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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놔두고 용변 보러 1.6km"…화장실 찾아 삼만리

입력 2022-09-25 18:43 수정 2022-09-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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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시대에, 화장실 가려고 매일 1.6km 떨어진 읍사무소를 오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래 전 지은 집들이 대게 그렇듯, 정화조를 따로 만들어 써왔는데, 최근 이 정화조를 비워주는 분뇨 수거 업체가 많이 사라진 탓입니다.

정화조를 없애고 오수관을 설치하려 해도, 쉽지 않다는데 무슨 일인지 이자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변기가 막혀 물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정화조 입구에선 악취가 올라옵니다.

경기도 화성시 외곽에 사는 김모 씨의 단독주택입니다.

최근 정화조를 비우기 위해 분뇨 수거 업체에 연락한 김씨는 "일이 밀려 한 달 반을 기다려야 한다"고 연락받았습니다.

방법이 없는지 업체들을 관리하는 지자체에 물어봤습니다.

[경기 화성시 관계자 : 미리 연락해서 (수거 신청) 하시면 좋은데, 그걸 이제 찰랑찰랑 차거나 넘칠 때 연락을 하셔서…]

하지만 땅에 묻힌 정화조가 언제쯤 꽉 찰지 한 달도 전에 알아차리기는 어렵습니다.

[김모 씨/경기 화성시 : 화장실 다 찰 것을 날마다 내가 조사해야 해요? 이웃분들은 자기 화장실 쓰시라고 해요. 고맙기는 한데…일 보시라고 해도 내가 안 된다, 감정상 안 된다 그 말이죠.]

동네의 다른 집들처럼 이참에 정화조를 없애보려고도 했습니다.

집에서 50여 미터 떨어진 곳입니다.

이곳을 지나는 오수관을 설치하면 해결할 수 있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생판 모르는 땅 주인에게 연락해 인감증명서 등을 받아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도 김씨 가족들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 1.6km 떨어진 읍사무소까지 차로 오가고 있습니다.

[김모 씨/경기 화성시 : 국민이 여기 화성시에 살면서 X 좀 싸겠다고 하는데 X도 못 싸고… 이 이야기가 왜 이렇게 한국에서 어렵냐, 그 얘기예요.]

통 하수도 정비 사업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집에서 개인 정화조를 사용하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습니다.

분뇨 수거 업체도 덩달아 줄고 있습니다.

[김모 씨/분뇨수거 업체 관계자 : 현실적으로 경영하기 힘든 상태가 돼버리고 있잖아요. 저희 지역은 이미 두 개 업체가 도산돼 버렸거든요.]

상대적으로 일이 많고 수익이 적다 보니 정화조 용량이 큰 건물의 의뢰를 우선적으로 받는다고 합니다.

[신동호/분뇨수거 업체 관계자 : (작은 건물은) 5만원, 3만원 갖고 뭐 해 먹고 살아요 저거를. 기름값도 안 나오지. 그러니까 자꾸만 거부하는 거예요.]

이대로라면 하수도관 대신 정화조를 쓰는 전원주택에선 앞으로 언제든, 화장실도 못 가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15년째 그대로인 수거 비용부터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상디자인 : 조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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