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학원가에서 백인 영어 강사만 모집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유색인종은 아예 지원 자격조차 박탈하는 등 차별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태영 기자입니다.
[기자]
한 외국인 취업 알선 사이트입니다.
영어 강사를 모집하는 안내문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원자격에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백인만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런 게시글이 한두 건이 아닙니다.
왜 '백인 강사'를 선호하는 걸까.
실제 영어 학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OO영어학원 관계자 : 유색인종 자체로 기피하는 이유가 아이들이 무서워해요.]
[△△영어학원 관계자 : 섬뜩한 느낌이 들 수 있어요. 눈만 반짝반짝 보이는 게 무섭다는 느낌….]
유색인 원어민 강사들이 체감하는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한국에 온 지 8년째인 레지널스 씨.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흑인이란 이유로 번번이 학원 강사 채용에서 탈락했습니다.
[레지널스/원어민 강사 : 최소한 60번 70번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당신은 흑인이라서'라고 답변이 오거나 답변이 아예 안 오거나….]
오히려 한국에서 인종차별이 더 심한 것 같다고 꼬집습니다.
[레지널스/원어민 강사 : 분명 한국에는 인종에 계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백인 여자가 가장 위에 있고, 그 다음에 백인 남자….]
막상 학원에 취업해도 학부모 등쌀에 황당한 일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재 한 대학에서 영어 교수로 일하고 있는 듀완 씨.
몇 년 전, 어학원에서 일할 때 터무니없는 말에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자신이 유색인이라는 걸 알게 된 후부터 학부모들의 괴롭힘이 시작됐습니다.
[듀완/OO대 영어교수 : 한 엄마가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제가 껌을 씹으며 수업한다고 하던가.]
전문가들은 학원가에 확산되고 있는 인종차별 분위기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병민/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 : 포용하고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는 인재로 키워내고 싶은 것이 학부모들의 욕망일 텐데, 실질적으로 영어를 배워가는 과정에서는 제대로 구현이 안 되는 거죠. 마치 백인들만이 세상을 대표하는 것처럼….]
피부색으로 강사 자격까지 제한하는 국내 원어민 교육 현장은 또 하나의 그릇된 문화로 얼룩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