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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채모군 개인정보 유출 논란…과연 '윗선'은?

입력 2013-12-2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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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아들 의혹으로 물러난 게 석 달 전인데요. 아직도 이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개인정보가 청와대 행정관의 요청으로 불법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습니다. 그러나 행정관의 '윗선'을 밝히는 검찰 수사가 맴돌고 있는데요. 이 문제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먼저 지난 6월11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시계를 돌려보겠습니다.

박진규, 김선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6월11일 오후, 서울 서초동의 검찰청과 서초구청.

불과 4Km 남짓 떨어진 두 곳에서 두 가지 사건이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찰은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국정원 요원들의 댓글 활동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은 법무부의 우려와 국정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밀어붙이던 상황.

채 전 총장은 이례적으로 '국정원 의혹 사건 처리 관련 검찰총장 입장'이라는 발표문까지 내놨습니다.

채 전 총장은 발표문에서 "검찰은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여야 한다는 각오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고 했습니다.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에 대해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했다"고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수사의 마무리와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비슷한 시간 서울 서초구청.

조이제 행정지원국장에게 한 통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도착합니다.

발신자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의 조오영 행정관.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 모군에 대한 개인정보 확인을 부탁하는 문자였습니다.

[조이제/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지난 3일) : 문자로 아이 이름, 주민등록번호, 본적을 대면서 알아봐달라고 왔어요. 그러면 조카나 친척 되는가 보다, 서류작성이 급히 필요한게 있는가 보다, 그래서….]

청와대 행정관이 채 군과 관련한 뒷조사를 조용히 진행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조 국장은 채 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를 부하직원에게 지시했고, 파악된 개인 정보를 알려줬습니다.

[조이제/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지난 3일) : (그쪽에서)고맙다는 취지로 (문자를)보냈을 거 아닙니까. 제가 기억나는 것은 다음에 식사나 한 번 합시다. 그렇게 문자 보낸 걸로 기억하거든요.]

그로부터 석 달 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보도가 터졌고,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감찰 발표가 잇따르자 검찰 총수는 대검찰청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두 달 뒤 채 전 총장과 관련한 개인정보 불법 조회 사건이 터졌고 검찰이 서초구청을 압수수색합니다.

+++

[앵커]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사회부 박진규 기자 나와있습니다.

박 기자, 지금 조이제 서초구청 국장,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까지는 드러났는데 그 윗선에 대한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는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사건이 불거진 직후에 청와대는 조 행정관의 윗선이 안전행정부 김모 국장이라고 발표했는데, 검찰 수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수사가 혼란에 빠졌습니다.

[앵커]

조 행정관이 누군가의 요청 없이 채 전 총장 관련 정보를 캐냈을 이유는 없을텐데요.

[기자]

네, 그래서 진짜 윗선이 누구냐 하는 의문이 증폭됐는데요.

조 행정관이 이번엔 신학수 전 청와대 민정1비서관을 지목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발탁됐던 사람들을 잇따라 윗선으로 밝힌 셈인데요.

주요 인물들이 4명인데, 관련 내용 함께 보시죠.

+++

[기자]

경북 포항 출신인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 국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같은 대구-경북 출신, 이른바 TK로 측근 중 측근으로 꼽힙니다.

서울시에서 당시 부시장이던 원세훈 전 원장과 함께 근무했습니다.

원세훈 전 원장이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조이제 국장은 행정비서관으로 발탁됐고 원 전 원장이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에도 따라서 이동했습니다.

조이제 국장은 이렇게 원 전 원장을 따라 움직이면서 서울시 6급 주사에서 사무관, 서기관으로 고속승진을 하기에 이릅니다.

[안전행정부 전 고위관계자 : 뭔가 있어요. 커넥션이. 원세훈이 (행정안전부 장관 때) 비서로 데리고 와서 (조이제가) 그때 사무관이었는데 (이후에) 국정원 서기관 승진하고는 원대복귀했을 거야….]

원세훈 전 원장의 기소가 발표되는 날, 측근이 채동욱 전 총장 관련 의혹 정보를 찾고 있었던 셈입니다.

조오영 행정관 자택. 취재진이 며칠씩 기다렸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모처에 머무르며 노출을 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TK로 분류되는 경북 안동 출신의 조 행정관은 조이제 국장과 함께 서울시에서 근무해 이른바 'S라인'으로 분류됩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에 들어간 조 행정관은 지난해 4월에는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자리를 지켰습니다.

조 행정관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실 소속.

의혹은 'S라인'에서 현 정부 청와대로까지 번집니다.

자신에게 채 모군에 대한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한 인물로 안전행정부 김모 국장을 지목했던 조 행정관은 두 번째로 지난 정부 청와대에서 총무비서관과 민정1비서관을 지낸 신학수 씨를 윗선으로 지목했습니다.

김 국장과 신 전 비서관의 공통점은 지난 정부 실세로 불리던 이른바 '영-포 라인'으로 거론되는 점.

포항고 출신의 김 국장은 이명박 정부 말기 청와대에 파견돼 5개월 가량 일했습니다.

영일 출신의 신 전 비서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 사무실에서 일했고,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이 제기됐던 다스 회사에서도 일해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김 국장은 사실상 무혐의로 결론이 났고, 신 전 비서관도 조 행정관과 대질 신문까지 받았지만 관련 의혹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렇게 조 행정관이 지목한 인사가 관련성이 입증이 안되자, 일부러 지난 정부 핵심 인사만 이름을 대면서 수사에 혼선을 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앵커]

청와대 행정관의 진술이 바뀌고 거기에 구속영장까지 기각됐는데, 수사가 어려워진 것 아닌가요?

[기자]

그런 측면이 있지만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수사는 가능합니다.

증거를 보강해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수도 있는 거고요.

[앵커]

기각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일이 흔한가요?

[기자]

예, 종종 있습니다. 최근에만 해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집에 화염병을 던진 대기업 직원이 구속영장이 기각되니까 강한 의지로 보강 수사를 해 결국 구속시키지 않았습니까?

성추문 검사도 두 번 청구했고, MBC 파업 땐 노조 집행부도 두 번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검찰의 의지 문제죠.

관련 내용 좀 더 보시죠.

+++

[기자]

지난 17일 조이제 국장과 조오영 행정관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습니다.

검찰이 조 행정관을 4번이나 불러 조사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자 사전 구속영장 카드를 꺼낸 겁니다.

[조오영/청와대 행정관 (지난 17일) : (왜 진술 번복하셨어요?)….]

10시간 넘는 영장실질심사 끝에 법원이 내린 판단은 구속영장 기각.

[조이제/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 (지난 17일) : (진술 엇갈리는 부분 입장 한 말씀만 해주시죠.)….]

청와대의 성급한 발표로 때를 놓쳤다는 비난과 검찰 수사에 대한 부실 지적이 잇따르자, 검찰은 법원을 겨냥해 "부실 기각"이라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새로운 의혹은 계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당초 조이제 국장은 6월 11일 오후 4시쯤 조오영 행정관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고 채모군의 개인정보를 확인해줬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조회가 이뤄진 시점은 부탁 훨씬 전인 오후 2시 47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두 사람 중 누군가 거짓말을 했거나 채 전 총장 관련 정보를 요청한 또다른 인물이 있다는 겁니다.

당초 조이제 국장은 문자로 채모군의 개인정보를 알려줬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조사결과 조오영 행정관은 "조이제 국장에게 가족관계증명서에 나와 있는 내용 전체를 확인할 수 있게 팩스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에는 부모의 신원과, 주민등록번호까지 나와 있는 만큼 조 행정관이 이미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알고 움직였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처음엔 조오영 행정관 관련 사실을 부인하다가 나중엔 조 행정관을 직위해제시키면서, 사건의 배후로 김모 국장을 지목한 청와대의 일련의 조치가 사실 규명을 어렵게 했다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전해철/민주당 의원(노무현 정부 전 민정수석) : 청와대 발표에도 불구하고 관련자들은 모두 다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대질을 해줘라.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조사 자체도 적절하지 않았지만 실제 조사 방식이나 그 결과도 맞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정미경/변호사(검사 출신) : 수사가 진행 중에 있는데 청와대에서 그렇게 감찰하고 털어버리면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처럼 모양새가 돼 버렸잖아요.]

청와대의 조바심이 노출됐고 사건의 핵심인 조오영 행정관의 진술은 돌변한 사건.

총장이 망신을 당하며 물러나고 사상 초유의 내분까지 겪으며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검찰.

불과 6개월 전, 다른 사람도 아닌 검찰총장 관련 정보를 불법적으로 캐내던 세력의 실체를 오늘의 검찰이 의지를 갖고 제대로 밝혀낼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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