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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주자 3인, 이태원 참사 '정부 책임론' 놓고 온도차

입력 2022-11-0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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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당의 당권 주자들이 이태원 참사의 정부 책임론과 관련해 온도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친윤계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책임자 문책보다 사고 수습이 우선이란 입장인데요. 반면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책임자들에게 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영화 '해리포터'의 한 장면인데요. 주인공이 마법사 세계의 기호식품 중 하나인 '온갖 맛이 나는 젤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오늘(4일)은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의 동향을 전해드릴까 하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의 수습을 두고 여러 비판에 직면하면서 상당히 난처한 상황에 빠졌죠. 이런 상황에서 당권 주자들이 윤 대통령에게 온갖 맛이 나는 젤리를 준다면 과연 어떤 맛을 택할까요? 먼저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기현 의원부터 '줌 인'해보겠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난달 31일) : 이번 핼러윈 축제 같은 경우도 어떤 주최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 있는 소상공인들 또 자영업자들 이런 분들이 중심이 되어서 캠페인을 벌이고 그게 또 이제 언론을 통해서 홍보가 되고 또 요즘 젊은 층들의 기호에 그게 잘 부합하다 보니까 자연발생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런 경우에 대한 대책을 그 당시 사고 났을 때는 미처 생각을 못 했던 것이고…]

김 의원, 참사 초기부터 애도와 수습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참사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에 집중해야지 책임 소재를 가릴 때 아니라는 논리였는데요. 친윤계 주자인 만큼 '정부 책임론'이 확산하지 않도록 진화에 나선 셈입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꿀맛이 나는 젤리를 받아든 기분이었을 것 같은데요. 말 그대로 '내귀에 캔디'입니다.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난달 31일) :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미비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필요한 제도의 개선, 이런 것을 하기 위해서 아마 법이 개정돼야 될 수도 있고 하기 때문에 민주당하고 그런 내용들은 협조해야 되지 않겠냐…]

김 의원은 당권 주자들 가운데 대야 공세에도 가장 적극적인데요. 국정조사 카드를 꺼낸 민주당을 향해 "선동질에 여념이 없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를 저격하는 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자신을 둘러싼 온갖 비리 의혹으로 죽상이던 이재명 대표가 요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모습을 보인다"고 직격했죠. "세월호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습과 오버랩이 된다"고 비꼬았는데요. 그러면서 이 대표의 흑역사를 소환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경기 이천시 쿠팡 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났을 때의 일을 거론한 건데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가 사고 현장이 아니라 경남 창원에 내려가 '떡볶이 먹방'을 찍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비난이 일었죠. 김 의원은 "이랬던 이 대표와 민주당이 이번 사고에 정부 책임 운운할 자격이 있냐"고 되물었습니다. 여기에 '검수완박법'에 대한 비판도 얹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음성대역) : 검찰이 대형참사에 대한 수사조차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엉터리 검수완박법을 날치기 처리한 자들이 이제와서 무슨 낯짝으로 책임 운운하는지 그 뻔뻔함이 부끄럽습니다.]

두 번째 주자는 다소 독기를 품은 듯한 모습입니다. 김기현 의원과는 대척점에 서있죠. 반윤계의 대표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입니다. 유 전 의원은 연일 윤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는데요.

[유승민/전 의원 (유튜브 '노멀정치' / 지난 2일) : 사실 그 직위가 높을수록 더 책임이 큰 거 아니겠습니까. 경찰청장 다 포함해서 이번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분들뿐만이 아니라 이 나라를, 국정을 제대로 똑바로 이끌어가기 위해서, 또 대통령께서 약속을 하신 그런 개혁들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 정말 좀 전면적으로 백지에서 좀 생각을 하셔야 되는 거 아닌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파면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책임을 언급했죠.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농담을 던진 한덕수 총리도 맹비난했는데요. 윤 대통령이 정부를 재구성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승민/전 의원 (유튜브 '노멀정치' / 지난 2일) : 대한민국의 총리라는 분이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그렇게 웃고 농담을 하고 이게 과연 정말 그 돌아가신 분들한테, 유가족한테 너무 죄송하고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부끄럽고…]

유 전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건넨 젤리는 아마 #청양고추맛이 아닌가 싶습니다. 쓰다 못해 매운 맛이 나는데요. 여당 인사 가운데는 처음으로 윤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었죠.

[유승민/전 의원 (유튜브 '노멀정치' / 지난 2일) :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표현해야 된다고 혹시 생각하시나요?)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대통령의 어떤 결단이나 이런 게 하루하루 자꾸 늦어지면, 그것은 늦어질수록 민심하고 멀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 전 의원이 이렇게 독한 말을 내뱉은 이유, 정치권에선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에 앞서 존재감을 키우려는 목적으로도 보고 있는데요.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죠. 친윤계 경쟁자와 차별화된 메시지로 중도층을 공략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유승민/전 의원 (유튜브 '노멀정치' / 지난 2일) : 제가 이제 마음을 많이 비웠습니다. 그래서 내가 이 나라를 위해서 할 일을 하고, 할 말을 하겠다고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고 누가 뭐라고 해도 제가 뭐 개의치 않습니다.]

이어서 마지막 주자입니다. 윤석열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꼽히지만 이제는 친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을 받는 인사인데요.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달 24일) : (대통령과의 소통이나 이런 거는 안철수 의원이 조금 안 되시나요? 같이 손잡고 대선도 뛰고 하셨는데.) 그것은 제가 코멘트 안 하겠습니다. (그건 말씀하시기 좀 곤란하시겠죠. 알겠습니다.)]

안철수 의원입니다. 반윤도 그렇다고 친윤도 아니니 사이 간(間)자를 써서 '간윤'이라고 해야 할까요? 확실히 친윤계인 김기현 의원과는 결이 다릅니다. 오히려 유 전 의원과 비슷한 입장을 내놨는데요. "윤희근 경찰청장은 즉시 경질하고, 사고 수습 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112 신고 녹취록과 '정책 참고자료'라는 경찰청의 문건을 봤을 때 윤 청장의 경질은 불가피하다는 건데요. "그게 국민의 눈높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철수/국민의힘 의원 (뉴스1 인터뷰 / 어제 / 음성대역) : 이번에 지역 주민들과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 그게 국민의 눈높입니다. 그냥 넘어갈 수 없고 반드시 원인을 찾고 재발 방지를 하면서 책임 있는 사람은 책임져야 된다는 게 굉장히 강합니다. 빠르게 조치하는 게 당과 정부의 국민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유 전 의원만큼이나 강한 어조는 아닙니다. 윤 대통령에게 #후추맛 젤리를 준 듯한데요. 적당히 쓰면서도 적당히 매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죠. 내분을 일으키려는 목적으로 한 말은 아니라며 유 전 의원과는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안철수/국민의힘 의원 (뉴스1 인터뷰 / 어제 / 음성대역) :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말했는가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게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고 그게 당과 정부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해서 말했습니다. 다른 분은 다른 의도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 아닙니까?]

사실 참사 초반만 해도 여당은 책임론 제기에 조심스러운 기류였는데요. 유 전 의원이 처음 이상민 장관 파면을 주장했을 때도 당장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김재원/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지난 1일) : 유승민 의원이 말씀하신 것을 이재명 대표가 말씀하셨다면 '아, 뭐 야당이 또 저러는구나' 할 수 있는데. (국민들이.) 네, 당에서 이제 저렇게 하시니까 뭐 여기서도 정치적인 어떤 반사이익을 생각하고 저런 말씀을 하시나라고 또 달리 또 해석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조금 자제했으면 하는 그런 부탁이죠.]

[장예찬/청년재단 이사장 (KBS '최영일의 시사본부' / 어제) : 유승민 전 의원이 민주당도 안 하는 주장을 선제적으로 한 것은 굉장히 얄팍한 정치적 노림수다. 이런 식으로 정치하실 거면 그냥 나가서 하세요.]

하지만 112 신고 내용과 뒤죽박죽 보고 체계가 알려진 뒤부턴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정부 책임론을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다고 자인하는 느낌인데요.

[허은아/국민의힘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어제) : 지금 경찰이 안이하게 대처한데다가 지휘부의 어떤 보고 체계가 붕괴한 총체적 참사였다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뭐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고요.]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상민 장관의 사퇴는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일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다만 공개적인 발언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습니다. 공개 발언으로 윤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싶진 않은 듯합니다.

오늘은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여당 당권 주자들의 입장을 정리해드렸는데요. 친윤에 가까울 수록 달콤한 말을, 비윤에 가까울 수록 매운 말을 꺼내고 있죠. 앞으로 이와 비슷한 양상이 이어질 것 같은데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당권주자 3인 3색…꿀맛 김기현, 고추맛 유승민, 후추맛 안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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