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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센트] 폭우가 드러낸 '도시의 낮은곳'…반지하 탈출 확률 0.3%

입력 2022-08-14 18:27 수정 2022-08-1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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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들춰낸 도시의 낮은 곳, 바로 '반지하'였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에 서울시는 20년에 걸쳐 반지하를 없애겠다는 대책까지 내놓았지만, 그럼 반지하 사는 사람들 다 어디로 가느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저희가 따져보니, 지난해 서울 반지하에 사는 사람이 공공 임대주택을 통해 지상으로 간 비율은 0.3%에 그쳤습니다.

통계로 말하는 뉴스, 퍼센트의 안지현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기자]

이번 폭우 피해와 관련해 제가 주목한 퍼센트는 0.3%입니다.

지난해 서울 내 지하나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공공임대주택을 통해 지상으로 옮겨간 비율입니다.

이 퍼센트에 주목한 건, 바로 이번 폭우 때문이죠.

서울에서 지하나 반지하에 사는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5%입니다.

작아 보이지만 20만 가구로, 강남구 전체 가구 수에 맞먹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이번 폭우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곳인 서울에서 8명의 사망자 가운데 절반인 4명이 바로 이 5%인 반지하 가구에서 나왔습니다.

서울시가 앞으로 최대 20년간 반지하를 없애겠단 대책을 내놓은 이유입니다.

이를 위해 주거지 목적의 반지하 건축은 허가를 내주지 않고, 기존 세입자들은 공공임대 주택을 통해 지상으로 이전하는 걸 지원하겠단 건데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턱없이 부족한 공공임대 주택.

지난해 서울에 새롭게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은 반지하 가구의 10%대 수준인 2만 6천 가구에 그쳤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 그만큼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되고 있지 않고, 올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서 특히 공공임대주택을 기존보다도 줄이겠다고 예고하고 있거든요.]

이번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반지하 거주민들의 기대 역시 크지 않아 보였습니다.

[반지하 거주민/서울 상도동 :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전)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까요? 조건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임대아파트는 제가 여러 번 신청했는데 매번 떨어지더라고요.]

하지만 이들 모두 그날 폭우의 기억 때문에 더 이상 반지하에서 사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 됐습니다.

[반지하 거주민/서울 상도동 : (물이) 진짜 갑자기 들이닥쳤거든요. 변기부터 역류했거든요. (물이) 무릎까지 계속 올라오고 있었고 이제 나가야겠다 싶어서 신발도 없이 올라갔거든요.]

[반지하 거주민/서울 상도동 : 제 귀까지 물이 올라왔더라고요. 저도 막막한 상태예요. 다시 여기 들어와서 산다고 생각하면 무섭고…주위에서 너 지하에서 나와야 하지 않냐,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게 사실 뭐 쉽게 나올 수 있었으면 지하에 살지 않았죠, 처음부터.]

서울시가 공공임대주택과 함께 제시한 주택바우처 역시, 현재 1인당 매월 8만 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또, 만에 하나 지하 주거지를 없애는 데 성공한다 해도, 고시원과 같이 또 다른 주거 취약층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 지하를 없앤다고 개발을 하면 고시원이 느는 문제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발생을 했어요. 지하로 가면 또 반값 정도가 되기 때문에 그분들이 그렇게 선택하시는 거거든요. (지하가)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모르셔서 거기서 사는 게 아니라…]

때문에 폭우로 반지하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뉴욕의 경우, 반지하를 없애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진단하고 미국에선 불법인 반지하 주거지를 오히려 합법화하고 지원하겠단 대책이 언급되는 이유입니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지하 거주민이 지상으로 옮겨간 건 지난해 약 650가구(서울 기준)로 전체 반지하 가구 가운데 0.3%에 불과했던 겁니다.

결국 대대적인 재정 투입을 통한 현실적인 대책이 수반되지 않는 한, '반지하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퍼센트의 안지현이었습니다.

(영상디자인 : 황수비 / 취재지원 : 이채빈·이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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