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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면 83cm '성추행 증인 강아지' 직접 찾아보니…

입력 2012-10-0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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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자 어린이 성추행 범인을 밝히기 위해 법정에서 애완견이 당시 상황을 재연한 이른바 '강아지 재판'이 화제였습니다. 여자 아이를 만진 건 개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판결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JTBC 취재진이 재판에 등장한 바로 그 강아지를 찾아내 여러 가능성을 알아봤습니다.

김경희, 성화선 기자입니다.


[기자]

여자 아이를 성추행한 혐의로 법정에 선 70살 박 모 씨 측이 범인으로 지목한 것은 박 씨의 애완견.

재판장의 파격적인 허락으로 개를 직접 법정에 데려와 재연까지 했지만 법원은 박 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여기에 사회봉사 80시간, 성폭력예방강의 40시간, 신상정보공개 3년, 1주일에 소주 반 병 이상 마시지 말 것 등을 명령했습니다.

과연 법정에 나온 강아지는 실제 어떤 모습일까.

JTBC 취재진이 찾아낸 법정 출두 애완견은 몸 길이 57cm, 높이 43cm로 일어서면 83cm의 슈나우저 품종입니다.

주인 박 씨는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박모씨 : 나는 여기 있었고, 애들은 저기 있었고...열명 정도 있었어요. 어디다 하소연할지…. 돈도 없지. 아주 꼼짝없이 당하는 거예요, 이게.]

하지만 수사당국은 강아지는 아무 죄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장세열/서울 노원경찰서 강력2팀장 : 조사 과정에서 강아지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강아지가 신체 접촉하는 부분과 사람 손이 만지는 게 같을 수가 없지 않겠느냐….]

여자 어린이는 "쓰다 듬는 느낌이 드는 즉시 뒤를 돌아보았는데 개는 가만히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판사도 판결문을 통해 "아이가 개와 사람의 손을 구분하지 못하고, 개가 앞발을 아래 방향이 아닌 위 방향으로 한 차례만 움직였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네티즌들도 판결에 대해 팽팽한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박씨가 항소해 '강아지 재판 2라운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기자]

법정에서 동물의 지위는 시대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오늘날 동물은 재판 당사자가 될 수 없지만 조선시대에는 달랐습니다.

1411년, 궁궐에 살던 코끼리가 자신을 구경하며 놀리던 한 관리를 밟아 죽이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범인' 코끼리를 피고인으로 삼아 재판이 열렸는데 당초 사형을 선고하려 했으나 일본 왕이 바친 선물이라는 걸 감안해 귀양살이 형을 내렸습니다.

코끼리는 전라도 한 섬에서 6개월간 유배생활을 해야했습니다.

오늘날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코끼리가 아니라 코끼리 주인인 왕이 피고인이 됩니다.

우리를 탈출한 곰의 주인과 뱀을 놓친 건강원 주인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동물은 소송 원고나 피고가 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환경과 동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동물을 재판의 주체로 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9년 9월 황금박쥐, 수달, 고니 등 동물과 환경단체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며 소송을 제기한 게 대표적 사례.

그러나 법원은 "동물을 원고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최근엔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법원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한 야산.

배설물을 뒤집어쓴 개들이 우리를 빠져나옵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대표 등이 동물 구조 활동 차원에서 진행한 일입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동물을 돈으로 환산해 90만원 상당을 훔친 혐의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박소연/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 : 밥과 물은 전혀 제공되지 않은 것처럼 보여졌어요. 외면할 수 없어서 강제로 구출하게 됐습니다. 사람의 소유물, 재산으로 치부되면서 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는 계속해서 무시되는….]

동물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법원이 범죄 입증을 위해 애완견의 법정 출석을 파격적으로 허용함에 따라 앞으로 반려 동물의 법정 출석이 잦아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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