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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으로 둔갑한 대학 캠퍼스…숨 막히는 학생들

입력 2017-06-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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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임대주택을 짓기 위한 공사 때문에 배움의 공간을 빼앗겼다고 학생들이 주장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밀착카메라로 손광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시의 공사 현장입니다.

제 뒤로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목재 식탁과 의자가 있고, 앞에는 스피커가 달린 가로등 여러 개가 땅바닥에 쓰러져 있습니다.

마치 재개발이라도 이뤄질 것 같은 공간인데요.

하지만 이곳 전체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학교 야외캠퍼스로 사용된 곳이었습니다.

정문은 기둥 일부만 남았고 야외 주차장과 무대가 있던 자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본관 건물 주변에서 철거가 시작된 것은 4월 말입니다.

시험 기간을 앞두고 실습과 전시 공간이 필요한 학생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 학교에는 이렇게 전면 거울이 설치된 연습 공간이 많이 마련돼 있습니다.

춤이나 연기 같은 예술 분야에 특화됐기 때문인데요.

다시 말해 육체적인 활동도 많이 이뤄지는 공간인데 날씨가 더워지는 데도 창문을 모두 닫아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먼지와 소음 때문입니다.

[이규명/학생 : 돌아갈 때마다 먼지가 (얼굴을) 치니까. 사람들이 다 가리고 가고. 학교 건물에 진동 느껴졌거든요. 여러 번. 그것 때문에도 불안해한다…]

아예 사비를 털어 다른 곳에서 연습할 장소를 빌리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학생 : 교통비도 그렇고 게다가 대관비까지 나가니까 (학생들이) 너무 부담이 많이 돼요.]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학교는 연습실마다 공기청정기를 배치하고 옥상에 휴식공간을 만드는 작업에 나섰습니다.

학생들의 불만이 바깥으로 터져 나온 건 학교 측과 대화를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자리에는 지하 6층, 지상 26층 규모의 임대주택건물 두 채가 들어설 예정인데 학생들은 학교가 공사 내용을 사전에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이소윤/학생 : 이거는 좀 일이 큰 거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학교 앞에 공사를 시작할 거니까 앞으로 출입을 하지 말고 뒷문을 이용해라'라는 공지만 왔어요.]

이곳에 기업형 임대주택이 들어설 수 있다는 소식이 지난해부터 알려졌고 서울시가 4월 초 사업을 승인하고 고시했지만 학교 측이 공식적으로 설명한 건 그로부터 보름이 지나서였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공사가 들어가기에 앞서 공사 일정과 안전에 주의하라는 전체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시공사를 통해 일정을 확인하느라 이후에 청년 주택 공사라고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생 기숙사나 학교 시설을 짓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또 학교 측은 캠퍼스 땅이 학교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임대주택 사업을 막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서울시 고시 등에 언급된 토지 소유자들 가운데 학교 관계자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학교 측은 '토지 명단에 있는 사람이 학교 직원인 건 맞지만 개인 소유 땅이라 학교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은 앞으로 최소 3년은 공사로 인한 소음과 먼지, 진동에 시달려야 합니다.

결국 학교 측이 소통을 미룰 동안 학생들은 이곳의 주인이 아닌 피해자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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