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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중국은 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방문에 진심 격분할까?

입력 2022-08-02 13:12 수정 2022-08-02 13:45

미국 vs 중국 남중국해 대만 패권 놓고 '대충돌'
중국-펠로시 의장 악연도 작용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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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vs 중국 남중국해 대만 패권 놓고 '대충돌'
중국-펠로시 의장 악연도 작용한듯

*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 〈출처=연합뉴스〉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 〈출처=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오늘 밤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서방 언론들은 오늘(2일) 밤 늦게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해 내일 오전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회담한 후 대만을 떠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의 반발은 상상 이상의 강도입니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며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실 겁니다. 그래서 부통령에 이어 미국 대통령 승계서열 2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싫어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반 시청자나 독자들이 볼 때 중국의 반발은 지나칠 정도입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등은 펠로시 의장이 오면 중국군이 그가 탄 비행기를 격추시킬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중국의 지나친 이런 반발, 왜 그런 걸까요.


■핵심은 '하나의 중국' 시각차..미중 남중국해 대만 놓고 헤게모니 다툼

중국의 반발은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 정상급 인사들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뒤로는 대만을 지원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대통령 승계 순위 2위인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미국 정가가 대만을 지원하는 상징적 행위라고 보는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979년 수교를 했습니다. 미국은 대만과 외교관계를 공식적으론 끊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대만을 방어해주는 상호방위 조약도 효력이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같은 해인 1979년 4월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을 통과시켰습니다. 대만관계법에 따르면 대만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고 통상과 문화 부문에서 비공식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소 비공식적인 방법이지만, 사실상 미국은 상호방위 체제까진 아니더라도 대만의 독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내내 이런 미국의 태도를 문제삼아 왔습니다.

이런 중국의 불만이 터진게 펠로시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입니다. 미국은 계속 남중국해에 항공모함 등을 출동시켜 항해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 입장에선 결국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것과 같습니다. 중국은 왜 미국이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고 겉으로 말하면서도 대만에 정치인을 보내고 항공모함을 보내는지 문제삼는 것입니다.

결국 중국과 미국은 남중국해의 패권, 대만 독립 문제를 놓고 헤게모니 다툼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만 문제, 바이든-시진핑 회담서 여러 차례 얼굴 붉혀 '불장난 하면 타죽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지난해 11월 있었던 4번째 시진핑 주석과의 화상회담때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단서가 있었습니다.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긴 하지만, 미국의 법률인 대만관계법에 근거해서 지지한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지난 40여년간 미국이 대만을 측면 지원하고 현 대만의 독립 상황을 지지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11월 회담 때도 시진핑 주석은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시 주석은 회담 직후 대만 독립세력이 불장난을 하고 있는데 스스로 타죽을 수 있다면서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이번 펠로시 의장 문제 때도 같은 '불장난'이라는 표현을 반복했습니다. 또 불장난을 하면 타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이 겉과 달리 대만 지원을 계속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또 이제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17'을 스스로 공개하면서 미국에 군사적인 협박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펠로시 의장과의 악연도 작용했나
현지 시간 10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워싱턴 의사당에서 1조 9천억 달러 규모 경기부양책 투표를 앞두고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현지 시간 10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워싱턴 의사당에서 1조 9천억 달러 규모 경기부양책 투표를 앞두고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펠로시 하원 의장은 하원의장만 두번째 역임 중인 미국 민주당의 대표 정치인입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이고 유일한 여성 의장이기도 합니다.

펠로시 의장은 티베트의 종교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가깝고 티베트인의 인권 등을 지지하는 활동을 벌여 중국과 대립해 왔습니다.

또 펠로시 의장은 지난 1991년 연방 하원의원 시절 베이징을 방문해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중국 민주주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손팻말을 들기도 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만 82세이긴 하지만 현직 하원 의장입니다. 미국 하원의장은 부통령에 이어 미국 대통령 승계 2순위의 막강한 자리입니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 정가를 대표하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모양새를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과 펠로시 의장의 개인적인 여러 악연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미국 정가와 외교안보전문가들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내릴 경우, 중국이 실력행사를 할 수 있고 그 수위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CNN은 미국 당국이 펠로시 의장을 안전하게 지킬 계획을 계속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부 미국 정치인이나 칼럼니스트들은 오히려 펠로시 의장이 중국의 위협에 굴해선 안된다며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을 은근히 지지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Josh Rogin) 등이 그런 인물입니다. 특히 미국 정가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 된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의 패권 확장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오늘밤과 내일, 펠로시 의장의 행보와 중국의 대응 수위는 그 어떤 전문가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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