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희생자 명단 공개' 수사 착수…국민의힘 "이재명 입장 밝혀야"

입력 2022-11-16 18:5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단을 공개한 인터넷 매체에 대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유족의 동의 없이 공문서를 유출한 혐의에 대한 건데요.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빈곤 포르노'란 발언을 한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오늘(16일) 국민의힘이 윤리특위에 제소하기도 했는데, 관련 공방 역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 내용까지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김성호/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 유족의 동의를 받지 않고 공개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에서는 심히 유감의 뜻을 밝히는 바입니다. 사실 실종자 명단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이 오랫동안 관리될 필요가 없었던 측면이 있어서 과거하고 지금 이태원 사고하고는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유가족의 동의를 받지 못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정부는 깊은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정부 차원의 명단 공개는 없다는 점도 명확히 했습니다. 과거 세월호 참사나 대구 지하철 화재 땐 수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원확인이 어려웠고, 만 하루 만에 신원이 파악된 이태원 참사와는 경우가 다르다는 겁니다. 유가족의 항의를 받은 매체들은 명단을 일부 수정했지만, 원본은 온라인상에 떠돌고 있습니다. 공개의 정당성에 대한 정치권 공방만 남았는데요. 공격의 키는 국민의힘이 쥐었습니다.

[정진석/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음성대역) : 취재원의 동의를 받아 사연을 소개하는 것과 출처 모를 명단을 동의도 없이 공개하는 것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전자는 취재고 후자는 폭력이요 선동이다.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분들을 이용했단 점에서 언론과 정치의 탈을 쓴 가장 비열하고 반인권적인 폭력이다.]

국민의힘은 명단공개의 배후가 민주당이라고 공세를 폈었죠. 민주당 지도부는 유가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습니다. 여론의 비판을 우려한 걸까요. 앞서 이런 말을 했던 이재명 대표도 이틀째 이 문제에 대해선 침묵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9일) :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을 하고 애도를 합니까? 당연히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됩니다.]

민주당 내에는 이번 명단공개를 옹호한 일부 의원들도 있습니다. 실명을 공개한 '온라인 추모공간'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는데요. 정부가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은폐'라고 표현했는데, 결국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거였던 듯합니다.

[민병덕/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그래서 윤석열 무정부의 추모는 무효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희생자를 제대로 추모할 수 있습니다.]

국회부의장을 지냈던 이석현 전 의원은 트위터에서 "유가족 동의가 중요하다"는 네티즌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유가족이 싫다는데 무슨 역사적 참사 운운하냐'는 말에 '유가족 전원에게 물어봤냐'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추모의 방식이 하나만 있는 걸까요. 참사 직후 있었던 국가애도기간동안 분향소를 찾았던 11만 7천명의 시민들의 마음은, 이태원역 앞에 놓였던 수많은 국화와 애틋한 메모는 추모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김성희/경기 오산시 (지난 2일) : 조금만 더 초동으로 대응해 줬으면 적어도 사람은 죽지 않았어야죠. {젊은 친구들이 많이 희생됐는데…} 왜 젊은 애들이 희생됐을까요. 조금만 더 초동 대응해줬으면 적어도 사람은 죽지 않았어야죠. 왜 젊은 애들이 희생됐을까요.]

[위트니/미국 (지난 2일) : 저도 여기 있었어요. 다행히 일찍 떠났지만 제 친구들은 있었고 모든 걸 봤어요. 복잡한 감정입니다. 죄책감도 들어요.]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역시 희생자들의 실명을 부르면서 '호칭 기도'를 했는데요. 역시 애도의 한 방식입니다. 김영식 대표신부는 국민의힘이 실명공개를 '패륜'이라고 한 점을 비판하면서 이렇게 말했는데,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이번 기도의 방식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김영식/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신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어제) : 이름을 부르면 패륜이라고 하는데 이름을 부르면서 기도하는 것이 패륜이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패륜하는 기도를 해야 되고요. 기도함으로써 패륜하는 사람들의 길동무가 되는 것이 기도해야 할 사제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실명 명단이 공개돼야 깊은 애도를 할 수 있는건 아니라는 얘기도 나왔죠.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얼마전 SPC 계열사에서 일하다 숨진 여성 노동자의 죽음을 슬퍼하고 분노했던 경험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정미/정의당 대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SPC 계열사에 여성 청년 노동자가 사망한 일이 있지 않았습니까? 실명이 공개되거나 뭐 사진이 영정이 공개되거나 이러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들이 함께 슬퍼했고 또 SPC 불매운동에 동참함으로 인해서 재발방지하라고 노력해왔던 과정들이 있습니다.]

민주당 내에서 희생자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면 더 깊이 추모할 수 있다고 했던 사람들은, 워싱턴 포스트 등 외신의 실명 사연 보도를 예로 들었죠. 저희 JTBC 역시 유가족들의 동의를 받아 사연을 일부 전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제정된 재난보도 준칙, '재난보도가 유족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기자들에겐 제1원칙이라고 할까요. 유가족 취재는 취재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취재에 속하는데요.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 어떤 말이든, 말을 걸고 카메라를 갖다댄다는 게 죄스러워지는 경험, 저도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7개월동안 현장에 남아있었던 JTBC 이상엽 기자, 매일 새롭게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습니다.

[JTBC '소셜스토리' : 왜냐면 이게 사람의 유해를 찾는다는 게 굉장히 조금 사실 어렵잖아요 다루기가 근데 그 유해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취재하러 가는거니까 마음이 좀 많이 무겁죠 항상 그래서 이렇게 아침에 나설 때마다 생각이 들어요. '아 오늘은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얘기가 좀 될까' 처음에는 이 노란 리본이 이렇게 나부끼는 모습도 보기가 힘들었어요 되게 많이 마음도 아프고 자세히 보시면 리본 하나하나에 다 이제 어떤 문구가 적혀있거든요 수습을 바라는…]

그런데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인터넷 매체, 방송을 하던 도중에 떡볶이 먹방을 하면서 광고를 내보냈다고 하는데요. '참된 추모'를 하겠다던 비장함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운 방식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법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과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또 일부 보수 시민단체는 일제히 명단을 공개한 매체들을 '개인정보 보호법'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오늘 바로 수사를 개시했는데요.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희생자 명단이 유출된 과정에 불법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어제) : 논란의 여지없는 반인권적 행동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요. 일단 제 생각에는 유출 경로에서 불법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철저하게 공적인 자료거든요. 이 자료 백오십몇 명의 자료가, 이것을 더탐사나 민들레가 훔쳐 간 게 아니라면 누군가가 제공한 가능성이 제일 크지 않겠습니까? 그 과정에서 공적자료가 유출된 과정에 대한 어떤 법적 문제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엔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 좀 짚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해외순방에 나선 김 여사, 배우자 공식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신 의료지원 활동을 했죠. 바로 이 장면인데요.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이 이걸 '빈곤 포르노'라고 표현하면서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거친 표현이 도마 위에 오르자 장 위원, "국가서열 1위 김 여사를 공격한 대가냐"면서 "빈곤 포르노는 학술적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장경태/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사전에 있는, 논문에 있는, 언론에도 쓰이는 용어인 'Poverty pornography'를 뭐로 번역합니까? 용어보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판이 더 아픈 것인지 대한민국 국격을 실추시킨 책임은 어떻게 물어야 합니까? 외교행사에도 불참하고 가난하고 병든 국가 이미지를 남겨준 화보 촬영한 것은 엄연한 '외교결례'이고 '외교참사'입니다. 당사자인 김건희 여사께서 용어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국민의힘은 장 의원의 표현 너무나 인격모욕적이고 반여성적이라며,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습니다. 오늘은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이 나섰는데요. 자극적인 단어로 김 여사의 외교적 행보를 폄훼하는 민주당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장 의원을 최고위원에서 사퇴시키고 출당시키라고 했습니다.

[김영선/국민의힘 의원 : 선천적 심질환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의 가정을 방문해, 관심과 지원을 촉구한 것이 어떻게 화보 촬영에 비견될 수 있으며, 뜬금없이 '포르노'라는 단어를 쓸 수 있단 말인가.]

여야 모두 '빈곤 포르노'라는, 표현 자체에 꽂힌 것 같은데요. '포르노'라는 단어는 성적 행위를 묘사한 외설물 혹은 도색물이라는 뜻이지만요. 현상을 적나라하고 선정적으로 보여준다는 걸 은유적으로 표현할 때, 종종 쓰이기도 합니다. 한창 자극적인 먹방이 유행할 때 '푸드 포르노'라는 표현이 쓰이기도 했었는데, '빈곤 포르노'는 모금 유도를 위해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걸 말합니다. 마른 아이를 안고 있는 김 여사의 사진, 판에 박힌 '가난'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듯도 하지만, 당시 영상을 보면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모습도 있습니다.

[이렇게 착한 앤데 어휴…{감사합니다} 다음번에 만날 땐 더 건강해져서 같이 만나야 돼요. 약속!! 아유…너무 순수해 애들이…힘을 내야 돼요. 우리 큰형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미 '빈곤 포르노'라는 표현, 여야의 정쟁으로 번진 뒵니다.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 김정숙 여사의 해외 순방, 이재명 대표의 욕설까지 소환했는데요.

[김영선/국민의힘 의원 : 4억원의 예비비로 일정에 없던 타지마할까지 방문했던 김정숙 여사의 단독 해외여행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조차 하지 않았던 것을 민주당은 그동안 잊었단 말이냐.]

[김정재/국민의힘 의원 : 사전에 있는 말이다, 이 말이거든요. 근데 다 아시다시피 이재명 대표께서 형수 욕을 하는데 그것도 다 사전에 나와있습니다.]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김 여사가 바이든 대통령과 팔짱을 낀 사진을 언급했습니다. '공적마인드가 없었다, 불편하더라'고 표현했습니다.

[고민정/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KBS '주진우 라이브' / 어제) : 바이든 대통령의 팔짱을 친분을 과시하고 혹은 뭔가 좀 윤활유 역할을 하고자 의도는 하셨을지 모르겠으나 사적인 자리가 아니잖아요. 조금 더 공적 마인드가 있었더라면 그렇게 안 하지 않았을까. 저도 사실 조금 불편하기는 하더라고요.]

김 여사를 감싸려는 국민의힘에서는 이런 말까지 했는데요.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지난 14일) : 역대 대통령 영부인 중에 이렇게 미모가 아름다운 분이 있었습니까?]

'빈곤 포르노'라는 표현이 불러온 나비효과, 여야 간 정쟁 당분간 이어질 듯합니다. 양측 모두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 정치권에서 나왔습니다.

[이상민/더불어민주당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본인의 뜻이 어떻든 간에 '포르노'라는 말이 들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선정적으로 대중들한테는 그렇게 받아들일 염려가 있거든요. 국회의원의 품격에 맞게끔 하는 게 맞다는 점에서는 저는 좀 적절치 않은 표현을 썼다고 생각하고. 그러나 그 표현을 썼다고 해서 또 윤리위에 제소를 한다고 하면 괜히 이거 오히려 사건을 더 키우는 거고 더 이상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국민의힘은 오늘 오후 민주당 장경태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는데요. 관련 소식 들어가서 더 얘기해보겠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희생자 명단 공개' 수사…국힘, 장경태 '빈곤 포르노' 제소 >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