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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우일영' 빗대 윤핵관 비판…엄석대는 대통령?

입력 2023-03-0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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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오늘(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현재 여당 상황을 이문열 작가가 쓴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빗댔는데요.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을 향한 신랄한 비판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을 소설 속 독재자 엄석대에 비유하면서 천아용인을 밀어달라고 당부했는데요. 당내에선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만큼 메타포를 즐겨쓰는 정치인도 없는 것 같습니다. 소설 '삼국지'가 메타포의 단골 소재였죠. '비단주머니'나 '삼성가노' 같은 비유는 모두 삼국지에서 차용한 표현들인데요. 오늘은 달랐습니다. 긴급 기자회견에 새로운 소설을 들고 나왔는데요. 이문열 작가가 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입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 '엄석대' 빨리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십시오, 그 이름. 놀랍게도 1987년에 이문열 작가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통해서 그려냈던 시골 학급의 모습은 최근 국민의힘의 모습과 닿아 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금 국민의힘 상황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빗댔는데요. 메타포를 이해하려면 우선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알아야겠죠. '엄석대'라는 급장이 담임 선생님의 묵인 아래 최고 권력자로서 동급생들 위에 군림하고 있는 학급이 배경입니다. '한병태'라는 전학생이 엄석대에 맞서보려 하지만 결국 실패하는데요. 새로 온 선생님이 이런 비정상적인 권력 구도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엄석대는 축출된다는 내용입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 엄석대가 구축해 놓은 왕국은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오고, 사흘 만에 반장선거에서 61명 중 59명의 표를 받으며 엄석대가 다시 선출되는 순간 무너졌습니다. 엄석대에게 저항할 사람이 남아있지 않은 그 학급의 질서라는 것이 새로 온 담임선생님에게는 얼마나 이질적이고 또 한심해 보였겠습니까?]

이 전 대표도 소설의 내용을 설명하는 데 기자회견의 상당 시간을 할애했는데요. 정회원분들이 알기 쉽게 이 전 대표의 비유대로 소설 속 인물과 현실 인물들을 일대일로 대응시켜볼까 합니다. 먼저 학급장을 맡은 엄석대는 윤석열 대통령을 가리키는데요. 이 전 대표도 굳이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 연상하시는 인물이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라면 그건 개인의 생각을 다들 존중할 것입니다. 혹시라도 언론인들께서 보도하시면서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을 연상했다고 기사를 내신다면 아마 그것이 국민의 시각을 대변하는 언론인들의 시각이라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그럼 윤심을 등에 업고 전당대회에 나선 김기현 후보는 누구일까요? 엄석대의 최측근인 체육부장 강동규를 연상시키는데요. 친윤계는 엄석대에게 굴종하는 다수의 동급생들과 겹쳐 보이는 듯합니다.

이 전 대표는 엄석대에게 맞서고자 했던 한병태를 '천아용인'이라고 했는데요.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 이제 곧 투표가 시작되는 전당대회에서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네 후보는 지금 소설 속의 한병태와 같은 위치에 서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은 한병태도 결과적으론 엄석대에게 굴복하고 엄핵관이 되고 만다는 점입니다. 잇단 동급생들의 괴롭힘과 일관적으로 석대를 감싸는 선생님의 태도에 좌절했기 때문인데요.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 분명히 잘못한 것은 엄석대인데, 아이들은 한병태를 내부 총질러로 몰아서 괴롭힙니다.]

이 전 대표는 한병태가 엄석대에 굴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 새로운 한병태인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이 더 큰 힘을 가지고 국민을 대신해서 엄석대가 구축하려고 하는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결국 소설의 결말을 다시 쓰고 싶다는 겁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 하지만 이제 이 소설과 다른 결말을 당원 여러분께서 써주십시오. 주인공이었던 한병태가 작은 저항, 큰 저항을 시도했다가 담임선생님까지 엄석대의 편을 들면서 결국 저항을 포기하고, 그들의 카르텔에 편입했던 그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를 써주십시오.]

당원들이 일그러진 국민의힘을 이번에 바로 잡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 건데요. 김기현 후보가 당선되고 윤핵관의 득세가 지속되는 현실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겠죠.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 이들이 이번에 힘을 얻어서 그것을 지적해내지 못한다면 나중에 결국에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민이 담임선생님의 역할을 하면서 교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결국 이 전 대표가 바라는 소설의 결말은 천아용인의 당선일 텐데요. 궁극적으론 윤 대통령이 성군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나타냈습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 결말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결말은 왕이 콤플렉스를 벗어던지고 백성의 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 귀를 덮고 있던 모자를 벗어던지고 성군이 되는 결말입니다.]

이 전 대표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한 인물이 떠올랐는데요. 나경원 전 의원은 과연 소설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나 전 의원, 당권 출마를 고심하고 있을 때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견제를 받았는데요. 윤핵관들로부터 반윤 우두머리로 낙인까지 찍힌 끝에 출마를 접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그런데도 김기현 후보가 내민 손을 잡았죠. 넓은 아량과 마음씨 덕분일까요?

[나경원/전 의원 (유튜브 '오른소리') : 그런데 정치는요… 머리로만 하는 것도 아니고 입으로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정치는 가슴으로 한다는 것을 좀 꼭 새겨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학폭 피해자가 2차 가해를 받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에도 굴하지 않고 김 후보의 지지를 호소 중인데요.

[나경원/전 의원 (지난달 28일) : '대통령과 정말 호흡을 맞출 지도부가 들어서서 그 지도부가 대통령의 개혁을 힘있게 뒷받침해줘야 된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지난달 28일) : 제가 다녀보니까 대구·경북엔 나경원 빼면 아무것도 안 돼요.]

이 전 대표의 입장에선 나 전 의원이 체육부장 강동규에게 붙은 '원 오브 뎀'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톰과 제리'의 톰도 거들었습니다. 안철수 후보, '김나연대'를 공갈연대로 평가절하했었죠. 나 전 의원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안철수/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저보고 이렇게 어깨를 치더니 누군가 싶어서 보니까 나 전 의원이더라고요. 근데 참 표정이 안돼 보였습니다. {아, 그래요? 아니, 저 사진 보니까 웃고 계시는 것 같아,} {미소 띤 것 같은데요?} 사진 찍을 때만. {아, 사진 안 찍을 때 얼굴 보시니까 좀 안 좋으셨어요, 나 의원이?} 그렇게까지 억지로 끌고 갈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자, 오늘은 이준석 전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정리해드렸는데요. 사실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학급장 엄석대의 결말은 비참합니다. 석대를 따랐던 친구들마저 모두 석대에게 등을 돌리는데요. 엄석대는 자신의 소왕국이 무너지자 잠적하고 마는데요. 이 전 대표가 밝힌 긴급 기자회견 개최의 이유, 이런 새드엔딩을 막아보겠다는 거였죠. 지금 엄석대를 비호하고 있는 이들에게 일침을 날리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 같은데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한 장면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너희는 당연한 너희 몫을 뺏기고도 분한 줄 몰랐고, 또 불의 앞에 굴복하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어. 그런 너희들이 어른이 돼서 만들 세상은 상상만 해도 끔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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