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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격렬한 합종연횡의 바다…한국의 한 수는?

입력 2023-02-06 09:27 수정 2023-02-06 10:36

中, 제해권 노리고 바다 메워 인공섬들 구축
美, 남중국해 입구 루손섬에 공군기지 확보

인공섬, 미사일과 공군 전력 배치한 中불침항모
숨통 죄는 길목에 4개 美기지 추가, 상쇄 노려

인니, 中함정 감시 태세 격상
군함ㆍ해상초계기ㆍ드론 배치

중, 양자관계로 압박해 내해화 박차
미, 동남아 국가들과 연합해 견제

남중국해,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절반 통과
팍스아메리카vs팍스시니카 갈림길 교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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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DW뉴스 캡처][사진= DW뉴스 캡처]
대만해협을 두고 미ㆍ중간 긴장 수위가 올라가면서 배후인 남중국해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해 공동 해상 순찰을 재개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친중 색채의 정권이 물러나자 그동안 중단했던 미국ㆍ필리핀 해군의 연합훈련이 다시 시작된 겁니다.

앞서 2일 기존 5개 미군 기지 사용권을 허가한 필리핀은 추가로 4개 기지를 더 개방키로 했습니다. 특히 남중국해에 인공섬이 지척인 루손섬에 추가로 공군기지 2곳의 사용을 허가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의를 확 끄는 조치입니다.

필리핀해 주변 해역. [사진= KNOWLEDGE FOR POLICY 캡처]필리핀해 주변 해역. [사진= KNOWLEDGE FOR POLICY 캡처]

루손섬. [사진= 위키피디아 캡처] 루손섬. [사진= 위키피디아 캡처]
루손섬의 전략적 위치 때문입니다. 대만과 남중국해, 중국 해남도 해역을 아우르는 탁월한 길목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인공섬에는 중단거리 미사일이 배치돼 있고 군용 활주로도 가설돼 인공섬 자체가 남중국해 제해권 장악을 위한 불침항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남중국해 연안국은 물론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남중국해의 원유 교역망 [사진= eia 캡처] 남중국해의 원유 교역망 [사진= eia 캡처]
군사안보는 물론 해양자원 개발 이익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 바다는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불립니다.


그간 [중국은, 왜] 칼럼에서 자주 언급했듯이 19세기 미국이 카리브해의 제해권을 장악하며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을 밀어냈듯이 중국은 남중국해를 생존과 국익을 지키는 바다로 규정하고 제해권 확보에 열을 내고 있습니다.

이 바다에서 중국의 장악력이 커지자 그동안 마찰을 빚어왔던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배타적경제수역(EEZ) 협상을 타결하는 등 면모를 일신하고 있습니다.

남중국해를 통해 수송되는 원유의 상당량이 한중일 3국으로 가고 있다. [사진= eia 캡처] 남중국해를 통해 수송되는 원유의 상당량이 한중일 3국으로 가고 있다. [사진= eia 캡처]
인도네시아는 필리핀ㆍ말레이시아ㆍ브루나이와 방위협력을 강화하고 합동 훈련을 계획하는 등 어깨를 걸고 대중(對中) 스크럼을 짜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 해역 국가들의 연대와 제휴를 경계하며 양자관계에서 해결한다는 프레임을 짜왔습니다. 각종 개발자금과 교역을 레버리지로 양자관계를 당겼다 풀었다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해왔습니다.

이런 구도, 중국에겐 아주 익숙한 그림입니다.

합종연횡(合從連衡). 중국 전국시대, 최강국 진나라와 연(燕)ㆍ제(齊)ㆍ초(楚)ㆍ한(韓)ㆍ위(魏)ㆍ조(趙) 6개국의 외교안보 생존전략입니다.

합종은 '소의 꼬리가 되느니 닭의 머리가 되자'며 6개국을 종적으로 연합시켜 진나라와 대결구도를 짜낸 공수동맹입니다.

연횡은 진나라를 중심으로 6개국이 각각 진나라와 양자동맹을 구축하는 것으로 뜻합니다.

역사의 결과는 잘 아시는 대로 연횡으로 합종을 돌파한 진나라는 6개국을 각개격파한 뒤 흡수합병을 달성합니다.

중국은 어떤 전략을 선호할까요. 연횡입니다. 양자해결 프레임으로 남중국해 연안국을 다른 나라와 군사외교적으로 연합하지 못하도록 묶고 고립시켜 남중국해에 대한 장악력을 높입니다.

지난해 3월 2일 필리핀 북서부 바다에서 필리핀과 중국 해양경비대 순찰선들이 근접 항해하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지난해 3월 2일 필리핀 북서부 바다에서 필리핀과 중국 해양경비대 순찰선들이 근접 항해하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변수는 미국입니다. 2차대전 후 국제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은 이 바다의 제해권을 잡고 자유항행을 보장해왔습니다.


중국이 역사적 영유권을 주장하며 70년 이상 유지되던 이 질서에 반기를 들자 이 바다가 요동치고 있는 겁니다.

미국과 남중국해 연안국들은 현상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반면 중국은 현상 변경을 추구합니다.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는 남중국해 대부분이 자국 영해라고 고집하는 중국의 주장을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수용 의사가 없습니다.

이로 인해 바다의 파고가 높아질 수 밖에 없고 긴장 수위를 관리하지 않으면 사소한 마찰도 대형 충돌로 급진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먼바다 일일까요. 당장 한반도 주변에 불똥이 튀는 일은 아니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경제안보로 앵글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아래 그래픽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남중국해를 통해 에너지원인 원유가 들어옵니다. 교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오가는 핵심 바닷길입니다. 생명줄이자 젖줄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무임승차해온 이 해상 수송로는 중국이 현상 변경을 추구하면서 분쟁 수역이 될지도 모릅니다.

. 중국과 필리핀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에 있는 티투섬(중국명 중예다오·필리핀명 파가사)의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어 왔다. 섬 오른쪽에 활주로가 가설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중국과 필리핀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에 있는 티투섬(중국명 중예다오·필리핀명 파가사)의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어 왔다. 섬 오른쪽에 활주로가 가설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전후 질서가 바뀌어 이 바다의 제해권이 중국으로 넘어간다 해도 중국이 막고 못 가게 하거나 통행료를 받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런 공세적이고 강압적 접근은 관련국들을 각성 시키고 단결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이런 상황을 통제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비용이 크게 든다 해도 편익이 그만큼 클 지는 미지수입니다. 각국의 정치적 사정과 역사적 맥락이 얽힌 민족감정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럭비공 같으니까요.

걱정해야 할 건 이런 겁니다. 대놓고 압박하는 게 아니라 중국의 심기를 살피지 않으면 이 바다를 오가는 그 나라 선박에 대해 시비를 걸면서 항행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겁니다.

남중국해를 우회하려면 필리핀 바깥 바다로 가야 하는데 이 해역이 태풍 진원지인 데다 연근해가 아니라 대양입니다. 항행 리스크가 커져 보험료 등 비용 부담이 높아집니다.

중국에게 익숙한 조공·책봉 질서란 게 이런 겁니다. 중국을 정점으로 하는 위계질서 속에 안주하면 그 대가로 적정한 경제적 이익은 보장해주겠다는 체제입니다.

국제무대에서 논란이 어떻든 중국 편을 들고 중국이 주도하는 각종 규범과 질서에 적극 동참해야 합니다. 조공책봉 위계질서란 게 그런 거니까요.

멀지 않은 미래에 미ㆍ중간의 직접 충돌이 일어난다면 이 바다의 통항 질서는 어떻게 될 지 촉각이 곤두서게 됩니다. 우리에게도 예민한 문제의식과 과제를 던져줍니다. 미국식 무임승차가 끝나가고 있는 미묘한 시점입니다.

남중국해 바다를 사이에 두고 미ㆍ중 양국과 연안국들이 요새를 세우고 방벽을 높이는 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닌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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