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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잘싸·중꺾마' 외친 친이준석계…친윤계, 솎아내기 나설까

입력 2023-03-0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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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당대회 소식, 조금 더 이어가겠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와 천아용인의 완패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죠. '졌지만 잘싸웠다' 이런 말도 있지만 이 전 대표가 전당대회 내내 전면에 나선 게 패착이었단 지적도 있습니다. 향후 이들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거란 전망이 일단 많은데요.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마블 영화의 유명한 한 장면입니다. 어벤저스 사이에 분열이 생기면서 팀 아이언맨과 팀 캡틴아메리카가 전투를 벌이는 건데요. 지금 국민의힘 최고위원 선거의 양상이 딱 이러합니다. '팀 윤석열'과 '팀 이준석'이 맞붙은 모양새입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 팀 윤석열과 팀 이준석의 정면 대결 양상이라고 설명해드렸죠. 어제 나온 전당대회의 결과는 결국 팀 이준석의 완패였습니다.

이 전 대표가 감독을 맡아 이끈 '천아용인' 네 사람의 성적표를 살펴볼까요. 당대표 후보로 나선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14.98%를 얻으며 3위를 기록했죠. 지난달 말부터 줄곧 실버크로스를 자신했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안철수 의원에게도 밀리는 결과였습니다.

[천하람/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 지난달 27일) : 당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같은 데서는 제가 이제는 거의 확실하게 실버크로스를 달성하고 있거든요.]

높은 투표율도 '숨은 개혁표'의 거센 바람이라고 자신했었는데요. 기대와 달리 천풍은 미풍에 그친 셈이었습니다.

[천하람/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어제) :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저에게 표를 주신 분들이 결국 국민의힘의 어떤 변화와 혁신에 정말 마중물이 되실 만한 그런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개혁세력인, 정말 개혁성향의 당원분들이 혹여나 실망하시거나 혹여나 당을 떠나시지 않도록 제가 개혁세력을 잘 지켜나가는 역할을 해 나갈 생각이고요.]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과 허은아 의원도 모두 고배를 마셨죠. 김 전 위원과 허 의원은 8명의 후보 중 각각 6위, 7위에 그쳤습니다. 청년 최고위원에 도전한 이기인 경기도의원은 후보 4명 중 2위로 비교적 선전했는데요. 그럼에도 당선된 장예찬 신임 청년 최고위원과의 득표율 차이는 거의 3배에 달했습니다. 그럼에도 세 후보는 '졌잘싸'와 '중꺾마'를 외치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개혁의 길을 걷겠다는 결심은 분명해 보입니다.

[허은아/국민의힘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우리 당 안에 15~20% 정도가 개혁보수를 지지하는 분들이, 강성들이 계시다라는 것을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 됐고 이게 이제 어떤 의미냐면 기존의 유승민 전 대표께서 대선에 나갈 때 4%를 받으셨었어요. 1만5천표를 받으셨었거든요. 근데 저희가 지금 한 9만표, 그러니까 15%니까 벌써 세 배 이상, 다섯 배, 네 배 정도를 더 받은 거니까 이게 꺾이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봄은 온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위축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천 위원장의 득표율 약 15%가 이 전 대표가 받은 성적표와 마찬가지라는 건데요.

[배종찬/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저는 이준석이 너무 보였고 천하람은 별로 안 보였다. 저는 이준석 전 대표가 좀 물밑 지원을 했어야지, 물 위 지원을 했거든요. 이거는 천하람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이 됐을 것 같고 그게 이제 또 당원들에 비호감으로 연결됐을 수 있거든요. 딱 이준석 전 대표의 영향권인 한 15% 정도에 머물렀다.]

실제로 이 전 대표, 전당대회 기간 내내 전면에 나섰죠. 직접 선수로 뛰진 않았지만 선수 같은 감독의 역할을 맡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인데요. 이로 인해 천아용인은 시종일관 '이준석 아바타'라는 공격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김기현/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난달 16일) : 그런 아바타들 내놓고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는데. 정 하고 싶으면 내가 후보라고 나서서 하시지 뒤에서 그렇게 구시렁구시렁 하세요, 참.]

이 전 대표는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곽튜브'의 사례로 '이준석 아바타론'을 방어했는데요.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지난달 9일) : 여행 유튜버들 보면 처음에 빠니보틀이라는 분이 되게 유명했어요. 나중에 이제 러시아 쪽 여행 다니다가 곽준빈이라는 사람 만납니다. 그게 곽튜브거든요. 빠니보틀이 끌어들이고, 곽튜브 계속 끌고 다니면서 이렇게 인지도를 높여줬지만 요즘 최근 몇 달은 곽튜브가 더 잘나가요.]

'곽튜브'인 천 위원장이 '빠니보틀'인 이 전 대표를 조만간 넘어설 것이란 비유였는데요. 끝내 '곽튜브'는 '빠니보틀'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곽튜브에게 가야 할 스포트라이트가 빠니보틀에게 쏟아진 측면이 있었죠.

[천하람/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지난달 17일) : 이준석 전 대표가 요새 저를 열심히 지원하고, 스피커 역할하고, 너무 좋고 고마운데 가끔 제가 선 넘었다고 느낄 때가 뭐냐 하면 저랑 무슨 동시간대 라디오를 잡아요. 천하람, 이준석 무슨 보면 막 헤드라인 다툼하고 있어요, 보면. 그래서 이런 걸 봤을 때 저한테 한 번 더 기회가 온 것 자체가 굉장히 잘된 일이다…]

심지어 이 전 대표는 어제 전당대회 중간에도 스포트라이트를 선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참석하면서 튼 입장곡을 문제 삼은 게 화제가 된 건데요.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어제) : 사랑하는 국민의힘 당원 동지 여러분, 여러분을 이렇게 뵈니까 정말 1년 전에 우리가 다 함께 뜨겁게 선거운동을 했던 것이 다시 생각이 납니다.]

윤 대통령이 입장할 때 영화 '레미제라블'의 주제가인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 울려퍼졌죠. 이 전 대표는 "대통령 입장 음악으로 이걸 고른 사람은 윤리위 가야 할 듯"이라고 비꼬았는데요. 바로 가사 때문입니다.

[영화 '레미제라블' : 민중의 노래가 들리나. 분노한 자들의 노래. 다시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는 민중의 음악이네. 심장 박동 소리가 북소리와 공명할 때 내일이 오면 시작될 새로운 삶이 있네.]

분노한 민중들이 불의한 절대 권력에 맞서는 결기를 담은 곡인데요. 이 전 대표는 이 가사를 윤 대통령과 친윤계를 심판하려는 분노한 당심과 연관지어 해석한 것 같습니다. 윤 대통령에 맞서겠다는 곡을 입장곡으로 트는 건 자살골 아니냐는 비아냥인 셈인데요. 이 전 대표의 도발에 대통령실은 해당 곡은 윤 대통령의 애창곡이란 설명을 내놨습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이 노래를 원픽으로 꼽은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 전 대표가 이런 전후사정을 미리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을 윤리위에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킨 꼴이 됐죠.

지도부 싹쓸이에 성공한 친윤계, 이제는 원팀이 돼야 한다는 생각일 텐데요. 천아용인과 이 전 대표를 갈라놓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기승전이준석'으로 펼쳐진 선거전이 천아용인의 패착이었다고 꼬집었는데요.

[장예찬/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다만 이준석이라는 정치인과 결탁해서 선거를 끝까지 치른 게 전략적 패착이었다고 보여지고요. 전대의 전체 레이스나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컷오프 통과한 이후에는 이준석 전 대표가 빠져주는 게 맞거든요. 그러면 선거를 많이 치러본 이준석 전 대표가 '이제 내가 빠질 때다' 하고 뒤로 물러났어야 되는데 아시다시피 그런 판단이 되는 분이 아니잖아요.]

쉽게 말하면 이 전 대표가 '낄끼빠빠'가 안 됐다는 겁니다. 친윤계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은 하루 빨리 천아용인이 이 전 대표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는데요.

[장예찬/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이 전 대표는) 어떻게든 본인이 인터뷰 한 번이라도 더 해야 되고 한 글자라도 기사에 더 나와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기 때문에 이 4명의 후보들이 자기 정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하루빨리 이준석 전 대표 그늘에서 벗어나서 천아용인만의 멋진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팀 이준석으로부터 '친윤 호소인'이란 냉소 섞인 평가를 받은 이죠. 조수진 최고위원, 당원들이 다시 한데 뭉쳐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했지만요. 팀 이준석만큼은 같은 팀으로 받아들기이 어려운 모양입니다.

[조수진/국민의힘 최고위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하지 않는 그런 저질 공세나 또 내부 총질 일삼는 분이 아니라면, 모두 생각이 같지 않겠습니까? 이준석 전 대표나 이준석계, 대리인들, 이런 분들 빼고는 저는 접점 찾기가 쉽다고 생각해요.]

자, 오늘(9일)은 전당대회에서 완패한 팀 이준석에 대한 대내외적인 평가를 살펴봤는데요. 비로 쓰디쓴 패배였지만 이 전 대표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더 정진하겠다"는 다짐을 밝혔죠. 천아용인 네 후보도 앞으로 이 전 대표와 거리를 두고 각자도생을 모색할 생각은 없어 보이는데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천하람/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KBS '최영일의 시사본부' / 지난 1일) : 저는 배은망덕하기가 싫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이렇게 급성장한 것에는 저는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의 덕이 분명히 있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준석만 버리면 뭐 어떻게 되고, 뭐 확장이 되고' 하는데 저는 그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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