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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의 마지막 수능 런던 올림픽, 멤버는 역대 최강

입력 2012-07-1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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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의 마지막 수능 런던 올림픽, 멤버는 역대 최강


홍명보(43)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비장했다.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처럼 눈매는 날카로웠다.

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15일 영국 런던으로 출국했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홍 감독의 얼굴에는 짙은 고민이 묻어있었다. 결전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말은 최대한 아꼈다. 홍 감독은 2009 이집트 청소년대회부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거쳐 2012 런던 올림픽까지 3년 5개월을 준비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거쳐 올림픽이라는 최종 수능을 앞둔 상황이라 볼 수 있다. 그는 "오랜 시간 올림픽을 준비했기 때문에 출국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돌아오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멕시코·스위스·가봉과 B조에 속한 한국은 조 2위를 차지해야 8강에 오른다. 8강부터는 토너먼트로 우승국을 가린다.

◇조 1위로 웸블리 입성한다

홍 감독은 섣불리 예측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런던 올림픽만큼은 다르다. 홍 감독은 "런던 웸블리 구장에서 경기를 하고 싶다"고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다 이유가 있다. B조 1위로 8강에 나갈 경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가봉전부터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가 '런던 축구의 성지' 웸블리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동이 없어 체력을 아낄 수 있다. 또 A조 1위 가능성이 큰 잉글랜드도 8강에서 피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B조 2위로 8강에 나설 경우 카디프와 맨체스터에를 돌아다니며 8강과 준결승을 치러야 해 체력 부담이 크다.

홍 감독은 늘 "최고의 목표를 향해서 가겠다"고 했다.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인 8강을 넘어 우승까지 노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올림픽 대표팀 주장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도 "홍 감독님이 항상 후회 없이 뛰자고 말하셨다.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한다. 최고 자리에 오르는 게 모든 대표팀 선수들의 목표다"고 했다.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 동메달을 목표로 뛰는 게 아니라,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도전하겠다는 자세다.

◇이름값과 실력·호흡까지 역대 최고

우승을 노린다는 게 그냥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이번 올림픽팀은 역대 최강 멤버다. 언뜻 보면 국가대표와 별반 차이가 없는 베스트11이 완성됐다.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 박주영(아스널)과 정성룡(수원 삼성)·김창수(부산 아이파크)를 중심으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기성용(셀틱)·김보경(카디프 시티)·지동원(선덜랜드)이 모두 뭉쳤다. 특히 와일드카드 셋은 2008 베이징 올림픽을 겪어 경험이 풍부하다.

또 미드필드부터 최전방까지는 모두 유럽파다. 기성용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이적을 앞두고 있어 영국에서 뛰는 선수만 총 4명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는 김동진(당시 제니트)만 유럽파였다.

이름값만 높은 건 결코 아니다. 홍 감독과 함께 2009 이집트 청소년대회부터 쭉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이 많아 눈빛만 봐도 통한다. 윤석영(전남 드래곤즈)·김영권(광저우)·이범영(부산)·오재석(강원 FC)·김보경·구자철 등 총 6명이 당시 멤버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나간 선수들도 올림픽 명단 18명 중 8명이나 된다. 구자철은 2009년부터 모든 대회에서 주장을 맡았다.

◇2002 키즈(Kids) 세대의 도전

구자철은 런던으로 떠나며 "2002년에 느꼈던 기쁨, 이제 선수로서 재현하고 싶다"고 했다.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 신화를 보고 축구 선수를 꿈꿨다. 10년 뒤, 이들은 선수로 한국 축구의 부흥을 이끌 준비를 하고 있다.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게 되면 한국 축구 제2의 전성기가 열린다. 군 면제를 통해 해외 진출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제2의 박지성, 이영표가 더 쉽게 나올 수 있다. 또 유럽 축구의 본고장 영국에서 활약은 유럽 진출로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지성·안정환·이영표·설기현 등 2002년 월드컵 선수들도 군면제 이후 자유롭게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올림픽 메달은 향후 한국 축구의 10년을 책임질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홍 감독은 출국을 앞두고 "현재 체력은 90%, 전술은 80%"라고 진단했다. 런던 근교 루튼에 베이스 캠프를 차린 올림픽 팀은 20일 세네갈과 현지에서 마지막 평가전을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김환 기자 hwa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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