또 한번의 기막힌 도피를 시도했다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송환 당시에 쓴 안경도 덴마크산 최고급 제품.

[김송환/안경 전문점 대표 : 세계적으로 유명한 안경입니다. 가격대는 1000~6000달러로 형성돼 있습니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모델입니다.]

이렇듯 화려한 김씨는 어린시절엔 무척 가난했다고 합니다.

[김원길(김씨와 육촌 지간) : (집안이) 많이 어려웠어요. 식구가 많아서 큰 욕 봤어요. 고등학교도 빚을 내서 보냈어요.]

그런데 수학에 재능이 남달랐다는 겁니다.

[김씨 고교 관계자 : 수학을 워낙 잘해서 뛰어나니까 (고교 재학 시절 때 수준이 높은) 경주고교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들었어요.]

고교 졸업 후 증권사에 취직한 그는 독학으로 투자 기법을 배웠습니다.

1990년 대 중반부터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고향에 쫙 퍼졌습니다.

아버지 칠순 잔치가 벌어진 1997년엔 집 앞 마당으로 유명 가수를 불렀습니다.

[유명 가수 매니저 : 칠순 팔순 콜을 해도 (요청이 와도) 우리 가수는 참석 안 하기로 유명해요. 그때는 그분들이 굉장히 원했던 모양이에요.]

주식과 선물 가격을 족집게 처럼 맞춘다며 여의도에선 무속인이라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박도근 전 SK 증권 사장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손길승 전 SK 회장과 최태원 회장을 차례로 소개 받았습니다.

특히 1998년 고 최종현 전 회장이 타계한 뒤 7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최 회장의 각별한 신뢰를 얻었다고 합니다.

2011년 김씨가 부친상을 당하자 최 회장이 직접 경주까지 내려왔을 정도입니다.

[장례식장 관계자 : (대기업 부장은) 화환이 100단위 됩니다. SK 김원홍 회장님 정도 되면 엄청나죠. 모든 밑에 계열사부터 시작해서…]

SK 측에 따르면, 최 회장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김씨에게 맡긴 투자금만 6,000억원. 그러나 김씨는 이 중 3,000억원을 선물 투자로 잃었습니다.

[박기환/국민대 경영학 교수 : 손실이 나는 경우 만회하기 위해 2배, 3배 거래를 늘리게 되면 이성을 잃게 되고 큰 화를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2,000억원은 자신의 보험에 넣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분당의 한 고급 빌라. 김씨가 해외로 달아나기 전에 살았던 집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2011년 초 이 집에 15억원의 담보를 잡아 놓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바로 최태원 회장입니다.

투자금을 날리게 된 최 회장이 이 무렵부터 김씨를 의심한 걸로 보입니다.

결국 최 회장은 지난 7월 재판에서 "믿었던 사람인데 배신당했다"고 고개를 떨궜습니다.

신통력을 지녔다는 투자전문가와 대기업 회장의 이상한 만남. 결국 최 회장 형제는 나란히 구속됐고 김씨는 대만에서 잡혀와 이틀째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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