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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박 대통령-최순실, 뇌물죄 수사 앞두고 교감?

입력 2017-02-09 18:18 수정 2017-02-09 19:26

특검 "조사 일정 유출한 사실 없어"
9일 조사 무산…대통령측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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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조사 일정 유출한 사실 없어"
9일 조사 무산…대통령측 노림수는?

[앵커]

청와대가 특검의 9일 대면조사를 거부한 걸 두고 비난 여론이 거셉니다. 특검은 조사 장소도 청와대가 원하는 대로 경내에서 진행하기로 했고, 조사 결과를 사후 공개하자는 청와대 요구도 받아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늘(9일) 조사 무산 배경에 어떤 노림수가 있는 건지 청와대 발제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기자]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르윈스키 스캔들'로 지난 98년,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는 불명예를 겪었습니다.

당시 특검 수사과정에서 FBI 비밀 요원들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혈액을 채취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현직 대통령은 특별 검사 앞에서 선서를 하고 4시간 동안 심문을 받았는데, 이 장면은 CCTV로 법원 배심원들에게 그대로 생중계 됐습니다. 특검의 심문을 마친 뒤 어떤 소회를 밝혔는지 들어보시죠.

[빌 클린턴/미국 전 대통령 : 안녕하십니까. 오늘 오후 이 자리에서 저는 특별검사와 대배심에 증언했습니다. 저는 제 사생활에 관한 질문들에 정직하게 답변했습니다. 그것은 어느 미국 시민도 답하고 싶지 않을 질문들이었습니다.]

미국 방송사에서도 그대로 특검의 심문 장면이 나갔습니다. 그 심문 내용이 너무 적나라해서 '경고문'까지 함께 내보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잘못한 건 백 번 맞지만, 이런 사례를 살펴보면서 정말 조사가 가혹하구나 싶었습니다. 정말 가차없는 특검 조사가 이뤄졌던 겁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체면은 온데 간데 없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어제(8일) 청와대 관계자는 특검이 박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을 언론에 유출했다고 주장하면서 특검이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청와대의 주장이 과연 합당한건지 좀 따져봐야겠습니다.

특검은 조사 장소도 박 대통령의 동선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게 청와대 위민관으로 정했습니다. 엄밀히 말해 박 대통령은 형사사건 피의자 신분인데, 피의자 자택까지 직접 찾아가서 출장 조사를 하는 겁니다. 일종이 특혜란 지적까지 나옵니다.

게다가 조사 시기가 알려지더라도 박 대통령의 조사는 철저히 비공개로 경내에서 진행되는 겁니다. 크게 상황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특검은 오늘 이례적으로 그동안의 대면조사 일정을 공개하면서 청와대의 대면조사 거부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이규철/특검팀 대변인 : 공개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되 조사가 완료된 후 상호 동시에 조사 시간, 장소 등 수사 절차상 이루어진 사항을 공개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변호인은 2월 7일 특정 언론에서 일정 및 장소가 보도되자 2월 9일로 예정된 대면조사를 거부한다고 특검에 일방적으로 통보하였습니다.]

청와대가 특검 수사에 트집을 잡아 수사를 방해하고 있단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대면조사 무산을 노리는것 아니냔 해석도 나옵니다.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특검을 공격하면서 애초부터 박 대통령이 조사에 응한다고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손범규/대통령 법률 대리인단 (CBS 김현정의 뉴스쇼) : 탄핵과 연계시킨 정치적 특검이었다,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아예 응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박 대통령께서) 어떻게 지금 응한다고 말씀을 하신 바람에 그랬는데 지금이라도 응하지 않을 수 있다면 응하지 않는 게 저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면조사를 무산시키면 비난 여론이 거세져 청와대로서도 실익이 크지 않습니다.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의 명분만 쌓아줄 수도 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약속한 사안이고 일정이 조율되면 떳떳하게 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당초 9일보다 조사가 늦어지면 박 대통령에게는 상당히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오늘 최순실 씨에 대한 뇌물죄 수사와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동시에 이뤄지게 될 예정이었는데요. 대면조사가 미뤄지면서 최 씨를 통해 특검의 뇌물죄 수사 방향을 미리 탐색하고, 대응 시간을 벌 수 있는 겁니다.

갑자기 특검에 자진해서 출석한 최 씨의 태도도 이런 해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최 씨는 특검이 강압수사를 하고 있다며 출석을 거부해 강제 구인돼 왔는데 지난 7일 돌연 태도를 바꿔 오늘 스스로 나왔습니다.

특히 오늘부터는 특검이 삼성 뇌물죄 수사와 관련한 조사를 벌일 거란 관측이 나왔던 터였습니다.

최근 특검의 뇌물죄 수사는 안종범 전 수석이 자진납세한 39권의 수첩 때문에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단 얘기가 나오는데요. 청와대로서는 여기에 급히 대비할 필요성을 느꼈을 게 당연합니다.

지난달 25일 최순실이 고성을 지르며 특검 수사를 맹비난하던 날, 박 대통령은 예고에 없던 정규재TV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역시나 특검 수사를 공격했습니다.

두 사람이 이번에도 보조를 맞춘 것 아니냐는 사전 교감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늘 청와대 기사 제목은 < 박 대통령-최순실, 특검 뇌물죄 수사 앞두고 교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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