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 봉화 광산에서 열흘 동안 고립됐다 구조된 노동자 두 명이 오늘(11일) 퇴원했습니다. 두 명 모두 다시 갱도 안에서 일을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반장 박정하 씨는 동료들이 광산에서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나서고 싶단 뜻을 내비쳤습니다.
윤두열 기자입니다.
[기자]
건강한 모습이었습니다.
손을 흔들며 활짝 웃었습니다.
[박정하/구조된 노동자 (작업반장) : 돌도 지나지 않은 갓난아기처럼 그런 기분입니다.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볼까 합니다.]
박씨는 어둠 속에서도 시간이 가는 걸 알게 한 그 시계를 차고 입원 일주일 만에 병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두 손엔 '생존식량'이었던 커피믹스가 들려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자신을 살린 건 커피믹스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박정하/구조된 노동자 (작업반장) : 24시간 구조작업을 해준 우리 광부 동료들께 감사드립니다. 한 생명이라도 살리려는 그 진심이 제 가슴 깊은 곳까지 느껴졌습니다.]
오늘 취재진 앞에 서진 않았지만 보조작업자 박씨도 퇴원을 하며 구조에 애쓴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또 갱도 안에서 느꼈던 감정을 처음으로 털어놨습니다.
어둠이 밀려오니 정신이 마비되고 발걸음 하나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무서웠다고 했습니다.
이런 공포를 느꼈던 두 노동자는 몸은 회복했지만 불안은 여전합니다.
신경정신과 치료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둘 다 다시는 광산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반장 박씨는 광산 안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박정하/구조된 노동자 (작업반장) : (광부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그런 사회단체와 연계해서 활동을 할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아 나온 두 노동자는 당장은 '함께 환한 바다를 보러가고 싶다'는 소원을 말한 뒤 집으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