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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스타일' 선발은 변화구+제구력, 마무리는 스피드

입력 2013-03-05 18:10 수정 2013-03-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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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스타일' 선발은 변화구+제구력, 마무리는 스피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는 WBC만의 스타일이 있다.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시기에 열리는 WBC는 특히 투수들에게 힘든 대회다. 몸 상태가 아직 완벽하지 않아 시즌 때처럼 정상 컨디션으로 피칭을 하기 어렵다. 자칫 무리하다가는 부상의 위험도 있다. 대만 타이중에서 열리는 1라운드 B조 경기를 보면 'WBC 스타일'을 알 수 있다.

◇선발=변화구+제구력

길게 던지는 선발 투수들은 공 스피드보다는 제구력이 좋아야 한다. 더불어 떨어지는 변화구를 지닌 투수라면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 선발로 등판해 무실점 피칭을 한 송승준(한국)과 왕첸밍(대만) 디에고마 마크웰(네덜란드) 등은 공통점이 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0㎞대 초반에 그쳤지만 제구력으로 타자를 상대했다. 또 변화구를 주무기로 삼아 위기 관리 능력을 뽐냈다.

4일 호주전에 등판한 송승준은 명품 포크볼로 상대 타선을 침묵시켰다. 4이닝 동안 단 2안타만 허용하고 무실점으로 막은 비결은 포크볼과 커브 등 떨어지는 공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한 덕분이다. 직구 구속은 138~143㎞ 정도였다.

지난 2일 호주전에서 6이닝 무실점한 왕첸밍은 어깨 수술 이후 강속구는 사라졌다. 시속 140㎞를 겨우 넘겨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아시아 출신 한 시즌 최다승(19승) 투수의 관록으로 타자를 요리했다. 메이저리거를 농락했던 130㎞대 초반의 싱커로 호주 타자들에게 득점을 허용치 않았다. 한국의 충격적인 네덜란드전 0-5 패배는 마크웰의 4이닝 무실점 호투에서 시작됐다. 좌완 마크웰은 직구 구속이 대부분 134~138㎞에 그쳤다. 하지만 바깥쪽 제구력이 좋았고, 체인지업이 기가 막혔다.

3월초에는 투수들의 공 스피드가 크게 올라오지 않는다. 무리하게 스피드를 고집했다간 도리어 제구가 엉망이 돼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다. 네덜란드전에서 한국 노경은의 피칭이 그랬다. 변화구는 범타를 유도하기 쉽다.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선발투수에겐 투구수 절약에도 도움이 된다. 투구수 제한이 있는 WBC에선 선발투수들에게 필살기 변화구의 제구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마무리=강속구

'WBC 스타일' 선발은 변화구+제구력, 마무리는 스피드


반면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마무리 투수는 강속구가 돋보였다. 한국의 오승환(1⅔3이닝 4탈삼진 무피안타 무실점)과 대만의 궈훙치(2이닝 1탈삼진 무피안타 무실점), 천훙원(2이닝 3탈삼진 무피안타 무실점)은 시속 150㎞를 넘나드는 직구로 타자를 압도했다. 오승환은 호주전에서 150㎞를 찍었다. 2~3일 호주와 네덜란드전에서 연투한 궈훙치와 천훙원은 147~149㎞의 직구를 뿌렸다. 마무리 투수는 전통적으로 강속구 투수가 많다. 게다가 1이닝 전력 투구로 스피드에 중점을 두는 편이다.

타이중(대만)=한용섭 기자 oran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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