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세계적으로 경기 불황이 깊어지면서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훔치는 생계형 절도가 지구촌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나라 나라마다 비슷하게 나타나는 불황의 범죄 심리학을 조택수, 이한주 기자와 정경민 특파원이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을 감옥에서 갇혀있어야 했던 장발장.
동생의 주린 배를 채워주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물건을 훔치는 이른바 '생계형 절도'.
영화 속 장면만은 아니었습니다.
주차돼 있는 트럭 안을 유심히 살펴보는 한 남성.
잠시 뒤 다시 돌아와서는 드라이버로 차문을 딴 뒤, 공구통을 들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56살 정 모씨는 이렇게 건설공구만 노렸습니다.
지난 2달 동안 훔친 공구만 무려 3천여만 원 어치.
돈이 궁해서 였습니다.
[정 모씨/절도 피의자 :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돈이 필요했었습니다. 기왕 이렇게 죽느니 뭐라도 하고, 자식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정씨는 훔친 공구를 무조건 싸게, 빨리 팔아 넘겼습니다.
[장성원/서울 광진경찰서 강력2팀장 : 훔친 공구를 2만 원에서 5 만원 사이에 무조건 떨이식으로 처분했습니다.]
이런 정씨에게 물건을 털린 차 주인들도 모두 영세사업자였습니다.
하얀색 마스크를 쓰고 아파트로 들어서는 한 남성.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더니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잠시 후 한 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올라갑니다.
그런데 마스크를 쓴 남성이 이 자전거를 끌고 엘리베이터에 타더니 1층에 내려 유유히 사라집니다.
19살 강 모군은 송파구 일대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이렇게 자전거만 골라 훔쳤습니다.
1년 반 동안 훔친 자전거만 3천여만 원 어치.
알고 보니 강군은 동생을 사실상 부양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강 모군/절도 피의자 : 가정 환경도 힘들고 동생 혼자 먹여살리다시피 하니까. 너무, 너무 생활이 힘들어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